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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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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21호)

【 공감을 이끌어 내는 엔지니어가 성공한다. 】


가끔 제 동생네랑 식사를 같이 할 때가 있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동생네랑 따로 만나서 식사할 때도 있고, 명절 때 고향인 제주에서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자주 느끼는 것은 식사를 하면서 날리는 제 동생의 정겨운 멘트가 식사 분위기를 아주 화기애애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야, 이 나물 무침 맛있는데 …… 음, 이거 무슨 나물이에요?”

“음~~~, 이 생선조림, 참 맛있네. 간도 딱 맞고.”

“이 무김치는 아삭아삭 한 게 참 맛 있네. 조금만 더 익으면 정말 맛있겠다.”


제 동생은 반찬 한 가지를 먹을 때마다 음식을 음미하면서 제수씨나 어머니와 정겨운 대화를 나눕니다. 물론 표정에서도 아주 맛있다는 것을 약간 과장되다 싶을 정도로 표현합니다.

그 때마다 제수씨나 어머니는 흐뭇해하면서 ‘이건 무슨 재료이고, 양념은 어떻게 했다.’는 둥 얘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반면에 저는 말없이 밥을 먹는 편입니다. 물론 제가 밥을 맛없게 먹거나, 재료가 궁금하지 않아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저도 나름대로 몇 가지 요리(?), 예를 들어 김치찌개나 볶음밥 정도는 가끔 식구들이 해달라고 요청을 할 정도로 요리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식사 때는 말없이 먹어야 한다고 교육 받은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 편이죠.

그리고 속으로 생각을 합니다. ‘내가 밥 먹는 모습이나 표정을 보면 내가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걸 모르겠어?’라고요.


물론 제 어머니는 제가 맛있게 먹는다는 걸 잘 알겁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자식이 무언가를 표현해서가 아니라, 자식 그대로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어머니도 제 동생이 반찬이 맛있다고 표현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표정이 밝아집니다. 그리고 그 표현이 계기가 되어 다른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게 됩니다.

특히 제수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훨씬 더하죠. 제수씨는 제 동생이 날리는 멘트에 맞장구를 치면서, 요리 비법(?)에 대한 얘기를 서로 나눕니다. 그리고 어제 맥주를 마셨던 맥주집 분위기 등으로 대화가 옮겨 가면서 식사 자리는 정겨움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저도 요즘은 가끔 식사자리에서 반찬에 대한 칭찬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물론 제 동생만큼 자연스럽게 되지는 않지만 확실히 효과는 크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그런데 우리 엔지니어들은 대화를 할 때 공감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데 주력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논리적으로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마음속으로 공감을 하지 못하면 그 설득은 실패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설득은 감정, 즉 공감을 통해서 하는 것이고, 논리는 그 설득을 합리화시키는 과정이다.’라고 까지 말합니다.


좀 극단적인 예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흉악무도한 살인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죠.

객관적으로나 논리적으로 그 살인자는 나쁜 사람이고, 이 사회에서 추방되어야 할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살인자의 어머니도 같은 생각을 할까요?

아마 대부분의 어머니는 ‘아니야, 내 아들이 살인을 저지른 데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야. 내 아들은 그렇게 극악무도하거나 살인을 저지를만한 아이가 아니야.’라고 생각을 할 겁니다. 그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내린 논리적인 결론에 결코 설득되지 않을 겁니다.


영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낯선 고객을 만나 내 상품을 사라고 설득할 때는 상대가 나에 대해 먼저 공감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영업은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자신을 파는 것이다.’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보험이나 가전제품 판매왕이 된 사람들의 비결을 들어보면, 대부분 고객과의 친밀한 접촉, 즉 경조사 챙기기, 잦은 접촉, 확실한 A/S로 신뢰 쌓기 등 고객과의 인간적인 공감이 주류를 이룹니다.

