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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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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과학두뇌' 전쟁 중>

기술+상상력
건강검진 거울·자폐아 시계…상상 초월한 기술 개발

예술가+과학자
150명 석·박사 학생 중 30%…음악·미술 등 非이공계 전공

창의성+개방성
모든 벽면 유리로 마감…한 공간 3개 연구팀 공동작업


평범한 거울이었다. 컴퓨터 모니터와 화이트보드 사이에 아무렇게나 서 있는 거울을 무심코 들여다보던 기자에게 알렉산드라 칸 MIT미디어랩 홍보담당자가 말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거울이에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옷매무새뿐 아니라 건강 상태도 점검할 수 있죠."

MIT미디어랩은 듣던 대로였다. 모든 벽이 유리로 만들어져 각 연구 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6층짜리 첨단 건물에는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신기한 물건이 가득했다. 건강 상태 점검 거울(cardiocam)은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 연구팀이 자리한 2층에 있었다. 이곳에선 전산 시스템과 인간 감정 간 벽을 허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자폐증 아동의 상태를 측정하는 손목시계도 있다. "평범한 어른이 자폐증 아이의 감정을 읽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요. 갑자기 이유 없이 화를 낸다고 생각하죠.이 손목시계 모양의 기계를 사용하면 아이가 현재 어떤 감정상태에 있는지,지금이 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도 될 때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죠."(매튜 굿윈 연구원)




◆상상을 기술로 현실화하다

1985년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박사가 설립한 MIT미디어랩은 미래 기술 연구의 대명사처럼 여겨져온 곳이다. 사실 '미디어'라는 이름은 무슨 연구를 하는 곳일까 혼란스럽게 한다. 칸은 "미디어는 쌍방향성,커뮤니케이션 등을 뜻하지만 우리는 기술로 가능한 모든 것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언뜻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엉뚱한 아이디어들이지만 MIT미디어랩은 기술을 통해 상상을 현실화하고 있었다.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도 상상 속에 머물던 것을 MIT미디어랩이 세상에 선보인 작품이다.

'만질 수 있는 미디어' 연구팀이 위치한 3층에서는 일본계 이시이 히로시 교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허공에 대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동작 유저인터페이스(UI)' 기술을 연구 중이다.

MIT미디어랩에선 350개의 이 같은 미래 기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바퀴가 360도로 회전해 평행주차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전기 자극을 주면 마음대로 모양을 변하게 할 수 있는 콘크리트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음악가,과학자가 되다

창의성과 함께 MIT미디어랩 교수와 학생들이 공유하는 가치는 다양성이다. 23명의 교수 중 같은 전공은 없다. 학생들의 배경도 다양하다. 전체 150명 석 · 박사 학생 중 70% 정도는 공대생이지만 디자인 · 심리학 · 음악 · 무용 등 비이공계 전공이 30%에 달한다.

작년 10월 지중해의 작은 나라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에선 특별한 오페라가 공연됐다. '죽음과 힘(Death and the Powers)'이라는 제목의 공연에는 거대한 하프를 연상시키는 '샹들리에'라는 악기와 '로봇 합창단'이 전자 신호를 주고받으며 음악을 만들어 냈다.

총감독은 MIT미디어랩의 '미래 오페라(Opera of the Future)' 연구팀을 이끄는 토드 매코버 교수.줄리아드음대에서 전자음악을 전공한 세계적 음악가다. 21세기 과학기술을 클래식 음악에 접목시킨 이 오페라는 음악계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월드 투어'가 진행 중이다. 올 3월에는 시카고,4월에는 보스턴에서 공연을 했다.

◆창의성에 개방성을 더하다

2009년 새로 지어진 신관은 미디어랩의 이 같은 융합 정신을 상징한다. 일본의 저명한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가 설계한 이 건물은 기둥을 제외하곤 모든 벽이 유리로 이뤄져 있다. 위층 연구실에서 아래층 연구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조다. 한 연구 공간엔 3개 정도의 연구팀이 함께 일한다.

칸은 "각 그룹이 다른 그룹의 연구 과제를 알 수 있도록 해 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설계"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을 통한 개방과 공유를 강조하는 조이 이토 신임 소장의 부임은 MIT미디어랩이 외부 세계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 2011년 6월21일 기사, 보스턴=유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