커피, 누명을 벗나?
도심에는 한집건너 커피집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커피 좋아하는 DNA가 있나보다. 최근에 커피만큼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진 제품은 없다. 업계가 추산하는 우리의 커피관련 시장 규모는 년 약 5조3000억원(2014년 소비자가격 기준)이라한다. 실로 놀랄만한 규모다. 주식인 쌀값보다 많다.
그런데 커피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드물다. 언젠가는 나쁘다고 했다가 또 이제는 좋다하니 전문가들의 무책임함과 식언에 할 말을 잊을 정도다. 한때는 카페인이 독성이 있는 향정신성 물질로 취급되면서 커피에 대한 유해론이 많았다. LD50을 들먹이는 독성이야기, 향정신성물질로, 혹은 발암물질로 거론되며 그 유해성 주장 때문에 커피를 극도로 기피하는 부류마저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커피의 좋은 면이 부각되고 믿기 어려운 효능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만병통치급으로 변신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좋고 나쁨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다보니 그 결과를 소비자가 공신력 있게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믿음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커피의 맛 성분에 특별히 매력적인 것은 없다. 독특한 것이라면 향이다. 원두를 높은 온도에서 볶으면 갈변현상과 동시에 각종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수십 종류의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면서 향기성분이 나온다. 이런 고소한 로스팅 향이 커피의 기본적인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미국의 커피마케팅 회사가 커피를 마시는 이유를 심층조사해 보니 60%는 맛과 향 때문에, 20%는 피로를 풀어주고 활력을 주는 기능 때문에, 20%는 만남과 대화를 위해서 라고 답했다. 여기서 이유 중 비율은 높지 않지만 피로를 풀어준다는 각성효과가 커피의 기호성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됐다. 그런데 이 물질이 바로 커피 속 카페인으로서 한때는 중독성 혹은 향정신성이라 하여 커피를 폄하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 성분이다.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카페인의 분자구조가 피로신호물질인 아데노신과 비슷한 것에 기인한다. 과다한 에너지의 소모에 의해 생기는 아데노신은 뇌의 수용부위에 결합하여 피로를 느끼게 한다. 이 부위에 카페인이 대신 결합하여 아데노신의 결합을 방해해 일시적으로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게 해 준다는 게 그 원리이다.
아래에 종래 나쁘다는 쪽의 주장과 최근 좋다는 쪽의 주장을 나열해 보고 필자의 코멘트를 적는 순으로 진행한다.
커피의 나쁜 점
- 카페인의 독성은 식물에게도 치명적이라 이런 식물 주변에는 다른 식물이 자라기가 어렵다. 카페인이 농축된 토양에는 자신도 성장이 어려워 커피농장은 10~25년마다 자리를 옮길 정도다.
- 카페인은 위벽을 자극해 위산분비를 촉진하며 위산의 역류로 속 쓰림이 심해진다.
- 커피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군 발암물질이다.
- 카페인은 칼슘의 흡수를 막고 몸속 칼슘을 빠져나가게 해 골다공증의 원인이 된다.
- 방광근육을 자극해 소변을 더 마렵게 한다. 방광염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 혈압을 상승시킨다. 심장 근육을 자극해 박동수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 하루 7잔 이상의 커피는 저체중 출산, 조산의 위험성을 높인다.
- 시력이 손상될 수 있으며, 심지어 시력을 아예 잃을 수도 있다.
- 비만의 원인이다.
- 로스팅 때 생기는 아크릴아마이드와 4-methylimidazole은 각각 1군과 2군 발암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ARC)는 1991년 커피자체를 발암물질 2B군(인체발암가능물질)으로 분류했다가 최근 발암성을 의심할 근거가 없다면서 3군으로 재분류했다. 작년에는 미국의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도 적당한 양의 커피가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도 밝혔다.
커피의 좋은 점
- 미 국립보건원은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일수록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 경도인지장애노인에 치매예방효과가 있다.
-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피부암, 전립샘암의 위험을 줄여준다.
- 심장질환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하루에 한잔 이상의 커피는 뇌졸중 확률을 22 ~ 25% 낮춘다.
- 하루 2,3잔을 매일 규칙적으로 마시는 것이 간 섬유화를 덜 하게 한다.
- 당뇨병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4잔 이상은 통풍 발생을 평균 57% 낮춘다.
- 매일 4잔을 마시면 담석증의 발생률이 25-45% 줄어든다.
- 하루 1-2잔의 커피가 혈관의 신축성을 25% 높인다.
이 외에도 ‘숙취해소, 우울증 감소, 지방 분해, 다이어트 효과, 두뇌 보호, 파킨슨병의 예방’ 등 그 효과는 다양하다.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는 셈이다. 왜 이런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모두 쟁쟁한 연구자 혹은 연구기관이 내 놓은 결과라 믿지 않을 수도 없지만 언 듯 믿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소비자는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할까 실로 헷갈리기만 한다. 과학이 첨단을 달리는 작금에 와서도 커피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유행 따라 효능을 과장하거나 위험성을 강조하는 그들의 작태가 한심하기조차 하다. 명심할 것은 이렇게 커피가 건강에 좋다한 사람과 이전에 커피를 폄하하던 사람이 모두 같은 부류(연구자)라는 사실이다.
커피는 약이 아니라 하나의 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식품에 저런 만병통치의 효과가 있다면 왜 메이저 제약회사들이 이를 아직 약으로 개발하지 않았는가가 궁금하다. 이에도 쇼닥터들이 단골로 주장하는 여느 건강식품처럼 침소봉대, 허위선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대목이다.
원래 커피에 있던 혹은 로스팅에의해 새로 생겨난 물질 중 어떤 성분이 각각 이런 효과를 나타내는지는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실험 설계가 허술하면 시험할 때 마다 그 결과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효과가 너무나 다양하고 같은 자료에 상반된 약효가 나오는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이는 모두 커피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신뢰성 떨어지는 결과를 어중이떠중이들이 경쟁적으로 많이도 양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논문이라는 것이 그렇다.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의 능력, 장비, 기계, 시약, 데이타의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는 달라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적에 따라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거나 금전에 의해 양심을 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정확한 효능은 반복되는 연구에 의해 신뢰성 있는 데이타가 쌓이고 과거의 결과에 재현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결국은 교과서에도 실려야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위의 여러 주장은 아직 결론이 난 공인학설이 아니다. 대개는 믿거나 말거나 한 가설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자칫 이를 믿고서 커피를 과잉섭취 하는 것은 득보다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식품이든 약이든 관련인의 음모와 술수가 과거에도 심심찮게 있어왔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든다” 하버드대학교수의 폭로
- 의과대학의 2/3, 의대교수의 3/5는 개인적으로 뒷돈을 챙긴다.
- 임상시험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발표하지 않는다.
-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증거는 은폐한다.
- 우울증 치료제는 실제 효과가 없다. 플라시보다.
- 콜레스테롤의 기준치를 새로 마련한 9명 중 8명이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았다(주 ; 낮은 기준치로 환자를 늘려 잦은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중앙일보 2017년 20월 4일 이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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