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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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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PICK] 일상의 공포, 요실금

요즘 주부 김모(58) 씨는 외부 모임에 나서는 걸 꺼린다. 몇달 전부터 재채기하거나 웃을 때, 뛰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소변이 찔끔 새는 증상을 겪고 있어서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니 불편함이 심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위축감을 느꼈다. 겨울을 보내면서 증상이 더 심해져 한참을 망설이다가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복압성 요실금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권유받았다. 김씨는 “순간순간 소변이 새고 자칫 냄새가 날까 봐 걱정돼 바깥에서 사람 만나기가 힘들다”며 “의사에게 체중을 감량하고 골반 근육운동을 열심히 하란 조언을 듣고 실천 중”이라고 말했다.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배출되는 증상을 말한다. 소변이 샌다고 건강에 크게 위해가 가진 않지만, 만남을 두려워하고 항상 집에만 머물게 함에 따라 ‘사회적 암’으로 통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요실금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12만6816명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 1만3897명, 여성 11만2919명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김동수 교수는 “요실금은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갱년기 중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며 “평균수명이 증가한 고령화 시대에서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외출·만남 기피 ‘사회적 암’으로 통해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요실금 환자의 90% 이상은 복압성·절박성이다. 그중 복압성 요실금이 가장 흔하다. 기침·재채기하거나 웃을 때, 걷거나 뛸 때,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자세를 바꿀 때 복압이 상승하면서 소변이 새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임신·출산, 노화 때문에 소변이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골반 근육과 요도 괄약근이 손상되고 약해진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자연분만 과정에서 아기가 커서 난산하거나 다산한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서 발병 확률이 높다. 임신과 출산은 제3의 성장통으로 불릴 만큼 질 이완과 괄약근, 외음부 근육의 약화를 초래한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의 결핍은 요도 점막의 위축을 유발하고 요도 폐쇄력을 감소시켜 요실금의 원인이 된다.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 신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소변이 마려울 때 느껴지는 요의가 느닷없이 찾아온다. 그러다 이를 참지 못하고 속옷에 소변을 지리는 증상을 겪는다.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다 문 앞에서 실수하거나 설거지·샤워를 하다 갑자기 소변이 새는 식이다. 보통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갱년기를 겪고 난 후에 많이 나타난다. 이 시기 호르몬 변화와 신경 불안정이 주된 원인이다.

문제는 요실금을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인식이 적다는 점이다. 미즈메디병원 비뇨의학과 김기영 전문의는 “요실금을 노화 현상으로 생각하고 우울해 하기만 하는 것은 삶의 질에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며 “환자 상태에 맞게 제때 치료한다면 건강한 시니어로서 즐거운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젊은 층에서도 요실금이 종종 있다. 커피나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이뇨 작용을 촉진해 방광과 요도를 자극해서다. 꽉 끼는 옷이나 스타킹, 레깅스 패션의 유행도 방광에 무리를 주는 요소다.

요실금은 원인별 치료를 해야 효과적이다. 복압성 요실금은 대체로 골반 근육이 약해져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므로 이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골반저근운동이 대표적이다. 요도와 질, 직장을 감싸는 치골미골근을 반복적으로 수축·이완해 근육을 강화하면 방광과 요도에 있는 소변 조절 괄약근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된다. 5초가량 힘을 줬다가 빼는 식으로 30번 정도 되풀이한다. 하루에 2~3번 수개월 지속해서 훈련하면 눈에 띄는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취침 1~2시간 전엔 수분 섭취 말아야

 

또한 살이 찌면 골반으로 전해지는 배 안의 압력이 정상 체중보다 더 커져 복압성 요실금을 유발하기 쉽다. 따라서 비만하다면 일차 치료로 체중부터 줄인다. 이런 조치에도 증상이 심하거나 단기간에 효과를 얻길 원한다면 약해진 괄약근 부위를 수술로 보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요도 밑에 요도를 지지할 수 있는 구조물인 테이프를 위치시켜 복압이 올라갈 때도 소변이 새지 않게 해주는 중부요도슬링 수술이다.

 

 

절박성 요실금은 근육보다 신경계와 관련이 있으므로 주로 약으로 치료한다. 방광의 배뇨근이 불안정해 소변 저장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을 약으로 완화한다. 소변이 충분히 저장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정상적인 배뇨가 이뤄지도록 돕는다. 효과가 없을 땐 방광 벽에 보톡스를 주사하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나이가 많은 노년층에선 복압성·절박성 요실금이 같이 오기도 한다. 이땐 한 가지가 아닌 보존적인 치료부터 약물, 수술에 이르기까지 환자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김 교수는 “요실금은 첫 병원 방문과 진단을 위한 검사가 번거로울 수 있지만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며 “절대로 부끄럽다고 숨기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로 활기찬 삶을 되찾도록 하자”고 조언했다.

