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695 호)
【 스위스 루체른 여행(2) 】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출발한 비행기는 11시에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지하의 기차역으로 이동한 다음 전광판에서 루체른 행 기차를 찾아 탑승했다. 스위스 기차는 지정석이 없고, 1등 칸과 2등 칸 구별만 있다. 우리는 2등석 스위스 패스를 구매했기 때문에 2자가 표시된 기차 칸을 찾아 탑승을 했다. 기차 안은 좌석에 여유가 많아서 커다란 트렁크를 입구 옆의 공간에 두고 그 옆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기차는 취리히를 거쳐서 루체른으로 향해 달렸다. 기차가 취리히 호수 옆을 달리는 동안 호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창문에 대고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렀다. 12시 반을 조금 넘어 루체른 역에 도착한 다음 짐 보관함에 트렁크를 집어넣고 점심식사를 할 식당을 찾았다. 마침 근처에 ‘꽃보다 할배’에 나왔다는 한국 식당이 있다고 해서 거기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루체른 역을 나와 좌측 길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간 다음 다시 좌측으로 가면 나온다고 하던 식당이 보이지를 않아서 결국 구글 맵을 이용해서 찾았다. 이때 배운 구글 맵 활용법은 나중에 내가 혼자 밀라노 거리를 헤맬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식당에 들어섰는데, 손님은 물론 웨이터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마침 우리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나온 사장이 “스위스는 이제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편한 면도 있지만, 코로나에 걸리면 개인이 알아서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좀 불만도 있다.”고 얘기를 했다. 오랜만(?)에 비빔밥과 김치찌개 등으로 배불리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루체른 관광에 나섰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카펠교였다. 카펠교는 루체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니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카펠교는 지붕이 있는 다리로, 천정에는 루체른 역사에 관련된 벽화들이 장식되어 있었지만, ‘아, 이런 벽화들이 있구나.’ 하는 정도만 건성으로 보면서 지나쳤다. 루체른에는 워낙 많은 볼거리들이 있기 때문에 오후 반나절 동안에 다 둘러보려면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카펠교 다리를 지나서는 강을 따라 강 하류 쪽으로 내려가면서 구경을 했다. 아담하면서도 정겨운 건물들 사이를 걷다가 어느 교회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행렬을 만났다. 예식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한국에 비해, 이런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참 낭만적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폭은 한강보다는 좁았지만, 다른 유럽의 강들에 비해서는 넓은 편이었는데, 강물은 굉장히 맑고 또 상당히 세차게 흘렀다. 아마도 강 상류에서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제크 성벽이 보이는 입구에 마침 화장실이 있어서 모두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말했다. 스위스에는 공중 화장실이 별로 없기 때문에 화장실이 보이면 무조건 다녀오는 게 좋기 때문이다. 무제크 성벽을 오르면서 바라보는 강물은 또 다른 운치를 더해주었다. 나지막하고 고전적인 건물들과 어우러져 흐르는 짙푸른 강물은 자꾸 바라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무제크 성벽 끝을 지나면서 강물과는 이별을 하고 성벽을 따라 약간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가파른 길이 끝나고 평지를 만나자 성벽에 솟아 있는 망루를 만났다. 망루 안에는 가파른 계단이 이어져 있었는데,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 비켜줘야 하는 정도로 계단이 좁았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계단을 올라 망루 꼭대기에 오르니 루체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조금 전 시내를 걸으면서 감탄을 했던 강물도 더 푸른색으로 치장을 하고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아울려 멀리 보이는 높은 산과 강물의 끝에 연결된 호수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망루의 높이가 높아서 그런지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알프스 산봉우리들이 더욱 더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머리에 새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산봉우리들이 ‘어서 오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루체른에서 인터라켄까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저기 보이는 산봉우리들이 내일 우리가 올라갈 융프라우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루체른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게 될 산봉우리일 것 같다는 생각에 친근감이 들었다. 성벽을 걷는 사람들의 수에 비해 망루에 올라오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아마도 망루가 높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벽을 따라 몇 개의 망루가 있었지만, 우리 일행 모두 다시는 망루에 오르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음 목적지인 ‘빈사의 사자상’을 찾는 데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 중간에 쇼핑센터와 큰 길이 있었는데, 빈사의 사자상은 골목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성벽을 걷느라고 지쳤는지, 빈사의 사자상을 찾은 다음 사진을 찍고, 그 옆에 있는 빙하공원을 둘러보자고 했더니 다들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 시간도 그렇고, 지친 다리로 빙하공원을 둘러보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 빙하공원 앞에서 사진만 찍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만난 루체른 호수도 환상적이었다. 시간만 된다면 짙푸른 루체른 호수 위에서 유람선을 타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역이 보이자 “이 아름다운 루체른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인터라켄에서의 반나절 일정을 빼고, 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리기산,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오르는 필라투스 산, 중부 스위스에서 가장 높다는 티틀리스 산에 정상에 올라 알프스와 호수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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