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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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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내가 알던 그 사람

2019. 3. 18. 09:1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웬디 미첼 외 내가 알던 그 사람,” 소소의책, 2018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 ‘건강등 다양한 대답을 들을 수 있지만, ‘치매라는 대답을 들으면 다들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암이나 심장병으로 죽을 확률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치매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는 면에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암이나 심장병이 걸리더라도 자신을 인식하고,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반면에 치매는 주위와 단절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을 정리하지 못하고 존엄성을 상실한 상태에서 죽어야 한다는 사실은 인간으로서 비참함 그 자체다.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치매가 심해진 상태에서 알아차리게 되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하고 비참한 상태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이 출시되어서 일찍 발견만 한다면 덜 비참한 상태로 관리할 수 있는 게 치매이기도 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치매는 인지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환자가 치매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치매 초기에 증상을 발견하고 치매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사람이 있다. 영국 요크시에 사는 58세 여성 웬디 미첼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 장기간의 관찰 후 진단이 내려지는 과정, 진단 후 병을 안고 직장생활을 하는 모습, 병에 대해 공부하고 같은 병을 앓는 이들과 만나면서 사람들에게 질병을 알리고 치매 치료제 개발 연구에 참여하며 삶을 가꾸어가는 여정을 <내가 알던 그 사람>이라는 책에 고스란히 그리고 있다.

 

그녀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잠시 절망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여 실천하고, 치매 관련 강연, 심사, 청문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응한다. 물론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 대가로 국가지원수당에서 탈락하기도 하고,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치매환자가 아니지 않느냐고 의심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두 딸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혼자서 생활하면서 주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은 치매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그녀는 치매 환자 대신 매사를 처리하는 배우자를 자주 보지만, 그게 병을 악화시킨다는 게 내 견해다. 환자 스스로 처리하는 방법을 잊기 때문이다. 치매를 앓으면서 혼자 살면 좋은 점이 있다. 누군가가 가재도구를 옮겨서 혼란에 빠질 염려가 없다. 또 나름의 대응책을 세워 머리로 연습하고, 계속 시도하고 시험하면서 뇌에서 그 회로를 가동시킬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책이 더욱 내 마음에 와 닿는 이유는 현재 부모님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치매의 위험성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내가 치매를 일찍 발견한다면 웬데 미첼처럼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