요실금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려면 생활습관 교정이 필히 뒤따라야 한다. 우선 알코올이나 탄산음료·커피·홍차·초콜릿처럼 카페인이 들어 있어 방광을 자극하는 음식 섭취는 자제한다. 맵고 자극적이며 신 음식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변비가 있으면 복압 상승을 유발해 요실금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으므로 나물류와 같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먹어 변비를 예방한다.

규칙적인 배뇨 습관도 들여야 한다. 처음엔 자주 소변을 보다가 차츰 3~4시간 간격으로 배뇨하도록 교정한다. 정해진 시간 전에 요의를 느끼면 활동을 멈추고 일단 참았다가 조금 덜 급해졌을 때 천천히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본다. 규칙적인 배뇨 습관을 위해선 취침 1~2시간 전엔 수분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출산한 후부턴 줄곧 골반저근운동을 생활화한다. 수영과 같은 전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골반 근육의 긴장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되는 데다 체중 감량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2월 24일]

전남 강진군 대구면 강진청자박물관 가마에서 도공들이 강진청자축제 때 선보일 청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강진군
전남 강진군이 파격적인 육아수당 지원에 이어 관광객에게 여행경비를 50% 돌려준다. ‘반값관광’은 매년 줄어드는 ‘정주인구’를 대신해 관광·체류형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차원이다.

강진군은 23일 “강진 고려청자박물관 일대에서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청자축제 기간 동안 여행경비 절반을 환급해주는 ‘반값관광’을 전국 최초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52회째를 맞은 청자축제는 ‘남도답사 1번지’로 불리는 강진의 대표적인 봄축제로 해마다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반값관광 흥행할까?…9000명 신청
전남 강진군 대구면 강진청자박물관 가마에서 도공들이 강진청자축제 때 선보일 청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강진군
반값여행은 2인 이상 가족의 여행경비 절반을 환급해주는 게 골자다. 사전 신청자에게는 강진에서 쓴 돈의 50%, 최대 20만원을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강진 반값관광에는 23일 현재 3081팀, 9002명이 신청했다.

강진군은 반값관광이 생활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생활인구는 기존 정주 인구에 관광·통근·통학인구 등을 합친 개념이다.

“농·특산물 판매…1000억원 파급효과”
전남 강진군의 체류형 농촌관광상품인 ‘푸소(FUSO)’에 참여한 학생들이 녹차밭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강진군
상인들도 기대하고 있다.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된 반환액이 농·수·축산물 판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진군 관계자는 “반값관광을 위해 100억원을 준비했다”며 “경제적 파급효과는 300억~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진군은 반값 관광에 앞서 체류형 농촌관광상품인 ‘푸소(FUSO-Feeling-Up, Stress-Off)’를 운영해왔다. 2015년 시작된 농가체험 프로그램에는 지난달까지 5만8328명의 학생·성인이 참여했다.

푸소란 ‘덜어내다’는 뜻을 가진 전라도 방언이다. 강진군은 이 프로그램으로 강진 농가 정서와 감성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발표한 ‘생활인구 증대 사업’ 중 숙박체험 분야 대표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K-컬처 원조’ 청자와 차(茶)의 만남
‘남도답사 1번지’로 불리는 전남 강진의 대표적인 봄축제인 청자축제 모습. 사진 강진군
청자와 차의 만남은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극찬한 강진의 차에 초점이 맞춰진다. 축제 기간 ‘이한영 차문화원’에서 제공하는 강진 차와 청자 찻잔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강진에서 18년간 유배 생활을 한 다산은 자신의 호에 ‘차 다(茶)’를 넣을 정도로 차를 사랑했다.

백련사 동백축제도
전남 강진군 백련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51호)이 떨어진 동백꽃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사진 강진군
체험행사도 많다. ‘물레와 놀래’를 테마로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게 대표적이다. 25일에는 전국 작가와 대학생 등 86명이 참가하는 ‘전국 물레 성형 경진대회’도 열린다.

축제 기간 열리는 ‘백련사 동백축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만덕산 자락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151호)과 소나무·차나무가 우거진 1㎞ 오솔길을 걸어보는 게 백미다. 다산이 차를 배운 아암(兒菴) 혜장선사(1772∼1811)를 만나기 위해 백련사를 오갔던 길이기도 하다.

강진=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2월 24일]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89 호)

 

【 소나무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 】

 

제가 1월 15일부터 매주 월, 화, 목요일에 6시간씩 숲 해설가 과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숲 해설가 과정은 4월 말까지 계속 진행될 예정이고, 5월 9일에 수료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1월부터 3월 초까지는 주로 이론 공부를 많이 했었지만, 3월 중순부터는 현장 실습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론 공부는 식물, 동물 등에 대한 생물학적 정보는 물론 숲과 전체 자연 생태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막연하게 알고 있던 내용들을 구체화하려니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도 막연하게 알던 자연의 상태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기쁨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도 나무의 이름, 곤충의 이름을 외우기가 힘이 들어서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있긴 합니다.

