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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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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미래 모습

2009. 8. 7. 11:2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의사는 공급의 과잉과 전반적인 인구분포의 변화로 인해 불안정한 직업이 된지 벌써 오래 됐다. <메디컬투데이>는 2009년 7월 7일에 ‘의사도 실업자 시대, 실업자 의사 6800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를 내보낸 의도는 이제 의사도 남아돌게 됐으니 의사의 공급을 줄이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었을 게다. 의사가 더 이상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라는 취지의 보도는 이 기사만이 아니었다. 2009년 3월 27일자 국민일보의 <쿠키뉴스>에 실린 기사를 잠깐 살펴보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개업하는 병․의원이 점차 늘어나면서 작년(2008년)에 3348개소가 문을 열었다. 반대로 문을 닫은 병․의원은 2007년(2147개)보다 소폭 늘어난 2218개나 됐다. 파산위기에 몰린 의사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법원에 호소하면서 개인회생 신청도 급증했다.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의사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지난해 82건으로 전년도 41건에 비해 2배나 늘었다. 올해(2009년)도 최근까지 벌써 32건이 접수됐다.




                       <그림 3-3> 병‧의원의 연도별 개‧폐업 현황

                                  (국민일보 <쿠키뉴스> 참조)


의사는 현재의 모습도 불안정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인류가 생존하는 한 생명에 대한 애착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가 기다리고 의사는 진료실에 앉아서 환자를 맞는 공급자(의사) 중심의 진료형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진료과목이 피부과, 소아과 등으로 구분된 가운데 어떤 특정한 진료과목을 전공한 의사는 평생 그 전공 하나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설사 전공을 계속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의료기술을 따라가려면 지속적인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의료분야도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인구변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 세계화, 이동성, 여성성의 중시 내지 강화 등에 의해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우선 인구변화에 따라 진료과목별로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이다. 벌써 저출산의 영향으로 소아과와 산부인과의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대신에 여성성의 중시 내지 강화에 따라 성형외과가 약진하고 있고,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건강의료가 눈에 띄고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인구의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환자의 질병을 치료해준다는 개념을 넘어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대체의학의 발전이 점점 더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대체의학은 동양적인 치료방법을 응용한 것이 많으며, 대증요법적인 사고를 하는 의사들도 점차 동양의학적인 접근방법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는 위생조건의 개선과 치료약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인해 세균에 의한 감염보다는 물질문명의 발전에 따른 정신적인 요인에 의한 질병이 많아질 것이므로 동양적인 치료법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첨단과학기술의 발달로 진단기기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니 그런 진단기기를 갖출 수 없는 동네의 소규모 의원들은 앞으로 정신적인 상담의 비중을 높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이런 단계가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병․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값비싼 진단기기를 장만해야 하는 탓에 져야 하는 재정적 부담은 한국에서도 이미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2009년 3월 27일자 기사를 보자.

…병원 문을 여는 데 드는 평균비용은 인테리어와 의료기구 리스까지 2억∼3억 원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매월 임대료 400만∼500만 원에 간호사 인건비, 수도요금 등 관리비까지 합하면 매월 1000만 원은 벌어야 수익이 난다. 대한의사협회의 김주경 공보이사는 “환자 1인당 진료비와 보험공단에서 청구한 돈을 합하면 1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며 “하루에 환자 100명 이상을 봐야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망하는 의사는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아예 대형 병원의 의료기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의사에게 개업을 허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는 의사가 청진기 하나만 있으면 개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9년 6월 29일자 <매일경제신문>에 ‘싱가포르 영리병원 재정지원 없이도 수익’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를 보자.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의사들이 청진기 하나만 있으면 개업할 수 있는 나라다.

의사는 자격증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개원을 하여 임차료와 기타 운영비를 벌어서 충당하면 된다. 이처럼 의사들이 손쉽게 의료현장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바로 ‘개방병원제(attending system)’가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개방병원제는 의사들이 병원 사무실을 임차해 진료를 하면서 값비싼 의료기기와 수술장비를 병원시설과 함께 이용하는 제도다.

싱가포르에서 대표적인 개방병원은 글렌이글스(Gleneagles) 병원이다. 글렌이글스는 당초 1957년 설립됐지만 1994년 전문의 150명이 힘을 합쳐 ‘파크웨이홀딩스(Parkway Holdings)’ 산하 개방형 민간의료법인으로 재탄생시켰다. 현재 380병상을 갖춘 글렌이글스 병원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병원, 영국 템스밸리대, 호주 커틴공대, 라트로브대학과 제휴하고 있다.

