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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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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앤컬쳐> (www.atrsnculture.com)라는 공연 관련 잡지에 제가 칼럼을 게재합니다.
매달 한 번 나오는 잡지인데, 주제는 <예술 속의 과학 기술>입니다.
2010년 7월 호에 실린 원고 내용입니다.


예술과 과학 기술!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 어색한 느낌이 드는 단어들이다. 예술은 뭔가 감성적이고 우아한 느낌이 드는 반면, 과학 기술은 왠지 차갑고 세속적인 느낌이 든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과학 기술을 몰라도, 아니 알 필요가 없고, 과학 기술을 하는 사람은 예술을 멀리 하는 게 당연하다는 게 널리 퍼져 있는 선입관이다.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물론 당연히 그렇지 않다. 사실 예술과 과학 기술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리스 로마 시대를 거쳐 르네상스 시기까지만 해도 과학 기술과 예술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에 있었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 한 사람이 예술도 하고, 과학 기술도 했었다. 대표적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경우에는 미술가이면서, 조각가였고, 과학 기술에도 정통했었다. 중세까지만 해도 과학 기술을 하는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되었고, 인문 분야까지도 망라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런 흔적을 지금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나는 ‘공학 박사’이지만 ‘철학 박사’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공학 박사다. 하지만 내가 받은 공학 박사 학위를 영어 표기로 할 때는 약어로 PhD, 풀어 쓰면 Doctor of Philosophy이니 철학 박사가 틀림이 없다. 사실 중세까지만 해도 철학 분야 안에 과학 기술, 예술, 인문학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으니 공학을 하는 내가 철학 박사라는 해석이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요즘에야 좁은 의미에서의 공학 박사에 머무르지 않고, 철학 박사로서의 내 소임을 깨닫고, 진정한 철학 박사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자연 현상을 해석해서 수식화 하고, 경제관념을 집어넣는 현대적인 의미의 공학박사를 뛰어넘어 공학적인 관점에서 인생의 의미를 해석하는 철학 박사로서 내 임무를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철학이라는 분야 내에서 과학 기술과 예술, 인문학이 각각 제 나름대로의 역할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통합되어 있던 시대를 지나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각 분야가 분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산업 혁명을 주도했던 과학 기술은 예술, 인문학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통합보다는 전문화가 환영받는 시대를 만들었다. 과학 기술이 우리 실생활과 멀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다시 과학기술이 우리 실생활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과학 기술, 예술, 인문학이 통합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소위 말하는 융합의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요즘은 실생활에서 과학기술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던 각종 기기들이 우리 실생활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기는 컴퓨터다. 1980년대만 해도 컴퓨터는 냉난방이 잘 된 방에 모셔지고, 아주 특수한 용도에만 사용되었는데, 지금은 컴퓨터가 각 개인들의 책상 위에, 아니 우리 손 안에 놓여있다. 그밖에도 핸드폰, 가전제품 등 너무나 많은 기기들이 우리 실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과거에는 전문가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었던 전문용어들이 이젠 웬만한 일반인들도 너무나 흔히 쓰는 용어가 된 경우가 많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컴퓨터에 쓰는 각종 용어들, ‘지구 온난화’, ‘오존층’ 등 환경 관련 용어들, ‘체세포’, ‘유전자’ 등 바이오 관련 용어들은 이제 거의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요즘 아바타로 대표되는 ‘3D’ 영상, 애니메이션 등 첨단 기술의 도움이 없이는 이제 영화는 거의 존재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백남준으로 대표되는 비디오 아트도 기술을 미술 활동에 접목시킨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미술의 경우에는 색채를 표현하는 물감 자체가 화학 기술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다. 아무리 위대한 미술가도 색채를 나타낼 수 있는 물감의 개발 없이는 탄생할 수가 없다. 또한 요즘은 컴퓨터를 이용해서 곡을 작곡하는 음악 프로그램도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전자 음향기기를 떠나서 음악을 생각해볼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음악가들이 과학 기술을 알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이와 같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예술 속에 숨어 있는 과학 기술들을 찾아내어 여기 소개해볼까 한다. 얼마나 과학 기술을 쉽게 표현하느냐 하는 숙제를 떠안는 것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예술 분야에 과학 기술의 역할을 소개하려는 시도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김송호

공학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입학사정관

저술가, 강연가, 헤드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