 

아직 나무와 풀, 곤충과 새 등 식물과 동물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현장에서 숲 해설 실습까지 진행하려고 하니 진땀이 나곤 합니다.

그나마 현장 실습을 통해 식물과 동물을 직접 보면서 배우기 시작하니 숲 해설가 과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고 있습니다.

그 동안 트레킹을 하거나 동네 공원을 산책하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나무들과 곤충, 새들도 다시 한 번 살피게 된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랄 수 있겠습니다.

 

4월부터는 자연휴양림이나 유아숲 체험원 등을 방문해서 다른 숲 해설가들이 진행하는 실제 숲 해설 과정을 참관하면 더 실감이 나겠죠.

막바지 단계에서는 저희 수강생들이 실제로 숲 해설을 연습해보고, 시연을 해서 숲 해설가로 자격이 있는지 판정을 받을 예정입니다.

숲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해설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특히 아동들 대상으로는 놀이와 만들기까지 해야 하니 곤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숲 해설을 하기 위해서는 나무와 곤충 등 해설 대상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지만, 해설을 통해 해설을 듣는 청중(관람자)들에게 유익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해설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할 내용에 대한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합니다.

여기 제가 은퇴한 시니어 부부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시나리오를 잠깐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숲 해설 시나리오>

 

(앞의 도입부는 생략했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숲 해설을 해드릴 ‘돌하르방’입니다. 숲에 오시니까 참 좋죠? 이왕 숲에 오셨으니까 제가 나무에 관한 간단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요? 네, 맞습니다. 소나무입니다. 아마 한국인치고 소나무를 모르는 분은 없으실 겁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릴 나무가 바로 소나무인데요, 여러분들께서 소나무에 대해서는 잘 아시리라 생각되기 때문에 오늘은 색다른 관점에서 소나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소나무와 연관된 먹을거리 중에 생각나는 게 있나요? 네, 송이버섯이죠. 오늘은 소나무와 송이버섯의 관계에 대한 얘기와 그로부터 우리가 무얼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송이버섯이 귀해져서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합니다. 혹시 그 이유를 알고 계신 분이 계신가요?

최근 송이가 귀해진 첫 번째 이유는 소나무 숲 자체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소나무 숲은 80년 전 75퍼센트에서 현재 25퍼센트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소나무가 다른 활엽수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부터 산에 조림을 많이 하고, 나무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소나무가 경쟁에서 밀려난 거죠. 소나무 숲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송이도 줄어든 것이죠.

 

그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두 번째 이유는 송이가 아직까지 인공재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표고버섯 등 다른 버섯들은 베어낸 나무에 재배할 수 있지만, 송이는 살아있는 소나무와 공생관계를 가지면서 자라야 하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송이버섯은 아직까지 인공 재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공 재배가 안 돼서 공급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소득 증대로 송이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니 송이 가격이 오늘 수밖에 없는 거죠.

 

세 번째 이유는 여기 보시는 솔잎 때문입니다. 소나무 밑에 가보면 다른 나무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는 데요, 소나무 밑 부분에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깨끗하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여기 쌓여 있는 솔잎에서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화학성분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솔잎을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솔잎을 거둬갔기 때문에 송이가 자랄 수 있는 여건이 됐지만, 지금은 솔잎 제거를 하지 않아 많이 쌓이기 때문에 송이가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이죠. 참고로 소나무가 있는 산을 갖고 있는데 송이를 키울 의향이 계신 분들이라면, 5년 정도 솔잎을 제거하면 송이가 자랄 확률이 커진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네 번째 이유는 소나무의 나이 때문입니다. 송이가 잘 자라는 소나무는 20~80년, 더 좁게는 30~60년 생 소나무입니다. 30년 이하거나 60년 이상 된 소나무에는 송이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소나무는 30년이 될 때까지는 오로지 자신의 키를 빨리 키우는 데만 집중합니다. 그 이유는 햇빛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죠. 30년에서 60년 사이에는 키보다는 잎을 키우고, 부피 생장을 하는 데 힘을 쓰는데, 이때 송이버섯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송이는 질소, 인 등 흙속의 무기질 성분을 소나무에 제공하고, 소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만든 당 성분을 송이에게 제공하는 상생 관계를 이루는 거죠. 60년 이상 된 소나무는 성장보다는 유지가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송이버섯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에 심은 소나무가 많아서 벌써 60년 이상 된 소나무의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송이가 귀해질 확률이 높습니다.

