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슈어(염지선),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김영사, 2023년
이 책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은 철학책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씌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생각된다. 400쪽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여러 쉬운 예, 특히 자신의 삶의 경험을 사례로 제공하면서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 첫 부분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나오는 ‘고장 난 기차를 그냥 놔두면 다섯 사람이 죽을 상황이고, 철로를 바꾸도록 조정하면 한 사람이 죽는 상황일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유명한 명제로 시작하고 있다. 물론 <정의란 무엇인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명확한 대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공리주의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자, 칸트 철학자들이 제시할 대답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식의 대답은 정답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좀 답답함을 안겨주는 측면이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제목과 내용이 별로 관련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제목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도 그렇고, 부제인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도 그렇고, 이 책의 내용과는 조금씩 엇나간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사실 이 책 내용은 ‘천사와 악마’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이나 철학에 따른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맨 나중에 제시한 실존주의 철학자의 경우에 선택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는 주장이 이 책의 전체적인 주장과 일치한다고 보여 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정답에 익숙한 한국인으로서 약간 답답함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답이 없는 다양한 대답이 가능한 철학적 질문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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