물론 제품이나 상품의 우수성도 영업에 필수 조건이지만, 인간적인 공감대 형성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처음 영업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도 바로 고객과 공감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제품이 경쟁 제품보다 싸고 좋다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상대 고객의 편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즉 ‘내가 이익을 보기 위해 제품을 당신한테 떠맡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이익을 위해 내가 노력할 것이다.’라는 신뢰를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엔지니어들이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가 바로 ‘고객과의 공감 부족’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에 대한 인정입니다. 바로 상대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맞아 맞아’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려 주는 공감을 먼저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우리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이렇게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기 보다는 뭔가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려고 노력을 한다는 것입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20호)

【 창의적인 인재는 질문을 한다. 】



“제 강의는 이걸로 마치고 이제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손을 들고 질문해 주세요.”

“……”

“질문 없으세요?”

“……”


저는 일 년에 30회 이상 주로 <새로운 시대의 이공계 성공 전략>이라는 주제로 대학에 강연을 다닙니다.

그런데 강연을 하면서 느끼는 공통점 중의 한 가지는 학생들에게 ‘질문이 있느냐?’고 물으면 거의 묵묵부답이라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대학(원)의 수업 시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 이유야 잘못된 우리의 교육 방법에서 찾을 수 있겠죠. 아직도 ‘표준화된 인력’ 양성을 위해 주입식 교육을 하고, 정답이 있는 숙제를 내고, 외워야 풀 수 있는 시험을 내는 방식에 익숙해 있는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질문’을 기대하는 제가 잘못이겠죠.


하지만 지금은 'know-how' 보다는 ‘know-why' 내지 ’know-what'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지식정보화 사회 이후에는 'know-how'는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기 때문에, 콘텐츠 개발을 위한 ‘know-why' 내지 ’know-what'이 중요하게 된 것입니다.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은 시키는 대로만 해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통해 사물이나 사건의 내면을 들여다 볼 때 비로소 ‘콘텐츠’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좀 답답할지 모르지만, 학생들에게 질문과 토론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면서 배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각 공대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공학교육인증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한 가지가 바로 ‘창의적인 인재’ 양성입니다. 그런데 이런 창의적인 인재는 바로 ‘질문’을 통해서 키워질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아직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런 ‘창의적인 질문’의 부족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유대인들이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이유가 바로 ‘질문’을 많이 하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에 갔다 온 자식들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라고 물어보는 반면에, 유대인 부모들은 “선생님에게 질문을 몇 개나 했니?”라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저는 취업 대상 학생들을 면접 하면서도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때가 바로 질문의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면접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질문 사항이나 다른 할 말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듣는 대답은 “없습니다.”라거나 “퇴근 시간은 정확하게 지키나요?” 또는 “4대 보험은 보장됩니까?” 등의 황당한 질문입니다.

제가 안타깝다고 하는 이유는, 면접은 그 속성 상 피면접자인 학생이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면접하는 중에는 면접관의 까다로운 질문에 대답하느라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펴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피면접자에게 절호의 공격의 찬스가 주어졌는데, 그 좋은 찬스를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질문이 주어졌을 때, “이 회사는 대표이사님의 경영 이념이 인본 경영이던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고 계신가요?”라든가, “귀사에서는 베트남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데, 저도 베트남에 관심이 많아서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귀사의 베트남 사업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어 외에 요구하는 조건이 무엇입니까?” 등 긍정적이고, 자신이 면접 본 회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질문 하나를 통해 나타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지막 질문 하나를 잘 함으로써 기업에서 원하는 ‘열정적인 인재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창의력은 마술이다.

2009. 8. 3. 11:5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19호)

【 창의력은 마술이다. 】


얼마 전에 마술을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카드를 이용한 마술로 초보자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참석했는데, 마술을 배우는 2시간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마치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도 들면서 제가 진짜 마술사가 된 것 같은 환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마술을 구경만 할 때는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마술을 배우고 나니 마술이 그냥 눈속임만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마술은 참으로 ‘과학적이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물론 우리가 보는 것은 신기한 퍼포먼스지만, 그 이면에 그 마술을 보이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주 초보단계의 카드 마술을 배웠습니다.

