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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3.04 책 소개-클래식 파인만

책 소개-클래식 파인만

2024. 3. 4.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리처드 파인만(김희봉), “클래식 파인만,” 사이언스북스, 2018년

 

이 책 <클래식 파인만>의 저자가 리처드 파인만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 책을 쓴 사람은 랠프 레이턴이다. 그렇다고 랠프 레이턴이 파인만의 대리 작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랠프 레이턴이 파인만의 강의를 직접 듣거나 그의 말을 듣고 내용을 정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다른 유명한 사람,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에 관한 얘기를 쓸 때 스티브 잡스를 저자로 소개하지는 않는데, 반해 이 책은 저자로 파인만을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리처드 파인만이 얘기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겼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리처드 파인만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면서, 코넬대와 칼텍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물리학 관련 연구에도 뚜렷한 업적을 남겼지만, 그에 못지않게 강의를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림을 배워 그가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를 할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 또 브라질에 갔을 때는 프리지데이라는 타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배워서 그 악기를 연주하면서 거리 행진 축제에도 참여했다. 그만큼 파인만은 물리학 연구에만 몰두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일상생활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그 분야애서 어느 정도 수준급에 오를 정도로 몰두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 책에는 브라질에서 10개월간 여행을 할 때 브라질 교육에 대해 자문하는 광경이 나온다. 브라질의 과학 교육은 무조건 외우는 교육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파인만은 그런 암기 교육으로는 진정한 과학 발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의견을 브라질 정부와 교육계에 전달했다. 물론 그의 의견을 이해하고, 교육 정책에 반영하는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이 장면에 대한 묘사 내용을 읽으면서 그 지적이 바로 한국 과학 교육에 대한 지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과학 교육, 더 나아가서 한국 전체 교육의 문제점이 바로 암기식 교육, 정답을 가르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파인만의 지적대로 이런 암기식 교육으로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희망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될 것이다.

파인만의 업적(?) 중의 하나로 원자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책에는 그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겪은 일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상세한 개발 내용이야 국가적 기밀사항이라 밝힐 수 없었겠지만,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개인적인 일들은 상세히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기밀문서를 넣어둔 금고나 서랍의 자물쇠를 열어서 보안의 중요성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자물쇠를 푸는 요령이라는 어쩌면 하찮은 것들까지 파인만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은 미국 자존심의 붕괴를 가져왔다. 그 사건의 조사 위원으로 활약한 파인만은 관료 사회의 형식적인 조사를 비판하면서, 그 나름의 방식으로 사고 원인이 O링의 부식 때문이라는 결론을 찾아냈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어느 나라나 조사위원회라는 조직은 느슨하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행위가 파인만에게는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다. 편안하게 조사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료 조직의 저항을 뚫고 실질적인 조사활동을 전개한 파인만의 행동은 과학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이 책은 8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두꺼운 책이라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언제 이 책을 다 읽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책이 두껍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과학자로서, 엔지니어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준 감명을 주는 책이다. 중간 중간 과학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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