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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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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카드대란 때의 57%, 5년전 금융위기 때의 76%
정상 신용등급 회복 못해

벗어나기 힘든 신용 불량자 낙인 그래프

간호사로 순탄했던 김모(55)씨의 인생은 외환 위기로 무너졌다. 정리해고를 당한 남편이 1998년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작은 배달업체를 차렸지만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 김씨 부부는 신용 불량자(금융 채무 불이행자) 신세가 됐고, 월셋집을 전전했다. 김씨가 현금으로 월급을 주는 방문판매원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떠맡았다. 의료기, 화장품 등 안 팔아본 게 없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김씨 부부의 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다.

외환 위기가 터지고 15년이 지났지만 김씨처럼 당시 신용 불량자로 전락했던 채무자들의 절반(51.8%)은 아직도 신용등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6등급(전체 10등급)의 정상적인 신용등급에서 7등급 이하 저(低)신용등급으로 추락한 뒤 헤어나지 못한 것이다. 10년 전 발생한 카드 사태로 신용 불량자가 된 채무자의 57.4%도 여전히 정상적인 신용등급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5년 전 금융 위기의 경우는 신용 불량자가 된 뒤 신용등급을 회복하지 못한 채무자가 75.8%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개인 신용 정보 평가 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가 대출자 10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은행이 작성한 '금융 위기 이후 저신용 가계 대출자 현황' 보고서에 나온 것이다. 외환 위기는 1998~2000년, 카드 사태는 2003~2004년, 금융 위기는 2008년이다.

한번 신용등급이 추락해 신불자가 되면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고금리를 물어야 하는 제2금융권과 사채를 전전하면서 좀처럼 빚의 악순환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

40대 자영업자, 저신용자 추락률 가장 높아

가장 최근의 경제 위기인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명예퇴직을 한 40대 대출자들이 저신용등급으로 추락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재취업을 하지 못하자, 치밀한 준비 없이 생계를 위해 치킨집 등을 서둘러 창업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신용평가회사들의 자료를 토대로 2008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5년간 대출자 50만명의 신용등급 변화를 추적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신용등급으로 추락한 대출자 가운데 40대의 비중이 30%로 가장 높았다. 30대(26%)와 50대(23%)는 20%대였다.

또 명예퇴직 등으로 샐러리맨에서 자영업자로 직업을 바꾼 대출자들의 저신용등급 하락률은 18%로 계속 직장을 다니는 경우(9.9%)에 비해 크게 치솟았고, 무직자(17.2%)보다도 높았다. 자영업자로 변신한 샐러리맨 가운데 저신용자로 추락한 사람들은 여러 곳에서 빚을 진 다중 채무자 비율이 21.9%로, 기존 자영업자가 저신용으로 추락해 다중 채무자(10.3%)가 된 것에 비해 2배에 달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명예퇴직을 한 40대들은 창업에 대한 별다른 준비가 없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진 빚을 갚기 어려워지면서 저신용등급으로 추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4년 2월 6일 이진석, 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