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행복 기술자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86 호)

 

【 고혈압을 치료하려면 적정량의 소금을 먹는 게 좋다 】

 

<지난 뉴스레터(제 785 호)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소금을 섭취하면 삼투압 작용 때문에 혈압이 올라갈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정상적인 쥐의 경우에 소금 섭취량을 늘려도 혈압 변화가 없어서 염민감성 쥐를 만들어서 실험을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생물체의 항상성 유지 기능 때문이다. 즉 소금의 경우 과다 섭취하여 나트륨 농도가 0.9퍼센트 이상으로 올라가면 몸이 알아서 과잉 섭취된 나트륨(소금)을 배출한다. 반대로 소금 섭취가 모자라서 나트륨 농도가 0.9퍼센트 이하로 낮아지면 신장에서 나트륨을 더 많이 재흡수하여 나트륨 농도를 0.9퍼센트로 유지한다. 물론 나트륨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서는 신장이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쥐로 실험을 하게 되면 소금 섭취를 늘려도 혈압 변화가 없고, 신장에 이상을 일으킨 염민감성 쥐를 만들어야만 소금 섭취 시에 혈압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소금을 과잉 섭취하여 혈액 중의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몸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물을 많이 마시도록 조치를 하는 것이다. 즉 갈증을 느껴서 물을 마시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혈액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혈압이 올라갈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마신 물이 흡수되어 혈압이 상승하는 데 약 75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신장을 가졌다면 과잉의 물과 나트륨을 배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기 때문에 혈압이 올라가기 전에 과잉의 물과 나트륨이 배출되면서 혈압이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 정상적인 기능의 신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하루에 86그램까지 나트륨을 배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 이상의 나트륨(소금)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많은 양의 소금을 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은 구토 작용을 일으켜 소금 섭취를 거부하게 된다. 몸에 해로운 물질을 먹었을 경우, 과잉의 소금물을 주입함으로써 구토를 하게 만드는 예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소금 섭취량이 많은 경우보다 적은 경우에 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소금 섭취량이 낮으면 몸의 수분량이 감소하면서 혈액 순환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또 나트륨이 신경계 신호 전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트륨 부족은 신경계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심혈관 및 중추신경계, 신진 대사 이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소금 섭취량이 과도하게 적으면 소변 양이 감소하여 노폐물 제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요로 감염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또 소금을 적게 섭취하면 신장은 신체에 부족한 나트륨과 미네랄을 재흡수하려고 무리하게 되기 때문에 망가질 수 있다. 특히 뇌척수액에 나트륨이 부족하게 되면 삼투압 작용에 의해 뇌세포에 물이 차게 되면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소금을 너무 적게 섭취해도 안 된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소금 섭취가 적정할까? 소금, 즉 나트륨의 적정 섭취량은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그 중에서도 물과의 균형, 그리고 다른 미네랄 원소의 양, 특히 칼륨과의 비율이 중요하다.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칼륨과 나트륨이 혈액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아는 게 도움이 된다. 나트륨과 칼륨은 혈액 속의 영양분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세포에서 생성된 노폐물이 혈액 속으로 나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트륨이 세포로 들어오면서 칼륨을 밖으로 밀어내는데, 이때 혈액 속의 영양분이 세포로 공급된다. 이와 반대로 다시 칼륨이 세포로 들어오면서 나트륨을 혈액 속으로 밀어낼 때 노폐물이 배출된다. 이를 나트륨-칼륨 펌프라고 하는데, 나트륨이나 칼륨 중 어느 한 쪽이 부족하면 나트륨-칼륨 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체내 나트륨과 칼륨의 적정 비율은 얼마일까? 미국은 나트륨과 칼륨의 적정 비율을 1.4:1, 일본은 3.8:1로 보고 있으나, 한국은 아직 이 비율에 대한 기준이 없다. 나트륨이 주로 소금으로부터 공급이 된다고 하면, 칼륨은 어디로부터 공급이 될까? 음식 재료 중 칼륨의 주공급원은 식물이다. 식물은 칼륨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반면에, 나트륨 함량은 아주 낮다. 대체적으로 식물의 나트륨과 칼륨의 평균 비율은 0.02:1로 나트륨 함량이 매우 낮다. 따라서 건강상의 이유든, 육식을 거부하는 신념상의 이유든 채식을 하게 되면 체내의 나트륨 대비 칼륨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채식을 많이 할 경우에는 나트륨과 칼륨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나트륨, 즉 소금을 따로 섭취하여야 한다. 채식을 하기 위해 샐러드를 먹는다면 달콤한 소스를 뿌릴 게 아니라 소금을 뿌려서 먹는 게 건강에 이롭다.

