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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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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취임 1주년 점검 ③도시농업 확대
5명 중 1명 텃밭 관리 소홀 "충분한 설명 않고 모집"
진보신당 "광화문광장 벼농사 공공성 무시, 홍보용 아닌가"

지난 22일 오후 5시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노들텃밭'. 2만2554㎡(6822평·축구장 세 배 면적) 넓이 텃밭에 시민 5명이 나와 배추와 무를 가꾸고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원래 오페라하우스를 지으려던 이곳에 지난 6월 '도시농업 원년' 선포식을 갖고 텃밭을 만들었다. 시장 선거 당시 공동체 텃밭 등 다양한 도시농업 공간을 넓히겠다고 한 공약을 지키는 차원에서였다.

당시 이 노들섬 텃밭은 609가구에 나뉘어 분양됐다. 보통 1가구당 2~3명씩 나와 텃밭을 일구기 때문에 이용자가 1000명을 훨씬 넘는 셈. 하지만 이날뿐 아니라 주말에도 만원(滿員)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22일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려 특히 방문자가 적긴 했지만, 23일 오전에도 견학을 나온 어린이집 아이 64명을 제외하면 밭일을 하러 나온 시민은 18명에 불과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하루 평균 117명(평일 85명·주말 189명)이 노들섬 텃밭을 가꾸기 위해 찾는다. 1주일에 3~4차례씩 나오는 열성파는 20% 정도. 60%는 한 달에 2~3차례, 나머지 20%는 심어 놓은 농작물이 시들 정도로 무관심한 이용자들이다.

박 시장 의지에 따라 서울시 도시농업 규모는 지난해 52개소 21만5693㎡에서 올 들어 121개소 44만4328㎡로 2배 이상 늘었다. 노들섬 외에도 서울 강서구 개화동에 다문화가족농원을 만들었고, 용산가족공원·관악구 청룡산·노원구 불암산 일대에도 텃밭이 마련됐다. 광화문광장에는 상자 벼가 쌓였고, 박 시장은 신청사 집무실에 '희망소원(希望小園)'이라 이름 붙인 텃밭 상자를 들여놓았다. 강서구 마곡지구에도 도시농업 공간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서울시는 2020년까지 주변 자투리땅을 텃밭으로 바꿔 가구당 3.3㎡ 이상 도시농업 실천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지금은 1인당 1.1㎡다.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촌 상암두레텃밭(2342㎡)이나 개화동 실버·다둥이·다문화가족 농원(1만1600㎡) 등에서는 주말마다 텃밭을 가꾸는 시민으로 북적인다.

그럼에도 서울 도시농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분석이 있다. 양적으로는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립대 김완순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도시농업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일단 텃밭부터 만들고 이용자를 모집하다 보니 소외된 사람들도 있고 일부 방치된 곳도 생긴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텃밭을 찾은‘상도어린이집’아이들이 상추를 가꾸며 텃밭 체험을 가졌다. 주변 생태 관찰도 함께했다. /김지호 객원기자
지난 6월 광화문광장에 벼 모종을 심어 세운 상자 논 1400여개는 '전시성'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당시 "(광화문)광장을 시정 운영의 방향을 서울시민에게 전시하고 홍보하는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농업의 가치를 앞세워 광장의 공공성을 무시했다. 도대체 누가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설치한 상자묘를 시민들에게 보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농작물이 자라기 어려운 겨울에 어떻게 텃밭을 활용할지도 과제다. 텃밭 공간이 대부분 공공장소라 놀려둘 수 없지만 이미 텃밭이 자리 잡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 송임봉 도시농업팀장은 "큰 규모 텃밭에서는 자체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준비, 시민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들텃밭에는 올겨울 스케이트장을 만들거나 고구마 막걸리 만들기·김장 담그기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이종석 명예교수는 "도시농업은 추수 기쁨을 느끼는 정서적 효과도 있을 뿐 아니라 열섬화 현상도 막고 옥상 텃밭 등으로 건물 냉난방비도 줄이는 효과도 있어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이를 마치 정치적·정략적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2년 10월 24일 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