글렌이글스병원에 가면 1층에는 병원 건물에 입주해 있는 전문의 명단과 층별 사무실 번호가 적힌 간판이 걸려 있다. 환자들은 사전 예약한 시간에 맞춰 곧바로 개별 전문의를 찾아가면 된다.

케빈 이프 정형외과 전문의는 “전문의들이 백화점처럼 한 곳에 몰려 있어 접근성이 좋고 선택폭이 넓어 환자들에게 유익하다”고 말했다. 케빈 이프 박사는 또 “전문의들이 개원을 하려면 MRI 등 고가장비를 구입해야 하지만 개방병원은 그럴 필요가 없어 의사에게도 좋고, 병원도 의료장비와 병실 가동률이 높아져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글렌이글스 병원의 모기업인 파크웨이홀딩스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16개 개방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개방병원이 보유한 병실은 3300여 개에 달하고 전문의 1500여 명이 입주해 있다.

또한 세계화의 확산과 이동성의 증가에 의해 의료관광이 일반화되면서 그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의료관광은 앞으로 일반화될 원격진료의 전단계로 보인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의료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첨단의료기술의 발달에 의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하고 정확성이 높은 진단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지금과 같이 의사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진찰이 밀려나고 점차 진단기기의 진단결과에 의존하는 진찰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진찰결과가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되게 되기 때문에 원격진료가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바이오기술, 생명공학, 유전자공학의 발전으로 앞으로 의료의 발전이 우리 몸에서 나오는 대변, 소변, 땀, 머리카락 등을 일상적으로 분석하여 몸의 이상 유무를 알아내는 수준까지 간다면, 지금과 같이 환자가 찾아가는 병원의 필요성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듯이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나면 자동적으로 시료가 채취돼 분석되고, 그 결과가 자신의 지정병원 컴퓨터에서 점검된 뒤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즉시 통보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윌리엄 할랄 교수는 이러한 원격진료가 2014년에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의 예측에 의하면 개인 맞춤치료는 2018년, 인공장기는 2020년, 전자치료는 2023년, 장기증식은 2027년에 각각 가능해진다고 한다. 로봇수술도 이미 실시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로봇수술이 일반화되면서 외과의사는 수술로봇의 감독자 내지 도우미의 역할을 수행하는 처지가 될 전망이다. 로봇수술이 가능하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은 진단기기의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게 되면서 수술을 할 때 그 정보를 활용하면 인체의 수술부위를 컴퓨터가 로봇에게 정확하게 지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원격진료와 로봇수술이 일반화되는 단계에 이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병원만 살아남게 되고, 중소형 병원들은 도산하게 될 것이며, 동네 병원들은 대형 병원이 담당할 수 없는 상담을 담당하는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관련 기술이 더 발전해 장기증식이 가능해지면 고장이 나거나 병든 장기를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약을 위주로 한 현재의 치료방법은 보조수단 정도로나 이용될 것이다.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2025년 내지 2028년경에는 줄기세포의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자동차의 부품을 갈아 끼우듯이 신체의 일부를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인간이 자신의 수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나노기술이 발전해 나노로봇을 이용해 몸 속의 암을 제거하고 혈관 벽에 쌓인 찌꺼기를 없앨 수 있게 되면 의사가 할 일이 뭐가 남아있게 될까가 궁금해진다. 진단은 진단기기가 담당하고, 진단결과는 컴퓨터가 저장하고 분석하는 데서 더 나아가 어떻게 처치를 해야 하는가까지 판단하고, 수술이 필요하면 수술로봇이나 나노로봇이 담당하고, 수술이 여의치 않으면 고장 난 장기를 통째로 교환하게 된다면 의사의 역할이 지금과 같이 중요할까? 물론 최종적인 판단은 인간인 의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보다 컴퓨터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크고, 백보를 양보해서 인간인 의사가 최종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많은 수의 의사는 필요 없게 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의사면허증만 따면 동네에 의원을 열고 평생 동네환자를 치료하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의사가 되기로 했다면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앞으로 진단기기가 발달하게 되면 값비싼 진단기기를 갖출 수 있는 대형 병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더구나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대변, 소변, 땀 등을 채취하고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원격진단이 가능한 시대가 되면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동네병원을 찾겠는가? 일상적인 진단은 원격진단으로 대신하고, 병이 생기면 대형 병원에 가서 수술이나 치료를 받을 것이다.

요즘 이런 추세가 작용해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로 많이 옮겨가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는 의사가 엔지니어에 가깝게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유전자 연구, 수술로봇, 나노기술, 인공장기 등이 의대와는 별개인 공학분야로 취급되고 있지만, 10년 이내에 이러한 구분은 모호해질 것이다. 아니, 그러한 기술들이 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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