 

서양에 비해 채식을 많이 하는 한국인이 소금이 많이 들어간 젓갈류, 김치 등을 많이 먹으면서도 건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돼지고기, 야채 등 칼륨이 많은 음식물을 먹을 때 야채에 짭짤한 쌈장을 싸 먹는 전통이 있었다. 육상 음식물과 야채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나트륨과 칼륨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 나트륨이 많은 쌈장을 곁들여서 먹은 것이다. 물론 우리 조상들이 나트륨과 칼륨의 적정 비율을 맞춰야 한다는 과학적 사실은 몰랐겠지만 오랜 경험에 의해 이런 지혜를 터득했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반해 나트륨과 칼륨이 골고루 함유된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소금을 덜 섭취해도 된다. 육식에는 나트륨과 갈륨이 적정 비율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적정한 소금 섭취량을 알기 위해서는 혈액 순환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나트륨, 즉 소금이 혈액 순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의 하나가 혈액 순환이다.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세포에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고, 몸에서 만들어진 노폐물이 제대로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 순환이 잘 이루어지려면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혈관도 탄력성이 있어야 하며, 혈액의 점도가 낮아야 한다. 반대로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혈관이 탄력성을 가지려면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혈액 순환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혈액의 점도를 낮추기 위해 하루에 물을 1.5리터 이상 마시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물만 마셔서는 그 물이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금을 섭취한 다음에 물을 마셔야 그 물이 몸에 흡수가 되지, 소금 섭취를 하지 않은 채 물만 마시면 우리 몸은 물의 흡수를 거부한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 기능 때문이다. 물을 많이 마셔서 그 물이 우리 몸으로 흡수되면 혈액 중의 나트륨 농도가 0.9퍼센트 이하로 낮아지게 되기 때문에, 우리 몸이 알아서 추가적인 수분 섭취를 거부하게 된다. 따라서 의사들이 소금 섭취는 제한하면서 물은 많이 마시라고 권하는 것은 과학적인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물을 1.5리터 이상 마시려면 그에 맞는 양(10그램)의 나트륨(소금) 섭취를 해야만 한다.

 

<다음 뉴스레터에 계속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

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숲해설가-토양

2024. 3. 6.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2024. 3. 5.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책 소개-클래식 파인만

2024. 3. 4.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리처드 파인만(김희봉), “클래식 파인만,” 사이언스북스, 2018년

 

