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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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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난 후의 치료가 중요한가, 아니면 병이 나기 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한가?’라고 물으면 아마 대부분이 ‘당연히 예방이 중요하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대부분에는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 정치인, 정부 관료도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 의료 현장이나 우리 실생활에서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 실천되고 있을까? 답은 ‘아니요.’ 내지는 ‘글쎄요.’라고 생각한다.

내가 10여 년 전부터 1년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다니는 치과가 있다. 치아에 별 이상이 있어서 다니는 게 아니라, 정기검진을 위해서 다닌다. 내가 잊어버리고 1년 동안 가지 않으면 그 치과에서 정기 검진할 때가 되었다고 연락까지 온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처음 그 치과를 찾았을 때는 치아에 약간의 이상이 있어서였는데, 그 치아를 치료하고 나서는 칫솔질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치간 칫솔을 사용하도록 권해 주었다. 그리고 잇몸 치료를 받도록 권유하였다. 잇몸 치료는 스케일링 차원을 넘어 치아와 잇몸 사이의 단단한 치석을 제거하는 것으로, 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위아래, 좌우로 네 번에 나눠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내가 그 치과를 찾았을 당시에 치아가 부실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치아에 별 이상이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치과의 예방 치료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3년 정도 지난 후 그 치과 원장이 치과를 그만 두어야겠다는 얘기를 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주위의 다른 치과 의사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예방 치료에 대해 비난을 하고 건강보험공단에도 항의를 하면서 괴롭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일부겠지만 다른 치과 의사들이 그 치과 원장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이유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 치과가 예방 치료를 함으로써 환자들(?)을 쓸어가는 것은 물론 치과의 기존 치료법이나 운영 방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 그 치과의 예방 치료 행위를 과잉 진단으로 판정하고 더 이상 예방 치료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데에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치과에서 시행하고 있는 예방 치료를 받아들이고 전국적으로 확대했다면 나처럼 국민들의 치아도 건강해지고, 치료비도 절감되어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치아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나빠지고, 치료비도 비교적 많이 들어가니까 더욱 더 예방 치료가 필요할 텐데 그걸 막는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최근 1년에 한 번 스케일링은 건강 보험 적용 항목에 포함하도록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더 나아가 요즘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사전 예방 내지 건강 검진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어쩐지 병원 수입을 올리기 위한 또 다른 의료 산업 육성 차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일부 의사들도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선별 검사를 실시해서 질병을 미리 알아내려는 노력이 환자를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병원, 제약회사 등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들이 의사들을 앞세워서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등의 진단 기준을 바꿔서 정상적인 사람들도 환자로 둔갑(?)시키기까지 하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조기 진단에 의해 나타나는 가장 큰 부작용인 예방적 조치로 취한 치료 행위, 예를 들면 수술 등에 의한 부작용이 커서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무시되고 있다.

물론 한국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에 의한 공공 의료 보장 시스템이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민간 의료 보험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국에 몇 년 살다온 나로서는 한국의 공공 의료 보장 시스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치료 중심이 아니라 예방 중심, 특히 병원과 제약 회사 등 의료 산업계의 이익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했으면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중국 한나라의 전설적 명의 화타의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날 황제가 화타의 명성을 듣고 직접 불러 칭찬을 했다. 그런데 화타는 자기 형님들에 비하면 자기는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황제에게 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 둘째 형님은 약간 아픈 정도의 병의 조짐이 보이면 미리 알고 조절해줘서 큰 병으로 발전하지 않게 해줍니다. 제 큰 형님은 얼굴의 안색만 보고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조절해줘서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고 무병장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그런 안목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큰 병에 걸린 뒤에 환자가 울고불고, 죽느냐 사느냐 할 때에 치료를 합니다. 그래서 큰 병에서 회복된 사람들은 제가 대단한 줄 알지만, 사실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 해주고, 또 큰 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치유하는 형님들의 능력에 비하면 저의 능력은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형님들보다 유명해진 이유입니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출처 : 메가경제 (http://www.megaeconom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