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697 호)
【 스위스 루체른에서 인터라켄 가는 길 】
반나절의 루체른 여행을 마치고 루체른 역에서 가방을 찾은 다음에 오후 5시 조금 지나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이처럼 서둘러서 기차를 탄 이유는 루체른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어두워지면 아름다운 경치 구경을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기차 구간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골드패스 라인이라고 했겠는가. 실제로 취리히에서 루체른까지의 기차 길 풍경도 나름 괜찮았지만, 루체른에서 인터라켄 구간의 풍경에 비하면 정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만약 취리히에서 인터라켄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누군가가 나에게 자문을 구한다면, 루체른에 머물 시간이 없고, 기차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는 수고를 감수하고라도 골드패스 라인을 타보기를 강력하게 권할 것이다.
루체른 역을 출발한 기차는 루체른 호수를 뒤로 하고 산기슭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기차는 터널을 지나 달리다가 산 풍경이 지루해질 만 해지자 다시 루체른 호수를 잠깐 보여주고는 눈이 쌓인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달렸다. 기차 길 옆의 손에 닿을 듯한 집들 하며, 짙푸른 초원의 모습과 그야 말로 깎아지른 듯한 산기슭 풍경을 보니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면서 저절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 골드패스 라인에서 찍은 사진이면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더라도 모두 예술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풍경 자체가 예술이었다. 취리히, 루체른 등 대도시를 구경하면서도 스위스라는 것을 어느 정도 느끼긴 했지만, 골드패스 라인이 보여주는 풍경을 보니 이제 정말 스위스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30분 정도 지나자 호수 옆 평지를 지난 기차는 본격적으로 깎아지른 벼랑 위의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오면 떠내려갈 것 같은 가파른 절벽 위의 기찻길을 따라 달리는 기차에 타고 있으니, 괜히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 건설 분야에 근무하는 직업상 본능인지, 기찻길을 세심하게 살펴봤지만, 가파른 절벽 길에 대비한 특별한 구조상 특징은 찾아낼 수 없었다. 기찻길의 안정성은 아마도 튼튼한 암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산사태는 암반 위에 있는 토사가 빗물을 머금었다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흘러내리면서 생기는데, 산 위를 지나는 스위스 기찻길 하부에는 토사가 적어 비가 오더라도 흘러내릴 염려가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골드패스 라인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기찻길을 내기 힘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기차 통행 횟수가 적어서 그런지, 철로가 단선이라는 점이었다. 기차가 가다가 역이 아닌데도 산 중턱에서 잠깐 정차하곤 했는데, 그러면 조금 있다 반대편에서 기차가 지나쳐 가곤 했다. 루체른에서 인터라켄까지 걸리는 시간이 1시가 50분인데 반해, 기차 운행 시간 간격이 1시간 정도이기 때문에 반대편에서 오는 기차끼리 마주칠 확률은 2번 정도가 아닐까 하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루체른에서 인터라켄까지 갈 때 역에서 교행한 횟수까지 합하면 2번이 넘었던 것 같은데, 이는 아마도 다른 곳으로 가는 기차가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에 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우리 일행 네 명은 4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을 한 사람씩 독차지하고 앉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좋은 풍경이 보이면 좌우 빈 좌석을 옮겨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2명씩 마주 보며 앉을 수 있도록 배치된 자리에는 창가에 조그만 탁자가 붙어 있었는데, 그 탁자에는 기차 노선이 그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지도에 나와 있는 기차역마다 정차를 했지만, 인터라켄에 가까이 가서는 작은 기차역을 건너뛰면서 띄엄띄엄 정차했다. 루체른을 출발한지 1시간 반이 지나자 기차는 인터라켄 호수를 따라 그림과 같은 풍경을 보여주면서 마지막 줄달음을 쳤다. 그리고 정확히 1시간 50분 만에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했다.
인터라켄 동역은 울타리도 없이 바로 앞의 광장과 연결되어 있어서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역 앞 광장에 서자 바로 앞에 쿱(COOP)이 보여서 일행 중 두 사람은 저녁 먹을거리를 사려고 쿱으로 가고, 나와 다른 일행은 미리 예약해놓은 호텔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들고 간 지도로는 도저히 방향이 가늠이 되지 않아 여기저기 보이는 지도를 들여다보았지만 결국 지도로 찾기를 포기하고 구글맵을 써보기로 했다. 그런데 구글맵으로는 예약한 호텔이 1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한국에서 예약을 할 때는 인터라켄 동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역 앞에 서있는 택시 운전기사에게 물었더니 걸어서 갈만한 거리라고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역 앞에 자주 서는 버스를 타면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 지친 다리를 끌고 걸어서 겨우 호텔에 도착했다. 스위스 패스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버스 탑승도 공짜였는데, 모르니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헛고생을 한 것이었다.
인터라켄 호텔은 관광지답게 가격에 비해 시설이 별로였다. 출장을 위해 머물렀던 대도시 호텔들에 비해 시설도 상당히 낡고, 서비스도 별로였다. 그래도 요즘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적고, 비수기라 더욱 더 한가한 덕분에 비교적 싼 가격에 호텔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만도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짐을 푼 다음 한국 식당을 찾아 나섰는데, 인터넷에 근처에 있다고 나와 있는 한국 식당은 거의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아마도 코로나19로 한국 관광 손님이 줄어들자 장사가 안 돼서 폐업 내지 전업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동역 앞에 한국식당이라고 나와 있는 곳을 찾아가서도 결국 찾지 못하고 그 근처에 있던 중국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도 했다. 한국 식당 찾기를 포기하고 결국 호텔 아래층에 있는 식당에서 피자와 맥주를 시켜서 먹으면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피곤한 몸에 맥주까지 한 잔 하니 호텔방에 들어왔을 때는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스페인 빌바오에서 아침에 출발하여 취리히까지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서 기차로 루체른까지 간 다음, 루체른에서 반나절 투어를 하고 인터라켄까지 기차를 2시간이나 타고 도착하는 강행군을 했으니 지칠 만도 했다. 낡은 침대 위에 누워 내일은 날씨가 좋아서 융프라우 풍경을 제대로 구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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