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부쩍 감성적인 책이 마음에 와 닿는다. 성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하는 종류의 책들은 왠지 멀리하게 된 건 나이 탓인가? 어쩌면 나이 탓일 수도 있고, 이제야 철이 들어서일 수도 있다. 얼마 전 대학 선배인 고 이철주 박사가 쓴 월곡한담을 보며 계속 눈물을 흘렸었는데, 이번에 본 이태석 신부의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를 보면서도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철주 박사는 폴리머를 합성하는 데 들어가는 독가스를 많이 마신 탓에 암으로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친구가 돼 주실래요?>는 <울지 마 톤즈>라는 영화로 그의 삶이 재조명되기도 한 이태석 신부가 유일하게 남긴 책이다. <울지 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 풍의 영화는 수만 명의 관객을 모았는데, 아쉽게도 나는 보지를 못했다. 그런 아쉬움이 더욱 더 이 책을 선택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이태석 신부는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87년 인제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였던 그는 홀어머니의 희망이었지만,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살레시오 수도회 신부가 되었다. 그 후 2001년 사제 서품을 받음과 동시에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라는 오지에 들어가서 의사로서, 학교 교사로서, 신부로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아깝게도 2008년 11월 휴가차 한국에 들어왔다가 대장암 3기라는 판정을 받고, 3개월의 짧은 투병 끝에 2010년 1월 14일 선종하였다.
이태석 신부의 삶을 표현할 때 한국의 슈바이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의사로서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었는데도 수도회 신부의 길을 선택 했고, 아프리카 오지로 선교를 떠났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전쟁과 가난, 더위와 질병이 만연한 톤즈라는 곳에서 예수님의 따스한 사랑을 전하는 길을 택한 그의 삶은 누구나 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톤즈 사람들은 이태석 신부를 아버지처럼 따랐고, 지금도 그를 못 잊고 있다고 한다. 하느님은 그가 아끼는 사람을 먼저 데려 가신다고 하더니, 정말 이태석 신부를 사랑했나보다. 48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면서도 홀어머니를 걱정하고, 톤즈에서 못 다한 일들을 걱정했던 이태석 신부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니 꼭 읽어 보길 권한다. 가슴 짠한 감동이 밀려오면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될 테니까 말이다.
'좋은 책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곽숙철의 <헬로 멘토> 출간 (0) | 2011.03.15 |
---|---|
우리 집 주치의 자연 의학 (이경원 저, 2010년, 동아일보사) (0) | 2011.02.17 |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 (1) | 2011.01.25 |
2010년 베스트셀러 소개 (0) | 2011.01.07 |
2011년을 전망하며 읽어볼만한 책 추천 (0) | 2010.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