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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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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27호)

【 소통하는 엔지니어가 성공한다 】



“김 과장, 이 보고서 나 보고 다 읽어 보라는 거야?”

나는 내 앞에 놓인 두꺼운 보고서를 보고 기가 막혀서 김 과장에게 말했습니다.



제 회사는 하수 슬러지 재활용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업에 대한 사업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 관련 기술 개발 현황, 경쟁 회사 동향, 환경부 정책 방향 등을 조사해 올리도록 김 과장에게 2주 전에 지시했는데, 김 과장이 가져온 보고서를 보고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보고서는 인터넷을 뒤져서 편집을 했는지, 서론부터 시작을 해서 경쟁 회사의 카탈로그, 환경부의 통계 자료 등 정말 책을 한 권 내도 될 정도의 분량을 출력해서 제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보고서에는 김 과장의 의견이나 내용에 대한 요약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이 하는 말이 더욱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말씀하신 대로 현황 조사를 했고요, 판단은 사장님께서 하라고 한 겁니다.”

“그래도 내가 읽을 수 있도록 한두 장 정도로 요약을 해야지, 이 두꺼운 내용을 나 보고 다 읽으라는 거야? 그리고 김 과장의 의견도 들어 있어야지.”

“요약을 하면 내용이 제대로 다 전달이 안 될 것 같고, 또 어차피 제 의견을 제시해도 제 의견과 상관없이 판단은 사장님이 하실 거 아닙니까?”

“……”



이런 문제는 비단 제 회사의 김 과장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대학에 강의를 나가면서 학생들에게 숙제로 리포트를 제출하도록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강의하던 ‘기술이 만드는 미래 세상’과 관련하여 특정 분야(예를 들어 환경, 가정 등)에 대한 미래 모습을 조사해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면, 인터넷에서 뒤져서 여러 가지를 짜깁기해서 제출을 하는데, 내용이 산만하고 자신의 의견은 거의 없습니다.



정보가 넘치는 지식정보화 사회인 요즘은 정보 자체를 모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서 가치를 창출하느냐와 그 정보로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지식정보화 사회 이전인 산업사회에서는 지식정보 자체가 힘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 가지고 있어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지식이나 정보를 너도나도 찾아다녔기 때문에 그 정보나 지식을 구태여 전달하려고 하지 않아도 그걸 찾는 사람들이 알아서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식이나 정보가 넘치는 세상입니다. 내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내가 설득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엔지니어들은 과거 산업 사회에서 지식만 가지고 있으면 힘을 쓰던 시절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업 사회에서는 엔지니어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관련 전공 지식을 구태여 경영자나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려고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경영자나 소비자도 기술을 알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기술은 우리 삶과 동떨어진 엔지니어들만의 독점물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녹아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요즘 과학이나 기술을 대중에게 알리는 노력을 하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특수한 사람들만의 몫으로 남겨 두기에는 대중과의 소통, 경영자나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너무 중요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엔지니어들, 특히 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기술 관련 전공 지식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학‧경영학‧협상 기술 등을 익혀서 대중이나 경영자, 소비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런 소통의 중요성은 요즘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에 융합(convergence)이 중요해지면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기술 분야와의 융합을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이해와 내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술이 기술 자체로써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제학, 심리학 등 인문학과 사회학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제 가지고 있는 기술을 알아주지 않는 경영진과 소비자를 원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기술의 가치를 알리는 소통의 엔지니어들이 성공하는 세상입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