예를 들어 카드를 펼쳐 놓고 한 관객으로 하여금 카드 한 장을 뽑도록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 카드를 제가 보지 못한 상태에서 탁자 위에 놓도록 한 다음에 제 손에 쥐고 있던 나머지 카드 뭉치를 그 뽑힌 카드 위에 올려놓고 그 카드를 섞은 다음에 관객이 뽑았던 카드를 알아맞히는 것이죠.

처음에 강사 마술사가 그 카드 마술을 보여주었을 때는 참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그걸 알아맞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능한 여러 경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리 점찍어 놓은 카드를 뽑도록 하나? 카드를 뽑는 관객과 미리 짰나? 아니면 마술사가 얘기했듯이 카드를 뽑은 관객의 지문을 볼 수 있는 특수 안경을 썼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런데 그 마술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비결은 관객이 뽑은 카드에 있지 않고, 내가 가진 카드 뭉치의 맨 아래 카드에 있었습니다. 관객에게 카드를 테이블 위에 놓으라고 탁자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제가 쥔 카드 뭉치의 맨 아래 카드를 슬쩍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제 카드 뭉치를 관객이 뽑은 카드 위에 올려놓으면, 제가 본 카드 위에 놓인 카드가 바로 관객이 뽑은 카드인거죠. 즉 카드를 펼쳐 놓고 제가 봤던 카드를 찾아서 그 위에 있는 카드를 지목하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왜 이렇게 별 것도 아닌 카드 마술 얘기를 길게 얘기하느냐고 의아하시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창의적인 사고도 바로 이런 거 아닌가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우리는 창의적인 사고가 마치 하늘에서 붕 떨어지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고(내가 가진 카드 뭉치의 맨 아래 카드)에 기반을 두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관객이 뽑은 카드)를 알아내야 하는 것이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들고 있는 카드 뭉치는 잘 보는데, 그걸 고객이 뽑은 카드를 알아내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데까지는 연결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의 임무는 ‘자신이 가진 카드만 알면 되는 것’이고, ‘고객이 뽑은 카드’를 알아내는 건 마케팅 담당자나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엔지니어가 그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왜냐고요? 자신이 가진 카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엔지니어)이니까요.

엔지니어가 자신이 가진 카드에 대한 정보를 마케팅 담당자나 경영자에게 전달하다보면 오류가 생길 수 있는데, 자신이 직접 그걸 활용하면 훨씬 효율적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최소한 자신이 가진 카드가 전부가 아니고, 그 카드에 대한 정보를 고객의 카드를 알아맞히는 데 활용할 경우에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는 사실만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기술적인 지식을 개발하는 것(카드 뭉치의 아래 카드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활용해서 고객에게 가치(고객의 카드)를 제공할까를 고민하는 게 창의적인 엔지니어입니다. 아니 역으로 고객의 카드를 알아내려면 내가 가진 카드들 중에서 어떤 카드에 대한 정보를 연결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내는 것이 바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입니다. 예를 들어 IT 기술을 IT 기기를 생산하는 데만 쓰지 않고, 요즘 트렌드인 유비쿼터스 건축에 어떻게 잘 활용되도록 할까하는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창의적인 사고가 아닐까요?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 18 호)

【기술은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이다]


1884년 NCR이라는 회사에서 금전등록기를 개발했습니다. 이 금전등록기의 등장으로 소매유통업은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사무자동화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된 것이죠. 하지만 처음부터 금전등록기의 판매가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부터 금전등록기의 판매가 급신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금전등록기의 기능과 우수성을 설명하지 않고, 당시 가게 주인들이 고민하는 바를 세일즈 포인트로 잡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즉 금전등록기의 계산의 정확성과 빠름을 선전하기보다는 금전등록기가 점원들의 삥땅(?)을 방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부터 가게 주인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제품이라도 그 제품의 기능 자체보다는 그 기능이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지난주에 보내드린 뉴스레터 17호에 서울에 있는 지하철역의 스크린 도어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스크린 도어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또 한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소개드릴까 합니다. 처음 스크린 도어가 설치 될 무렵 어떤 벤처 기업 사장님으로부터 스크린 도어를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기 전이라 저는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어떤 제품인지를 물어 보았습니다.