이 책 <클래식 파인만>의 저자가 리처드 파인만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 책을 쓴 사람은 랠프 레이턴이다. 그렇다고 랠프 레이턴이 파인만의 대리 작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랠프 레이턴이 파인만의 강의를 직접 듣거나 그의 말을 듣고 내용을 정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다른 유명한 사람,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에 관한 얘기를 쓸 때 스티브 잡스를 저자로 소개하지는 않는데, 반해 이 책은 저자로 파인만을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리처드 파인만이 얘기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겼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리처드 파인만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면서, 코넬대와 칼텍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물리학 관련 연구에도 뚜렷한 업적을 남겼지만, 그에 못지않게 강의를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림을 배워 그가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를 할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 또 브라질에 갔을 때는 프리지데이라는 타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배워서 그 악기를 연주하면서 거리 행진 축제에도 참여했다. 그만큼 파인만은 물리학 연구에만 몰두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일상생활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그 분야애서 어느 정도 수준급에 오를 정도로 몰두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 책에는 브라질에서 10개월간 여행을 할 때 브라질 교육에 대해 자문하는 광경이 나온다. 브라질의 과학 교육은 무조건 외우는 교육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파인만은 그런 암기 교육으로는 진정한 과학 발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의견을 브라질 정부와 교육계에 전달했다. 물론 그의 의견을 이해하고, 교육 정책에 반영하는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이 장면에 대한 묘사 내용을 읽으면서 그 지적이 바로 한국 과학 교육에 대한 지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과학 교육, 더 나아가서 한국 전체 교육의 문제점이 바로 암기식 교육, 정답을 가르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파인만의 지적대로 이런 암기식 교육으로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희망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될 것이다.

파인만의 업적(?) 중의 하나로 원자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책에는 그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겪은 일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상세한 개발 내용이야 국가적 기밀사항이라 밝힐 수 없었겠지만,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개인적인 일들은 상세히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기밀문서를 넣어둔 금고나 서랍의 자물쇠를 열어서 보안의 중요성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자물쇠를 푸는 요령이라는 어쩌면 하찮은 것들까지 파인만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은 미국 자존심의 붕괴를 가져왔다. 그 사건의 조사 위원으로 활약한 파인만은 관료 사회의 형식적인 조사를 비판하면서, 그 나름의 방식으로 사고 원인이 O링의 부식 때문이라는 결론을 찾아냈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어느 나라나 조사위원회라는 조직은 느슨하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행위가 파인만에게는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다. 편안하게 조사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료 조직의 저항을 뚫고 실질적인 조사활동을 전개한 파인만의 행동은 과학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이 책은 8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두꺼운 책이라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언제 이 책을 다 읽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책이 두껍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과학자로서, 엔지니어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준 감명을 주는 책이다. 중간 중간 과학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좋은 책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소개-어싱  (0) 2024.03.18
책 소개-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0) 2024.03.11
책 소개-김미경의 마흔 수업  (0) 2024.02.26
책 소개-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0) 2024.02.19
책 소개-네 멋대로 행복하라  (0) 2024.02.12

방치하면 안 되는 위급한 증상들

뇌동맥류 파열되면 벼락 두통 느껴
흉골 중앙부 통증, 심근경색 가능성
담낭염 한번 발생하면 절제술 필요

현대인은 수시로 크고 작은 통증에 시달린다. 특히 일상에서 두통·흉통·복통은 흔히 겪는 증상이다. 대부분 진통제를 먹거나 휴식을 취하면 잦아든다. 그러나 때에 따라선 응급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평소 느껴 보지 못한 통증인데도 가벼운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민간요법에 기대다 화를 입을 수 있다. 통증의 정도와 양상, 동반 증상을 살펴 위급한 질환이라고 판단되면 연휴라도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에 갈 수 있도록 조치하자.

 

뇌 질환이 원인인 두통

 

두통은 누구나 흔히 겪는 증상이다. 두통이 오면 병원에 가기보다 상비약을 먹거나 약국을 찾아 그때그때 통증을 가라앉힌다. 하지만 통증이 극심하고 평소와 다른 양상이라면 몸에 문제가 생겼단 신호일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이 대표적이다. 뇌동맥류는 뇌동맥이 갈라지는 부위의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혈관 내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는 경우다.