 

제 설명을 들으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비싸도 송이를 많이 사 먹어야겠다고요? 저는 소나무와 우리의 삶이 참 비슷한 점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20~30세 될 때까지는 자신의 역량 강화에만 집중하게 되죠. 그러다가 30세가 넘어 60세가 될 때까지는 회사, 가족 등 주위와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갑니다. 그럼 60세가 넘으면 어떤가요? 네, 맞습니다.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홀로 서기를 해야죠. 여러분들에게 이제까지는 회사, 자식 등과의 관계가 중요했지만, 60세가 넘으면 홀로 서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교훈을 소나무로부터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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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책 소개-신비 섬 제주 유산

2024. 3. 25.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고진숙, “신비 섬 제주 유산,” 블랙피쉬, 2023년

 

이 책 <신비 섬 제주 유산>은 부제인 ‘아는 만큼 보이는 제주의 역사·문화·자연 이야기’가 나타내듯이 제주의 역사, 문화,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제주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 책만큼 쉽고 유익한 책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주의 여행지 정보를 담은 유용한 책들은 많았지만, 역사, 문화,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대개가 지루하고 읽고 나서도 별로 기억이 남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읽기도 수월했고, 내용도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숲 해설가’ 과정을 들으면서 여행을 같이 하는 일행들에게 무얼 해설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이 책처럼 해설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쉬우면서도 알찬 내용을 전달하는 게 바로 해설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알았던 내용들을 확인하는 기회도 됐지만, 모르던 내용들도 알게 되면서 제주도에 대해 총정리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든지 제주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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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깨는 환자군


질환마다 주로 발생하는 환자 유형이 있다. 지방간은 애주가, 당뇨병은 비만, 폐암은 흡연자인 경우가 많다. 이는 고스란히 질환에 대한 선입견으로 남는다. 이런 선입견은 자칫 ‘상반된 경우 안전하다’는 오해를 낳기도 한다. 모든 질환에 안전지대는 없다. 대표적인 질환 속 의외의 환자군과 그 특징을 살펴봤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비만·고지혈증 등 영향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에 지방이 많이 낀 상태다. 간 무게의 5% 이상이 지방이면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많은 사람이 지방간을 ‘애주가의 질환’으로 여기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다르다. 알코올성 지방간과 달리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소량만 마셔도 발생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부분 과체중, 복부 비만, 고지혈증 등과 관련 있다. 드물게 피임약 같은 여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약제를 오래 복용한 사람에게 나타나기도 한다.

지방간은 방치 시 다른 중증 질환으로 발전하기 쉽다. 지방간이 심해질수록 간암은 17배, 대장암은 2배가량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조기 발견이 중요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 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질병을 발견한다. 만약 위험 요소인 복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있다면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간 기능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지방간 예방과 치료를 위한 체중 관리도 필요하다. 대다수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과체중이나 비만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다만 체중은 조금씩, 천천히 감량해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문형 교수는 “체중이 5% 줄면 간의 지방량이 감소하고, 10% 감소하면 섬유화가 개선된다고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일주일에 1㎏ 이상 급격히 살을 빼면 오히려 지방간이 악화하고 간부전, 섬유화가 촉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른 당뇨

지방 줄이고 근육량 늘려야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져 체내 혈당 관리가 되지 않는 당뇨. 고열량 식사, 운동 부족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뚱뚱한 사람만 걸린다고 생각하나 이 역시 그릇된 속설이다. 마른 당뇨 환자도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비만은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일 때다. 그러나 BMI가 낮아도 허리둘레 남성 90㎝ 이상, 여성 85㎝ 이상의 복부 비만이 있다면 당뇨병을 주의해야 한다. 복부 지방량이 많아지면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당뇨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마른 당뇨 환자도 일반 당뇨 환자처럼 삼다(多)증을 겪는다. 소변을 많이 보는 ‘다뇨’, 갈증이 나 물을 많이 마시는 ‘다음’, 공복감이 심해 더 먹으려 하는 ‘다식’ 등이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마른 당뇨 역시 식습관 관리와 운동이 필요하다”며 “운동의 경우 지방량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은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 일주일에 3일 정도 유산소 운동을 하면 하루이틀은 스?R이나 플랭크 같은 근력 운동을 해준다.

식단 관리 시에는 전체적인 열량만 줄여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불필요한 체중 감소, 근손실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골고루 섭취하되 단백질 비율을 높여 근 손실 등을 예방한다. 김 교수는 “그간 탄수화물·단백질·지방 섭취 비율이 40:50:10이었다면 30:60:10 비율로 바꾸는 식”이라고 했다.

남성 골다공증

 

골절 사망률 여성보다 높아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져 골절 위험성이 커지는 골격계 질환이다. 여성은 50대 초반, 폐경을 전후로 골밀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골다공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남성은 여성처럼 급격하게 뼈의 강도가 약해지는 시기는 따로 없지만, 매년 0.5~1%씩 골밀도가 낮아져 여성보다 평균 10년 정도 늦게 골다공증이 나타난다.