그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스크린 도어는 지금 우리가 지하철역에서 보는 옆으로 열리는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셔터(?)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셔터 식은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고, 실제 안전에도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의 사장님은 안전에는 절대 문제가 없다고 강변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내려오는 속도가 느린 것이 지하철 역 담당자들의 불만 사항이라, 더 빠르게 내려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로서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셔터 식은 스크린 도어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속도가 빠른 셔터 식 스크린 도어라뇨? 생각만 해도 지하철을 타고 싶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여러 곳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고 있는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셔터 식 스크린 도어가 설치된 곳은 없는 것으로 보아서 제 판단이 맞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엔지니어인 그 사장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깝습니다. 그 제품을 개발하느라고 시간과 돈을 들였을 텐데, 조금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지혜만 발휘했어도 지금쯤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대부분의 우리 엔지니어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벤처 붐이 한참 일어나서 엔지니어들이 벤처회사들을 많이 설립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느냐 보다는 기술 자체를 개발하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 엔지니어 창업자들이 사업 실패를 했던 가장 큰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나마 산업 사회에서는 그런 사고방식이 어느 정도 통했습니다. 싸고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사갔기 때문에, 오로지 싸고 좋은 제품만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제품은 기본이고, 그 제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 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브랜드와 콘텐츠가 중요하고,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아마 요즘 마케팅 방식의 변화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요즘 핸드폰을 돈 주고 산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핸드폰이 공짜일까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핸드폰을 장만하는 경우에 처음에는 목돈이 들지 않지만, 결국 월 사용료 안에 핸드폰 기계 가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핸드폰에만 그런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지만, 이러한 마케팅 방식(저절로 사도록 공짜로 주고 사용료를 받는 서비스)은 이미 일부 선진국에서는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도 일부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점차 집을 비롯한 모든 분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제품, 즉 기술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이고, 수익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통해 창출되게 변하고 있는 것이죠. 이제 소비자들은 점차 핸드폰이나 냉장고, 집 등을 소유하는 데에 가치를 두지 않고, 그 제품들이 자신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주느냐를 기준으로 돈을 지불하도록 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제품, 즉 기술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엔지니어들은 제품, 즉 기술은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가져야만 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 17 호)

【 고객과 윈-윈 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중요하다 】

요즘은 서울에 있는 지하철역마다 스크린 도어가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스크린 도어는 안전에도 좋고, 미관상에도 상당히 좋은 시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스크린 도어 설치와 관련해서 아주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소문으로 들었고, 실제로 그런 것인지는 확인을 못 해봤습니다만, 지하철 공사에서는 스크린 도어 설치비를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 했느냐고요?

그건 바로 스크린 도어를 설치한 회사에서 스크린 도어는 무료로 설치하되, 스크린 도어에 광고를 설치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스크린 도어 설치로 지하철 공사에서는 승객의 안전을 보호 해 줄 수 있는 이점이 생기지만, 부수적인 효과로 광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데, 그 권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스크린 도어 설치 회사에서 제시했다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십시오.

지하철 공사에게 돈을 들여서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도록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타당성 검토에, 납품 업체 선정에, 입찰 절차를 진행하다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돈은 돈대로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서 좋은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수익 창출에 실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하철 공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하나도 되지 않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승객의 안전과 미관을 개선할 수 있고, 그 스크린 도어 업체는 시설 설치비는 들지만,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윈-윈 구조를 제안하니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윈-윈 비즈니스 모델은 성공한 다른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전형적인 예가 바로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들입니다.

구굴을 예로 들어볼까요?

구굴이 어떤 사업을 하는 업체입니까?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지요?

그런데 구굴이 검색하는 데 돈을 받아서 수익을 창출합니까? 아닙니다.

구굴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바로 구굴의 뛰어난 검색 기능을 이용하려고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려는 광고 업체들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구굴은 광고업체들에게 광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필요한 사람들이 그 광고에 클릭한 수에 따라 돈을 받습니다.



