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48 호)
【 은퇴 이후 귀촌에 관심 있나요? 】
“너 은퇴했다면서? 언제 은퇴했는데?”
“네, 이제 한 달 됐습니다.”
“은퇴하니까 어때?”
“아직은 어색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갈 데가 없다는 게 좋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말입니다.”
“은퇴 후에 어떻게 살 건지 계획은 있는 거야?”
“6개월 정도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 봐야죠.”
어디서 많이 들어봤음직한 대화지 않은가? 나는 오래 전에 은퇴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지금도 은퇴 후에 겪었던 충격이 문득문득 기억나면서 몸서리를 칠 때가 있다. 은퇴시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공무원, 교사, 교수, 공기업 직원 등의 경우에는 그나마 좀 낫기는 하지만, 전혀 짐작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은퇴를 당하게(?) 된 경우에는 그 충격이 말할 수 없이 크다. 내 후배 중에 한 명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50대 초반에 퇴직을 당하고 그 충격을 이겨내려고 세계 여행을 떠났다가 엉겁결에 여행 작가가 된 경우도 있긴 하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듯,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은퇴도 피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은퇴 후의 삶을 제대로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볼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길어야 40년 다니는 직장생활을 위해 태어나서부터 그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은퇴 후 남은 40년 이상의 삶에 대해 전혀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이상하지 않은가.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60세에 은퇴를 하고나서 40년 이상의 삶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젊었을 때의 직장생활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이 보이지만, 백세 시대에 맞는 은퇴 이후의 삶의 모습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으니 더 큰 문제다.
앞의 대화에서도 나왔었지만, ‘은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휴식’이다. 직장생활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일했으니 은퇴 후에는 좀 쉬어도 되지 않느냐는 게 일반적으로 갖게 되는 생각이다. 이제까지 외부로부터 주어진 요구에 억지로 맞추면서 생활을 해왔으니, 은퇴 후에라도 좀 쉬면서 건강도 되찾고 마음 정리도 해야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은퇴 후 휴식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어영부영 TV만 보면서 소파에서 뒹굴 거리면서 지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은퇴 후 초기에는 직장 후배나 동료들, 직장생활을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느라고 그야말로 ‘백수가 과로사’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은퇴 후 나름대로의 삶의 목표를 재설정하고 그에 맞는 생활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평생 소파에서 뒹구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삶의 목표 재설정과 새로운 생활습관 들이기는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다. 건강을 위해 은퇴 후 자유로운 생활여건에 맞게 생활습관을 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후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운다면, 그에 맞춰서 새로운 생활습관을 들이기가 훨씬 더 쉬워진다. 은퇴 후 삶의 목표는 은퇴 전에 미리 세우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은퇴 후에라도 가능하면 빨리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은퇴 이후에 귀촌하여 사는 것을 삶의 목표로 설정하였다. 그냥 단순히 귀촌하여 한가로이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게 아니라, 여럿이 어울려 살면서 부담 없이 즐겁게 일도 하면서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을 꿈꾸고 있다.
귀촌을 은퇴 후 삶의 목표로 설정한 다음에는 그에 맞춰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초기에는 귀촌에 대한 책을 읽고, 귀촌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어서 귀촌 희망지역을 방문하기도 하고 먼저 귀촌한 분들의 얘기도 들었다. 이 과정을 통해 귀촌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단체 귀촌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런 내 생각을 정리해서 <퇴직은 행복의 시작이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단체 귀촌을 하면 귀촌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인 소위 말하는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함께 즐겁고 가볍게 일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체 귀촌을 하면 함께 사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상담전문가 자격증인 ‘산업카운슬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단체 귀촌을 추진하다가 남원시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활력타운’ 사업을 알게 되어 거기로 귀촌하기로 결심을 했다. 이 사업은 남원시 운봉읍에 78가구의 대단지를 2026년 말까지 건설하는 사업이다. 그곳에 입주하게 되면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귀촌의 삶에 맞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남원으로 귀촌하기 전에 남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2023년에 두 달 동안 남원에서 ‘살아보기’도 해보았다. 물론 결과는 대만족. 하지만 올해와 내년에 다른 지역에서 두 달 살기를 더 해보려고 계획 중이다. 귀촌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린대로 사이트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귀촌 희망지에서 살아보기에 참여해보는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귀농귀촌지원 사이트인 그린대로에는 귀농귀촌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지원 방안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유용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 귀농귀촌 했을 때 정부의 지원을 받을 때도 가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4년에 내가 참여했던 ‘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끼리의 모임 지원 프로그램’도 상당히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2025년)에도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관련 사이트(https://www.greendaero.go.kr/svc/rfph/edc/offline/front/bscmnty.do)에 신청하면 된다. 사실 귀촌을 희망하는 분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귀촌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반대로 부정적으로 미리 결론을 내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는 귀촌 희망자들에게 귀촌을 ‘이민 가는 것’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마치 이민 가는 것처럼 귀촌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귀촌 준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동안 귀촌 준비에 필요한 관련 자격증을 이미 땄거나(산업카운슬러, 숲 해설가, 손해평가사 등), 준비하는 중(손해평가사, 숲길 등산지도사 등)이다. 이처럼 귀촌 준비 활동을 하다 보니 직장 생활할 때 못지않게 바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귀촌 준비를 하느라 힘들었었기 때문에 귀촌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다.
제 뉴스레터를 받아 보시는 분들 중에서 혹시 귀촌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말고 저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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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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