여성에게서 더 빨리, 많이 나타나는 탓에 남성은 골다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대한골대사학회 하용찬(서울부민병원장) 이사장은 “남성의 골다공증은 여성에 비해 흔하지는 않으나 이에 따른 골절 사망률은 더 높다”고 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생률이 느는 척추, 고관절 골절만 해도 그렇다. 대한골대사학회·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 내용을 보면 고관절 골절 후 1년 내 치명률은 2021년 기준 남성이 24.2%로 여성 15.7%보다 1.5배 높았다. 척추 골절 후 1년 내 치명률 역시 남성 10.6%, 여성 4.9%로 남성이 2.2배 높았다.

골절 발생 위험을 낮추는 방법 중 하나는 골 흡수 억제제, 골형성 촉진제 등의 약물치료다. 하 이사장은 “칼슘과 비타민D를 중심으로 하는 식이요법, 적당한 근력 운동의 지속 같은 생활 습관 개선으로 골밀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칼슘의 주요 공급원은 우유·멸치·두부 등이며 일일 권고량은 800~1000㎎이다.

마른 비만

저칼로리 식단 주의해야

 

일반적으로 ‘비만’ 하면 통통하게 살이 찐 모습을 떠올리나 겉보기에 마른 몸매를 가진 사람도 비만일 수 있다. 체내에 지방량이 많고 근육량은 부족한 경우다. 통상 BMI는 정상이면서 남성은 체지방률 25% 이상에 허리둘레 90㎝ 이상, 여성은 체지방률 30% 이상이면서 허리둘레 85㎝ 이상일 때 마른 비만으로 본다.

마른 비만은 스스로 몸에 큰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않아 더 위험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마른 비만은 대개 내장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돼 있다. 이로 인해 혈중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각종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

원인을 알아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마른 비만의 대표적인 원인은 반복적인 저칼로리 다이어트다. 단기간에 살을 빼려 무리하게 저칼로리 식단을 유지하다 근육 손실을 초래하는 사례가 많다. 이를 방지하려면 먹는 양을 무조건 줄이기보단 본인에게 맞는 양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루 세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특히 단백질은 근육 생성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 데다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매끼 고기나 생선 등의 반찬을 한두 가지씩 넣어 섭취하면 좋다. 간식으로 하루 한 잔씩 저지방 우유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체내 축적된 체지방은 유산소 운동 30분 후부터 연소하니 주 4~5회, 회당 최소 30분 이상 하길 권장한다.

비흡연 폐암

오염 물질 등 환경 요인 영향

 

흡연은 폐암 발생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그럼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폐암으로부터 안전할까. 비흡연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담배를 직접 피우지 않아도 간접흡연이나 음식물 조리 시 발생하는 오염 물질, 일상에서의 석면·라돈 노출 등으로 인해서도 폐암이 생길 수 있다.

비흡연 폐암을 예방하려면 앞서 언급한 환경적 요인 등을 가능한 피하거나 줄여야 한다. 일례로 요리할 때는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를 켜 환기하고, 튀김·구이 등을 조리할 때는 뚜껑을 덮어 조리 중 발생한 오염 물질이 확산하는 일을 막는다. 오염 물질 발생량은 조리 시간에 비례하므로 요리 시간을 줄이고 조리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길 권한다. 요리가 끝난 뒤에는 창문을 바로 닫지 말고 30㎝ 이상 열어 15분 이상 자연 환기를 해준다.

폐암은 흔히 초기에 증상이 없다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감기처럼 기침이나 가래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 호흡곤란, 흉부 통증, 쉰 목소리, 두통, 구토 등도 주요 증상이다. 폐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면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생기기도 하는데 뇌전이 폐암 환자는 두통, 걸음걸이 이상, 어지러움 등이 나타나곤 한다. 설령 증상이 없더라도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검사를 통해 암이 진행되기 전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2월 24일]

Week&이 선정한 전국 용(龍) 명소

 

갑진년(甲辰年)은 ‘푸른 용의 해’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예부터 신성한 존재를 상징했다. 그래서 왕의 얼굴을 말할 때는 용안(龍顔), 왕의 옷을 이를 때는 용포(龍袍) 같은 표현이 쓰였다. 길한 기운을 받으려고 지명에도 용을 끌어다 썼다. 용이 들어간 지명이 지금도 1261개나 남아 있다. 전국 용 지명 중에서 여행 목적지로 가볼 만한 곳을 추렸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운이 깃든 명소들이다.