구굴에서 검색하기 위해 찾아온 고객들은 검색 엔진을 무료로 이용하면서 필요한 경우 관련 광고를 통해 정보를 얻고, 광고업체들은 구굴을 찾아오는 수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손쉽게 광고를 할 수 있으니, 이렇게 모두가 윈-윈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냄으로써 현재의 구굴이 수익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입니다.

즉 기술(구굴의 뛰어난 검색 기능)은 그 자체가 돈을 버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고객들을 불러들이는 극히 일부 역할만 한 것이고, 수익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창출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기술 개발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기업의 성공여부를 더 크게 좌우한다고 합니다.

최근 뛰어난 기술 개발에 성공한 IT업체들의 고민 중의 하나도 바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입니다.

산업 사회에서는 뛰어난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돈을 버는 확실한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도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식사회에서는 지식이 힘이지만, 그와 반면에 지식이 너무 흔해져서 지식을 돈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때문에 지적재산권을 강조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지적재산권은 산업사회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낼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대학을 졸업하는 엔지니어들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콘텐츠를 개발하는 창의적인 능력보다는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했던 기술 개발 능력 위주로 교육을 받고 배출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 13 호)

【 성공하려면 강점을 살려야 한다. 】


토크 쇼의 여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자 중의 상위 리스트에 항상 올라가는 여자.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방송인. 누가 떠오르십니까?

바로 오프라 윈프리입니다.

그녀가 지금은 성공해서 토크쇼의 여왕, 아니 남녀 통틀어 1인자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그녀가 토크쇼에 데뷔할 때만 해도 그녀에게는 성공할 수 있는 요인보다는 실패할 수 있는 요인이 훨씬 많아 보였습니다.


그녀가 토크쇼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토크쇼 진행자는 백인 남성이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조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는 흑인에 여성입니다. 더구나 그녀는 여자로서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녀나 슈퍼 모델처럼 쫙 빠진 몸매를 가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날씬한 편은 아니지만 한 때는 100kg을 넘나드는 누가 봐도 뚱뚱한 체격이었습니다.

목소리만 나오는 라디오 방송이라면 모를까, TV에서는 그 당시 기준으로 보면 절대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하나도 갖추고 있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을 뒷받침해 줄 배경도 없었고, 남들은 한 가지만으로도 좌절할 만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부모의 이혼과 어머니와의 외로운 생활, 친척 오빠로부터 당한 성폭행, 미혼모, 마약 등은 그녀가 아버지에게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겪은 많은 불행 중의 일부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불리한, 아니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생각되는 여건 하에서도 그녀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그녀만의 차별화된 1등 능력, 곧 강점을 살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은 남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논리적인 얘기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친근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워낙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불우한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까, 동네의 강아지들과 심지어 돼지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녀가 어렸을 때 교회에 열심히 나갔는데(지금도 열심히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가장 큰 이유는 성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교인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칭찬을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토크쇼에서 그녀가 지금과 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인간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렸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토크쇼를 보면 꼭 이웃집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것 같은 편안함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백인 남성들이 하는 토크쇼가 틀에 박힌 유머를 구사한다면,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는 안방에서 엄마들이 하는 구수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만약 오프라 윈프리가 그 당시 일반적인 토크쇼 형태를 흉내 내서 백인 남성들이 했던 것과 같은 스타일을 따라하려고 했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 자신의 단점인 흑인, 여성, 뚱뚱함 등을 고치려고 집중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성공이 가능했을까요? 물론 ‘아니다’라고 누구나 대답할 것입니다.


대학에서 교수님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학생들에 대한 불평이 상당히 많습니다. ‘미적분도 제대로 안 배우고 공대에 왜 왔는지 모르겠다.’ ‘전공을 소홀히 한 채 쉬운 과목만 들르려고 한다.’ ‘공부에 대한 열의가 부족하다.’ 등등등

그렇지만 저는 교수님들이나 부모님들이 요즘 젊은이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그 강점을 살려서 그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겠는지 고민해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오프라 윈프리에게 너는 ‘여자에 흑인이고 예쁘지도 않고 내 세울 배경도 없으니까 방송에 나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고 하면, 지금의 오프라 윈프리가 있었을까요?