 

뇌동맥류가 파열돼 출혈이 생기면 대부분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듯한 벼락 두통을 호소한다. 이와 함께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하기 쉽다. 파열성 뇌동맥류는 약 15%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므로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다면 곧바로 응급실을 찾도록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이성호 교수는 “당장 치료가 필요한 아주 위험한 뇌동맥류는 이미 파열이 일어난 경우”라며 “이때 나타난 두통은 일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통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보통 무증상이지만 간혹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변하면 주변 뇌와 뇌 신경을 눌러 한쪽 눈이 안 떠지는 안검하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편측 안면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징후 역시 두통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져 출혈이 발생하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뇌혈관 속에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극심한 두통과 갑자기 걷거나 균형 잡기 힘들 만큼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이때 안면 마비나 편측 마비, 언어장애가 함께 올 수 있다. 뇌졸중 증상은 아프다가 점점 심해지기보다 갑작스럽게 오는 편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우호걸 교수는 “증상이 잠시 나타났다가 회복하는 경우 미니 뇌졸중이라고 불리는 일과성 허혈 발작일 수 있다”며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48시간 이내 50%가 재발하므로 돌아왔다고 방심하지 말고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두통이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 점차 심해지거나 양상이 이전과 다르게 변한 경우 ▶진통제를 복용해도 호전이 없는 경우 ▶구역·구토, 의식 소실이나 발작을 동반한 경우 ▶50세 이후 처음으로 두통이 시작된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심혈관 문제로 인한 흉통

 

일상에서 가슴 통증을 이따금 느끼는 사람이 있다. 통증의 위치를 정확하게 꼽기 어렵다 보니 급체로 오인해 손가락을 따거나 진통제만 먹고 버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근데 일부 흉통은 심근경색과 협심증에 따른 증상일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심장 근육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갑자기 수축해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협착이 만성으로 진행하면 협심증, 급성이면 심근경색이다.

협심증은 일상생활보다 빨리 걷거나 뛸 때, 계단이나 언덕을 오를 때, 무거운 물건을 드는 활동을 할 때 주로 증상이 발생한다. 즉 심장 근육에 더 많은 산소와 혈액 공급이 필요한 상태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흉통이 가슴 정중앙이나 왼쪽에서 발생하는 게 특징적이다. 대개 ‘뻐근하다’ ‘쪼이는 것 같다’ ‘무거운 것에 눌리는 것 같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최소 1분 이상 10분 이내로 흉통이 지속하고 안정을 취하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에 심근경색은 운동 시 주로 흉통이 발생하는 협심증과 달리 안정 시에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아 혈류가 차단된 결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통증이라고들 한다. 흉골 중앙부 깊은 곳이 가장 흔한 통증 위치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김병규 교수는 “난생처음 느껴 보는 20~30분 이상 지속하는 극심한 흉통이 있을 땐 급성 심근경색 가능성이 있으니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며 “심한 경우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러움, 구토, 의식 저하, 심장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론 가슴 통증과 함께 목이 조이는 듯하거나 아래턱이 아프고 왼팔 안쪽으로 통증이 뻗치는 방사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입원·수술 치료 필요한 복통

 

