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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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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선언되면서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전염 방지를 위해 국경을 봉쇄하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자유 무역이라는 그간의 세계 무역 질서를 허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는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한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내수 시장의 감소와 보호무역주의 재등장으로 인한 수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통상환경 변화'라는 리포트에서 코로나19 이후에 세계 무역 질서가 크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쟁적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의 대중국 견제 강화, 디지털 무역 규범화 활성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중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선 세계 각국 정부들은 코로나19를 막는다는 명분과 침체된 국내 경기로 어려움에 처한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런 보호무역주의 추세는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이미 보호무역주의에 앞장섰던 미국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더 이런 추세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던 유럽연합과 중국도 이에 맞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런 보호무역주의 움직임들이 향후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불공정 경쟁과 왜곡의 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지만 보호무역주의를 몰아낼 정도의 힘은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과거의 자유무역에 의해 활성화되었던 글로벌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 하에 경제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더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 분쟁을 넘어 코로나19 책임론에 대해서 다투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타결 직전이라고 예상됐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정도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지만,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양국과 여러 가지 면에서 얽혀 있는 한국에게 커다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안보에는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양국과의 관계,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중국의 성장 초기에는 기술과 원료, 기계 공급원으로서 한국이 중국에 도움이 되었고, 그에 따라 한국 경제도 도움을 받는 상생의 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한국 경제를 따라잡는 수준에 이른 중국이 한국의 기술을 훔치고, 인력을 빼가는 등의 행태를 보이면서 오히려 한국에 폐해를 끼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 기술의 필요성이 증가되면서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무역의 중요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동안 전자상거래는 국경을 넘나드는 특성 때문에 WTO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협상 등 디지털무역에 대한 국제규범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진전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기술의 필요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부상하면서 새로운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 강국을 앞세워 전 세계가 놀랄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던 한국 경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는 잘 대처하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무대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방지하고 자유무역 질서의 원칙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가격과 품질을 앞세워 양적인 성장을 추구했던 기업의 제조 기반 사업 전략을 수정하고, 콘텐츠 위주의 새로운 사업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제조업 중심의 한국 기업들로서는 부품 조달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로 인해 수입에 의존하던 부품 조달이 원활하지 않게 됨으로써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외교적 분쟁으로 인해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핵심 소재들의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제조업 중심의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부품 공급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더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메가경제 2021년 2월 9일 게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