계룡산은 높진 않아도 산세가 웅장하다. 삼불봉에서 관음봉, 천황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용이 꿈틀대는 것 같다. 지난 1월 25일 드론으로 설경을 촬영했다. 최승표 기자

‘푸른 용의 해’ 갑진년에 떠나는 신년맞이 여행

1. 비룡승천의 기운 - 계룡산

계룡산에 폭 안겨 있는 동학사.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비구니 승가대학이다. 최승표 기자

계룡산(鷄龍山·845m)은 닭 볏을 한 용의 형상에서 이름이 기원했다. 계룡산에 닭이 알을 품은 듯한 ‘금계포란(金鷄抱卵)’의 지형과 용이 하늘로 오르는 ‘비룡승천(飛龍昇天)’의 산세가 어우러져 있다고 한다. 예부터 하늘에 제를 올리는 산이었고, 여전히 무속인이 많이 드나든다. 계룡산국립공원 최대석 자연환경해설사는 “조선 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의 영향으로 계룡산 일대에서 최대 130개가 넘는 신흥종교가 융성했었다”고 말했다. 계룡산은 높지 않아도 웅장하다. 삼불봉(777m)에 올라 관음봉과 천황봉 방향의 능선을 보면 마치 용이 꿈틀거리고 있는 듯하다. 올겨울 계룡산에는 유난히 눈이 잦다. 1월 25일 동학사를 출발해 삼불봉까지 올랐는데, 강원도 고산지대 뺨치는 설경이 펼쳐졌다.

김영희 디자이너

 

2. 한강 발원지 - 검룡소

태백 금대봉 자락의 검룡소는 한강 발원지다. 연중 수온이 9도를 유지한다. [중앙포토]

 

검룡소(儉龍沼)는 1987년 국립지리원이 인정한 한강 발원지다. 강원도 태백 금대봉(1418m) 자락 800m 고지에 자리한다. 검룡소에서 서해까지 한강 물길이 약 514㎞에 이른다. 서해 이무기(검룡)가 용이 되려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 이곳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검룡소는 전설처럼 신비하다. 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지하로 스몄다가 물길이 막히면 다시 솟아오르는 과정을 거친다. 1억5000만년 전에 형성된 석회암 동굴이 소 아래 있어서다. 하루 2000t의 지하수가 샘에서 솟구치고, 수온은 사계절 영상 9도를 유지한다. 모래와 자갈이 물과 함께 소용돌이치면서 암석을 깎아 만든 돌개구멍(포트홀)도 볼 수 있다. 태백산국립공원 검룡소 주차장에서 약 1.5㎞를 걸으면 검룡소가 나온다.

 

 

3. 산방산의 머리 - 용머리해안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원래는 하나로 연결돼 있었던 걸 알 수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제주도에는 용 명소가 두 곳 있다. 하나는 섬 북쪽의 용두암이고, 다른 하나는 섬 남쪽의 용머리해안이다. 먼저 알려진 건 용두암이지만, 현재 더 유명한 명소는 용머리해안이다. 용머리해안은 천연기념물이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핵심지질명소다. 산방산(395m) 아래  600m 길이의 해안을 따라 20m 높이의 퇴적층이 벽처럼 두르고 있다. 썰물에만 해안을 거닐 수 있다(입장료 어른 2000원).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이 원래 한 몸뚱어리였는데, 산방산에 똬리를 튼 용이 바다로 내민 고개가 용머리해안이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비록 중간에 끊기긴 했지만 용 머리와 똬리 튼 용의 지형이 펼쳐진다. 그러나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은 생성 연대는 물론이고 지질학적 특성도 전혀 다르다.

 

4. 용틀임 소리 - 비룡폭포 

설악산 소공원 쪽에 있는 비룡폭포. 폭포 낙차가 약 15m에 이른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전국에는 유난히 비룡폭포(飛龍瀑布)가 많다. 흔히 물줄기가 가늘고 긴 폭포에 ‘비룡’을 붙이고, 물줄기가 넓게 퍼지면 수락폭포라고 한다. 전국의 수다한 비룡폭포 중에서 제일 유명한 비룡폭포가 설악산 비룡폭포다. 설악산 비룡폭포는 설악산 소공원 매표소 남쪽 2.4㎞ 거리에 있다. 상류에는 토왕성폭포, 하류에는 육담폭포가 흐른다. 16m 낙차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용틀임처럼 격렬하다. 먼 옛날 가뭄에 시달리던 마을에서 용에게 처녀를 바친 뒤 비가 내렸다는 전설이 있다. 겨울에는 폭포 물기둥이 꽁꽁 얼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소공원부터 비룡폭포까지는 약 1시간 걸리고, 육담폭포와 토왕성폭포까지 모두 관람하려면 왕복 3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5. 동양 최대 은행나무, 보물 대웅전 - 용문사 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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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 [중앙포토]