보통 배가 아프면 ‘먹은 음식이 소화가 안 되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만다. 그러나 복통도 마냥 가벼운 증세로만 인식하면 안 된다. 배꼽 근처 복부 중간에서 시작해 오른쪽 아래 부위로 통증이 이동하는 느낌이라면 급성 충수염(맹장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어쩔 땐 우측 옆구리가 아프기도 하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터지면 복부 내 장기가 감염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조기 진단이 필수다. 통증이 시작되면 구토를 하거나 식욕이 없어지며 열이 날 수 있다. 특히 충수염은 소아·청소년에서 발생 비율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로 명치와 오른쪽 윗배가 아픈데 오른쪽 날개뼈 아래나 어깨 쪽까지 통증이 퍼지고 통증이 1~4시간가량 지속한다면 급성 담낭염일 수 있다. 담낭염의 전형적인 통증인 ‘담도산통’인 경우다.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하고 식사 후 담즙을 배출해 소화를 돕는 기관이다. 담즙이 배출되는 길목이 여러 이유로 정체하거나 막히면 담낭에 염증과 세균 증식이 발생한다. 담낭염을 수술하지 않으면 당장은 증상이 완화하더라도 25% 이상에서 재발하므로 한 번 발생했다면 절제술을 시행하는 게 좋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신일상 교수는 “무엇보다 오른쪽 윗배에 담도산통이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빨리 병원에서 검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연시, 연휴처럼 과음·과식이 반복되는 시기엔 급성 췌장염을 염두에 둬야 한다. 췌장에 염증이 생긴 질환으로 급성의 경우 과도한 음주와 담석, 고중성지방혈증 때문에 많이 발생한다. 췌장 내에서 활성화된 소화효소가 췌장과 주변 조직을 공격하면 부종·출혈·괴사가 일어나고 전신 염증 반응과 다발성 장기부전까지 유발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면 대부분 극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한다. 췌장은 복막 뒤에 있는 후복막 장기다. 따라서 똑바로 누웠을 때 통증이 심하고 앉거나 몸을 앞으로 숙일수록 등과 복부 사이 공간이 넓어져 통증이 완화하는 특징이 있다. 통증이 시작되고 30분 이내에 통증의 강도가 세지며 호전 없이 수시간에서 수일간 지속한다. 이 밖에도 염증 반응에 따른 발열과 오한, 오심·구토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2월 3일]

지허스님 입적과 40년 된 매실나무

국내여행 일타강사

 

“햐~ 이 맛에 중노릇을 하는 거라.” 순천 금둔사엔 동지섣달에 꽃 피는 매실나무가 있습니다. 음력 섣달에 핀다고 ‘섣달 납(臘)’자를 붙여 금둔사 납월매라 불렀습니다. 겨울 매화 100송이나 피우던 금둔사. 이를 가꾼 큰스님이 지난 가을 입적했습니다. 그리고 올겨울, 금둔사 매화는 꽃을 감췄습니다.

 

전남 순천에 있는 금전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금둔사 대웅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겨울에도 꽃을 보러 다닌 건 올해로 20년째다. 처음엔 소문으로만 알았다. 전남 순천에 가면 낙안읍성 내려다보이는 금전산(668m) 남쪽 기슭에 금둔사라는 작은 산사가 있는데, 그 절집 매실나무가 동지섣달에도 꽃을 피운다고.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찾아갔더니 정말 매화가 피어 있었다. 붉은 매화, 홍매(紅梅)였다. 그때부터였다. 태고종 종정 지허 스님과 연을 맺은 건.

40여 년 전 폐허 같았던 금둔사를 일으키고 매실나무 씨앗을 구해 와 이윽고 꽃을 피우게 한 주인공이 지허 스님이다. 금둔사에 들 때마다 스님은 손수 기르고 따고 덖고 내린 차를 내주셨다. 지허는 그 유명한 선암사 동구 차밭을 손수 일군 선사(禪師)다. 인연에도 끝이 있는 것일까. 지허 스님이 지난해 10월 2일 입적했다. 1941년 전남 보성 벌교에서 태어났으니 세수는 82세였고, 1956년 선암사에서 사미계를 받았으니 법랍은 67년이었다.

 

2020년 12월 촬영한 지허 스님. 한쪽 눈을 다쳐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 스님은 지난해 10월 2일 입적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금둔사로 내려간 건 지난달 17일이다. 금둔사는 아직도 어두웠다. 꽃망울 맺힌 나무에서 한두 송이가 겨우 꽃잎을 열었을 뿐이었다. 동짓달에도 100송이 넘게 꽃을 피웠던 금둔사 매화가, 제주도 매화가 86년 만에 가장 이른 개화 소식을 전한 이 겨울에는 피지 않았다. 설마 매화도 스님이 떠나신 걸 알았던 걸까.

2020년 12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았던 시절, 문득 금둔사 홍매가 그리웠다. 오랜만에 지허 스님에게 전화를 넣었다.

 

 

“스님, 매화가 언제 필까요?”