오프라 윈프리에게는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요?

우리의 자녀들도 오프라 윈프리처럼 단점 투성이지만, 그들이 성공할 수 있는 강점도 분명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강점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 해야 할입니다.


공학인증에서 얘기하는 상담도 단순히 전공과목 선택이나 취업에 관한 조언을 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각 학생들의 강점을 발견해서 그 강점을 키울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인 것이 아닐까요?

오늘부터 내 학생들, 내 자녀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찾아보도록 눈을 크게 뜨고, 따스한 마음으로 바라보도록 하지 않으시렵니까?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16호)

【독서 -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


제가 <대한민국 이공계 공돌이를 버려라>는 책을 내기 위해 여러 출판사를 접촉했을 때,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절했습니다.

그 이유는 책 내용은 좋은데, 엔지니어들은 책을 별로 읽지 않기 때문에, 엔지니어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 책이 많이 팔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래도 제가 앞장서서 판촉을 해주겠다고 한 출판사를 설득해서 겨우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책을 출간하고 나서 제가 받을 원고료를 모두 책으로 받은 다음에 제가 아는 엔지니어들에게 300권 이상 보내 주었습니다. 우편료까지 합치면 400만 원이 넘는 투자를 한 셈이지요.

그 후에 제가 책을 보내 드렸던 몇몇 엔지니어들을 만나서 애기를 해 보고는 역시 출판사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 내용이 참 좋더라. 학생들에게 와서 강의를 해 달라.’는 일부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전공 책도 읽을 시간이 없어서 아직 못 읽었다. 방학이 되면 시간을 내서 읽어 보려고 한다.’는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과연 그런 변명을 하는 사람이 방학이 되어 시간이 나면 책을 읽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왜 독서를 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시간이 없어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하지 못할까요?

성공한 CEO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딱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이 ‘독서광’이라는 겁니다.

그들이 시간이 남아돌아서 독서를 할까요? 아닙니다.

저의 경우에도 1년에 150권 이상의 책을 읽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책을 읽기 위해, 저녁에 TV를 보지 않습니다. 시내에 나갈 때는 가능하면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깨닫게 되면 자투리 시간을 내서 얼마든지 책을 읽을 시간을 낼 수 있습니다.

CEO들이 바쁜 시간 중에도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이유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변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적인 저항이 깔려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바를 받아들여서 자신이 변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데, 그런 변화 작업이 싫다는 것이죠.

한 마디로 ‘지금 이대로 만족하고 좋다’는 심리가 책을 읽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엔지니어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 이유도 명백합니다.

소위 말하는 전공, 즉 하드 스킬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하면서 살겠다는 의지의 반영(?)인 것이죠.

사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그런 태도가 통했습니다. 하드 스킬만으로도 얼마든지 차별화할 수 있고, 정년까지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지식의 수명이 5년, 아니 IT 분야 같은 첨단 분야에서는 반년을 넘기지 못하는 세상에서 과거 지식, 즉 하드 스킬만으로 살아가겠다는 생각은 너무나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 하나만 변하지 않고 모든 게 변한다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엔지니어들도 독서를 통해 지식을 업그레이드하고, 소프트 스킬을 익혀야 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15호)

【꿈을 파는 엔지니어가 되자】


지난 5월 21일 한구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개최한 제302회 과학기술정책포럼 & 미래전략포럼: ‘미래 과학기술 전망과 과제'」에 참석해서 미래학의 거장인 하와이 대학 교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데이토 교수는 이제 우리 사회는 지식정보화 사회를 넘어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로 진입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지식정보화 사회 이후의 사회 형태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표현을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의 감성이 중요한 세상이 된다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사회를 <감성 사회(Emotional Society)>라고 부르길 좋아합니다.

어쨌거나 짐 데이토 교수는 감성 사회 또는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과학기술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가 없으며, 감정에 호소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야말로 미래를 주도하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그는 제품의 품질을 논하는 기업인이 되지 말고 아라비안나이트를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꾼이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앞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은 전문적인 운동선수나 배우, 가수, 댄서가 돼서 사람들에게 꿈을 만들어 전달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영화, 비디오, 애니메이션, 게임을 통해 전문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우리가 좋아하는 할리우드, 발리우드,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등을 그 예로 들고 있습니다.