남해 용문사 뒤편 차밭에 오르면 멀리 바다가 보인다. [중앙포토]

 

사찰에도 용이 자주 등장한다. 왕실의 후원을 받았거나 호국 도량으로 소문난 절 중에 용(龍) 자 들어간 사찰이 많다. 경기도 양평 용문산의 용문사가 대표적이다. 양평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년) 대경대사가 창건했다는 설과 경순왕(896~978)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용문사의 상징은 은행나무다. 수령 1100년에 이르는 동양 최대 은행나무로, 높이가 42m, 밑동 둘레는 15.2m에 달한다.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 가는 길에 심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경남 남해에도 용문사가 있다. 신라 문무왕 3년(663년) 원효대사가 건립한 보광사가 용문사의 전신으로, 조선 숙종(1661~1720) 때 왕실 보호 사찰이었다. 대웅전이 보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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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바위 세상 - 미르마루길

전남 고흥 용암마을에 있는 용바위. 수직 높이가 120m에 달한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전남 고흥군 영남면에는 용바위가 있다. 수직 높이 120m의 압도적인 위용의 암벽이다. 퇴적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파도치는 듯한 바위를 비롯한 기암괴석이 거대한 바위 세상을 완성한다. 절벽 한쪽에 할퀸 듯한 자국이 선명하다. 자국의 내력에 관한 전설이 내려온다. 먼 옛날 용 두 마리가 여의주를 놓고 싸우고 있었다. 싸움을 구경하던 동네 사람이 한 용에게 활을 쐈다. 덕분에 싸움에서 이긴 다른 용이 바위를 딛고 승천했는데, 그 자국이 이렇게 남았다. 고흥군이 용바위와 우주발사전망대 사이에  4㎞ 길이의 해안 탐방로 ‘미르마루길’을 조성했다. ‘미르’는 용의 순우리말이다. 기암절벽은 물론이고 몽돌해변·다랑논 등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서핑 해변으로 뜬 ‘남열해돋이해수욕장’이 가깝다.

 

7. 용 닮은 하늘길 - 용궐산

순창의 용궐산 하늘길. 가파른 암벽을 따라 탐방로를 조성해 관광 명소가 됐다. 백종현 기자

 

전북 순창에는 용의 기운을 품은 용궐산(龍闕山)이 있다. ‘용의 궁궐’이라는 뜻의 이름이 본명은 아니다. 본디 용골산(龍骨山)이라 불렸으나 지역 주민들이 “죽은 용을 연상케 한다”며 개명을 요구해 2009년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2020년 용궐산 중턱 용여암(龍女岩) 절벽에 잔도길을 조성한 뒤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유료(4000원)로 전환하고 정식 집계한 탐방객만 5만명이다. 순창군 산림공원과 정영호 팀장은 “올해 들어 입장객이 부쩍 늘었다”며 “주말마다 1500명 이상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1.5m 폭의 벼랑길이 지그재그로 뻗은 모양도 용을 닮았다. 전체 길이가 1096m로 넉넉히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눈이 오거나 길이 얼면 출입을 막는다. 용궐산 자연휴양림에 미리 문의하는 게 안전하다.

 

8. 용이 승천한 바다 - 구룡포

포항 구룡포에는 항구와 바다를 내다보는 언덕에 대형 용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백종현 기자

 

거친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갯마을에서도 용은 신성한 존재였다. 경북 최대 항구 도시인 포항 구룡포(九龍浦)에도 용의 전설이 내려온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한 포구’라는 뜻에서 구룡포라는 지명이 유래했다.

구룡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룡포공원 언덕에 용 아홉 마리가 서로 엉겨 붙어 하늘로 오르는 모습의 대형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언덕 아래 근대문화역사거리(일본인 가옥거리)가 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등장한 뒤 전국구 관광지로 거듭났다. 드라마에서 숱하게 나왔던 돌계단을 오르면 용 조형물이 나온다. 포항 호미곶 인근에도 아홉 마리 용이 드나들었다는 구룡소(九龍沼)가 있다. 바다로 불거진 바위 절벽 아래 파도와 자갈이 만든 돌개구멍 여러 개가 발달해 있다.

손민호·최승표·백종현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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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88 호)

 

【 고혈압은 고혈압 약으로 치료할 수 없다 】

 

“의사는 고혈압 경계치라고 혈압 약을 먹으라고 하는데, 혈압 약만 먹으면 기운이 없어서 오늘은 안 먹고 왔다.”

“아니, 혈압이 얼마인데 고혈압 약을 먹는 거야?”

“140mmHg/90mmHg이야.”

“그 정도면 안 먹어도 되는 거 아냐?”

“그래서 먹다 안 먹다 하고 있어.”