“아직 멀었제. 동짓달은 지나야 확 피제.”

지난달 17일 촬영한 금둔사 백매. 겨울이 다 가야 피던 백매가 올겨울에는 서둘러 피었다. 손민호 기자

 

음력으로 동짓달 하고 열나흘. 금둔사에 들었다. 요사채 앞 매실나무 한 그루가 붉은 기운으로 온통 화사했다. 가지마다 두서너 송이씩, 얼추 100송이 가까이 핀 듯했다.

“나가 야들을 심은 게 35년 전이여. 여태 이렇게 일찍 핀 적이 없었네.”

팔순 앞둔 노스님이 아이처럼 신이 나 말하고 있었다. 엄동설한에 꽃 피운 매화보다 큰스님의 해맑은 얼굴이 더 숭고하고 아름다웠다. 그 기운을 받아 코로나로 버거웠던 날들을 버텼다.

 

 

올겨울에는 금둔사 홍매가 좀처럼 피지 않았다. 손민호 기자

 

금둔사는 작은 사찰이다. 바로 옆 조계산(887m) 자락에 선암사와 송광사가 있어 이름도 크게 밀린다. 절은 작아도 내력은 길다. 백제 위덕왕 30년(583)에 창건했다는 기록이 전해 온다. 통일신라 시대에는 제법 번창했었다.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불상과 삼층석탑이 남아 있다. 모두 보물로 지정됐다. 금둔사의 명맥이 끊긴 건 정유재란(1597) 때다. 난리 통에 가람이 전소했다. 이후 오랜 세월 폐사지였다. 1970년대까지 산 아래 주민이 금전산 중턱 절터까지 올라와 밭농사를 지었다.

금둔사를 다시 일으킨 주인공이 지허다. 1979년 금전산 기슭에서 무너지고 부서진 석조불상과 삼층석탑을 발견하고서다. 그 뒤로 스님은 길 닦고 돌 쌓으며 버려진 절을 다시 세웠다. 산 아래 낙안읍성에서 600년 묵은 노거수의 씨앗 한 움큼을 받아와 금둔사 곳곳에 뿌린 건 1985년의 일이다. 그 씨앗 중에서 6개가 살아남아 매운 계절에 꽃을 피운다. 생전의 스님은 “매화가 부처”라고 말했었다.

금둔사의 새 주지 승국 스님. 손민호 기자

 

생전의 지허는 ‘선농일치(禪農一致)’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농사짓는 게 참선이라는 뜻이다. 60여 년 전 선암사 차밭을 일구기 시작했을 때도 한마음이었을 터이다. ‘선다일여(禪茶一如)’도 지허가 자주 부린 말씀이다. 차 생활이 참선이라는 말이니 수행하지 않으면 차를 만들 수 없다는 경구다. 지허는 참선하는 마음으로 차를 빚었고 농사를 지었고 꽃을 기다렸다.

새 주지로 들어온 승국 스님은 죄라도 지은 양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스님이 가신 것도, 매화가 피지 않는 것도 다 제 잘못인 듯한 얼굴이었다. 하릴없이 경내를 거니는데 활짝 핀 백매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홍매도 안 핀 금둔사에 백매가 피었다니.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승국 스님은 “다비식에서 사리 여러 점이 나왔는데, 1주기가 되면 선암사에서 정식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태고종 종정을 역임한 큰스님에 대한 예우다. “말씀을 남기신 게 있느냐” 물었더니 지허 스님의 열반송(涅槃頌)을 보여줬다. 생전의 노스님이 “내가 죽거든 열반송으로 쓰라”고 미리 건넨 글귀라고 했다.

 

뿌리 없는 나무 위에 녹음이 꽃 같고
끓는 물 가운데 흰 연꽃이 활짝 피었네.
지팡이 끝에 걸린 옛 달은 허공을 비추고
하늘 밖에 학 울음소리 길게 떨어지는구나. 

기사 전문과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2월 2일]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