이제 엔지니어들도 단순히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는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감성 사회에서는 자신의 기술이 ‘꿈’을 만드는 하나의 도구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 기술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운동화를 잘 만들었다고 잘 팔립니까? 에어쿠션 등의 기능을 갖춘 운동화도 ‘나이키’라는 브랜드와 결합했을 때, 소비자들이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구입하게 됩니다. 스타벅스의 성공 요인도 좋은 커피에 ‘고급문화’를 파는 감성 마케팅을 결합시킨 것이었습니다. 이런 브랜드,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엔지니어가 요즘 기업에서 찾는 ‘창의적인 엔지니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2009년 1학기에 동국대에서 ‘기술이 만들어내는 미래 세상’이라는 주제로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겸임교수 제의를 받았을 때 그냥 일반적인 교과 과목을 가르칠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면 학생도 편하고 저도 편하겠죠? 하지만 저는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가르치는 강의는 다른 교수님들이 하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은 교과서에 있는 과거 지식이 아니라, 앞으로 미래 지식을 찾는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상은 했지만, 강의 진행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교과서를 중심으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다가 정답이 있는 과제를 내고, 암기해서 시험을 치루는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갑자기 제가 토론식 교육에다가 정답이 없는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서 과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니까 당황할 수밖에요.

하지만 저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이런 황당한 경험을 해 봤다는 자체만으로도 도움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우리가 살았던 세상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지식을 배워서 평생을 써 먹는 시대였다면, 이제부터는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은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일 뿐이고, 진짜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술은 자신이 쌓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단순히 교과서에서 배운 과거 지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고, 이를 통해 미래의 꿈을 만들어내는 한 단계를 더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 학생들이 세상에 나가서 그런 현실에 부딪치면 제가 그들을 힘들게 했던 방법을 떠올리고 다른 학생들보다는 먼저 자신만의 배우는 방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을 해 봅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14호)


【마케팅 하는 엔지니어가 되자】



며칠 전에 <홍천메디칼허브연구소>의 워크샵에서 <소통하는 엔지니어>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습니다.

그 워크샵은 홍천 주변의 관련 기업들을 초청해서 2년 동안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그 연구 결과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에게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그 자리에 참석한 기업들이 <홍천메디칼연구소>에 어떤 연구를 해 주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듣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발표 자리에 있으면서 흐뭇했습니다. 그 모습이야말로 엔지니어들이 추구해야 하는 연구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수요자가 원하는 연구를 하겠다는 자세 말입니다.

저는 이제 엔지니어도 마케팅 하는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마케팅에 관심을 안 갖는 엔지니어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제까지 엔지니어들은 주로 세일즈를 했습니다.

그럼 마케팅과 세일즈는 무엇이 다를까요?

한 마디로 ‘세일즈가 만들어진 제품을 파는 행위’라고 한다면, ‘마케팅은 제품이 저절로 팔리도록 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게 그거지 뭐.’라거나 ‘그게 그렇게 큰 차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개념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엔지니어들은 마케팅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저는 세일즈와 마케팅을 아주 쉬운 예로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요즘은 고속도로 휴게소도 아주 깨끗해졌습니다. 특히 화장실은 아주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남자 화장실에 가보면 소변기 앞에 표어(?)가 붙어 있는데, 그 표어의 표현이 날로 세련되어 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몇 년 전에는 ‘정조준, 앞으로 한 발자국만 더!’라고 쓰여 있었는데, 요즘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거나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라고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소변기 앞을 보면 아직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서 소변기 앞을 깨끗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디어란 부드러운 고무 재질로 파리 모양을 만들어서 소변기 정중앙에 붙여 놓은 것이죠.

그랬더니 소변을 보는 남자들이 누구나 그 파리를 떨어뜨리려고 앞으로 다가 갔습니다. 특히 소변이 앞부분에 떨어지기 쉬운 끝내기(?)를 할 때 그 파리의 진가는 유감없이 발휘 됐습니다.