 

매달 한 번씩 트레킹을 함께 하는 친구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그 친구는 우리가 둘레길 등 완만한 코스를 걷기 때문에 그렇게 몸에 부담이 될 이유가 없는데 혈압 약만 먹으면 이상하게 힘이 든다고 말했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 중 혈압 약이나 당뇨 약을 복용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문제는 혈압 약을 먹으면 이상하게 기운이 없고, 의욕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혈압 약을 계속 복용할 경우에는 기운만 없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혈압 약을 먹는다고 해서 고혈압이 치료되는 게 아니라서, 약을 먹지 않으면 다시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고혈압 약이 어떻게 혈압을 낮추는지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혈압 약은 크게 이뇨제, 혈관 확장제, 심박출량 감소제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인 이뇨제는 혈액 내의 수분을 배출시킴으로써 압력을 낮추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뇨제를 복용하여 체내의 수분을 배출하게 되면 탈수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혈액량이 줄어들어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세포 내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제대로 안 되고, 세포에 쌓인 노폐물 배출에 지장을 받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인 혈관 확장제는 혈관의 수축력을 약화시켜서 혈관 내에 가해지는 압력이 낮아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혈관 확장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무기력해지고 기운이 없어지며 숨이 잘 안 쉬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자궁 수축력 약화로 요실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 번째 방법인 심박출량 감소제는 심장으로 가는 칼슘 통로를 차단하여 심장이 힘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산소가 부족해진 장기와 세포는 정상적인 대사를 하지 못해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세 가지 혈압 약은 모두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 되도록 만들기 때문에 몸이 무기력해지고 기운이 빠지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혈압을 낮추기 위해 이 세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을 쓰더라도 단기적으로 기운이 없고 무기력해지며, 장기적으로는 신체기관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더 나아가 뇌경색과 암을 유발하고 치매 발생률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혈압 약이 심장발작과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미국 심장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혈압 약을 복용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발작이 일어날 확률이 60퍼센트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센터의 크리스토퍼 리 교수가 유방암에 걸린 여성 1,027명, 유방암에 걸리지 않은 여성 85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JAMA International Medicine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에게 심박출량 감소제를 투약했을 경우 유방암은 2.4배, 소엽 유방암은 2.6배 더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몸에 고혈압이 생기는 이유는 더 많은 혈액 공급이 필요한데, 정상적인 혈압으로는 혈액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고혈압은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 기능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우리 몸이 필요해서 혈압을 높여서라도 필요한 부위에 혈액을 공급하려고 하는데, 혈압 약을 써서 억지로 혈압을 낮추면 그로 인해 혈액 공급이 안 되는 신체 부위에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머리 쪽 혈관 어딘가가 막혀서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우리 몸은 혈압을 더 높여서라도 그 부위에 혈액 공급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경우에 혈압 약을 써서 혈압을 낮추면 혈전으로 인해 좁아진 뇌혈관이 막힐 수도 있다. 물론 혈압이 과도하게 높아져서 뇌혈관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혈압 약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릴 수는 있다. 하지만 혈압이 올라가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혈압 약으로 혈압만 떨어뜨리고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혈압일 때 혈압 약을 먹지 않고 어떻게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고혈압과 당뇨병이 생활습관병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말은 결국 고혈압과 당뇨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고혈압을 치유하기 위해 힘들게 생활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에 간단하게 혈압 약을 먹어서 고치려고 한다. 하지만 혈압 약을 먹어서는 고혈압을 치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혈압 약을 복용하게 되면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게 된다. 약을 먹고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세균이 일으키는 병을 치료하는 데는 어느 정도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병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통해 퇴치할 수 있고, 약은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도움을 주는 데 그쳐야 한다.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처방 받는 대부분의 약들은 겉으로 나타난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 요법으로,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는 단점이 있다. 앞에서 설명한 혈압약이 대표적인 예다. 더욱이 대부분의 병원 처방 약은 특정 성분의 함량이 높은 상태로 제조되기 때문에 간, 신장 등에 무리를 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어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복용할 수는 있지만, 그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 운동을 통해 고혈압과 당뇨가 생기는 원인 자체를 없애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 고혈압과 당뇨가 생기는 것은 노화에 의한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노화가 진행되면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혈압이 올라갈 수 있고, 대사 작용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당뇨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맞춰서 음식물의 양과 질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서 건강관리를 하면 질병으로 진행되는 정도의 건강 악화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고혈압과 당뇨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노후에 가장 염려하는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딘 세르자이 외(유진규), “죽을 때까지 치매 없이 사는 법,” 부키, 2020년). 나이가 들수록 생활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진다. 하지만 젊었을 적에는 사회생활에 얽매여서 생활습관을 자신의 스타일에 맞추기가 어려웠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습관을 고칠 수 있는 여건은 더 커진다는 이점도 분명히 있다.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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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숲 해설가-서울숲

2024. 3. 20.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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