앞으로 다가서면서 있는 힘을 다해 마무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마케팅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소변기 앞에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만드는 행위가 바로 마케팅인 것이죠.

위에 예시한 앞에다 표어를 붙이는 것은 그 표현이 아무리 젊잖아도 결국은 ‘좀 앞으로 다가와 줘요. 안 그러면 당신은 야만인이야.’라는 협박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걸 못 느낄 남자가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해서는 남자들의 마음을 살 수 없는 것이죠.

그런 위협을 전혀 못 느끼면서도 남자의 자존심(나도 파리를 떨어뜨릴 정도의 힘은 있다)을 자극해서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나가도록 하는 게 바로 마케팅이라는 뜻입니다.

꼭 파리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 예를 들어 디자인을 변경해서 소변을 보는 데 불편이 없을 정도로 서 있으면 주변에 소변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면 아주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 될 것입니다.

고객이 자신의 돈을 지불하고 제품을 사면서도 기쁨을 느끼게 만드는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가 이 시대가 원하는 마케팅 하는 엔지니어입니다.

아이포드가 출시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기 돈을 주고 사면서도 기쁘게 줄서서 기다리지 않았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이 전부라는 구시대적인 패러다임을 버리고,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12호)


【차별화된 인재를 길러내자】



공학 관련 교수님들을 만나서 얘기를 하다보면 나오는 공통적인 불만 중의 한 가지가 “요즘 공대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불평은 지방 대학일수록 심합니다.

심지어는 교차 지원을 통해 문과 학생들이 공과로 입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학생들은 수학2를 배우지 않은 채로 와서 전공 과정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라고 불평을 합니다.

그래서 공학인증 제도에도 미적분을 꼭 과정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전공 학점수를 대폭 늘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그런 상황을 초래하는 제도가 나쁘다고 비평하거나, 수학2도 배우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공대를 입학한 학생들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 나름대로 이런 현상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전공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학생들이 공대에 들어오는 현상은 대학진학률이 80퍼센트를 넘어서는 최근 대학의 양적 성장에서 발생한 피치 못할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을 입학한 1975년도의 대학 입학 정원은 약 7만 명이었습니다. 당시의 대학 응시생은 약 26만 명이었기 때문에 대학진학률은 27퍼센트 가량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6년도에는 57만 명의 고등학교 졸업생 중에 47만 명이 대학에 진학해서 82퍼센트의 진학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학진학률이 27퍼센트였을 때에 비해 대학진학률이 82퍼센트인 현재 학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물론 여기서 제가 말씀드린 학생의 질이란 과거 산업사회 기준으로 보았을 때의 학업 성취도를 말합니다.

제가 이런 수치를 제시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그러면 대학입학정원을 과거 수준으로 대폭 줄이면 되겠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입니다.

대학입학정원을 현재의 20퍼센트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까요? 20퍼센트 정원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 20퍼센트의 정원만 남기고 80퍼센트의 인원을 줄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는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의 사회는 과거와 같이 미적분을 잘하는 전통기술자도 필요하지만, 더 많은 숫자의 지식 기술자들이 필요합니다. 전통 기술자들은 공장과 연구소에 취업하면 되고, 지식 기술자들은 법조, 의료, 금융, 사업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도록 하면 됩니다.

지식 기술자들은 미적분을 잘 못하더라도, 전공에 대한 개념 이해만 있으면,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과 소프트 스킬 등 다양한 지식을 컨버전스(융합)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에서는 교수님들이, 사회에서는 리더들과 부모님들이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해 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이미 입학한 학생들에게 미적분을 못한다고 불평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소질을 찾아서 그들 나름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지식 기술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각 대학별로 학생들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지식 기술자의 모델을 만들고, 이에 맞춰서 공학교육 목표도 세워야 합니다.

한 마디로 각 대학별로 차별화된 지식 기술자를 길러내도록 하면 대학도, 학생도, 사회도 모두 만족하는 윈-윈의 대학 교육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