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85 호)
【 고혈압을 치료하려면 소금을 적게 먹어야 하는가? 】
“아, 역시 음식에는 소금이 들어가야 맛있어. 며칠 전에 병원에 갔더니 담당 의사가 고혈압 경계치라고 이제부터 소금을 적게 먹으라는 거야. 그래서 집에서는 음식에 소금을 적게 넣으니까 맛이 없었는데, 이 찌개는 소금이 들어가서 그런지 맛있네.”
오랜만에 만나 트레킹을 함께 하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어느 친구가 한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고혈압 걱정 때문에 소금을 적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야 아직은 고혈압을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서 음식을 짜게 먹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이 없지만, 고혈압 걱정 때문에 소금을 적게 먹어야 한다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의아한 생각도 든다. 소금이 우리 건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신경 신호를 전달하고, 혈액 순환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소금의 또 다른 주요 성분인 염소는 위산을 비롯한 소화액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처럼 인체에 필수적인 소금이 어째서 최근에 와서는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소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구해서 읽어보고, 나의 전공인 화학공학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 읽은 ‘소금과 건강’에 관련된 책들은 다음과 같다.
1. 김성권, “소금 중독 대한민국,” 북스코프, 2015년
2. 김은숙, 장진기, “짠맛의 힘,” 앵글북스, 2019년
3. 박의규, “소금과 물, 우리 몸이 원한다 1, 2” 지식과감성, 2014년
4. 박하산, “소금, 소금은 정말 최고더라,” 예예원, 2011년
5. 박흥식, 박용주, “소금, 마법의 하얀 알갱이,” 지성사, 2020년
6. 윤태호, “소금 오해를 풀면 건강이 보인다,” 행복나무, 2014년
7. 제임스 디니콜란토니오(박시우), “소금의 진실,” 하늘소금, 2019년
8. 조기성, “소금의 진실과 건강,” 책과나무, 2022년
9. 채점식, “소금과 물 바로 알면 건강 125세가 보인다,” 책과나무, 2015년
10. 최낙언, “생존의 물질, 맛의 정점 소금,” 헬스레터, 2022년
11. 클라우스 오버바일(배명자), “소금의 역습,” 가디언, 2011년
이 책들 중에서 1번인 김성권의 책은 건강하려면 저염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10번 최낙언의 책은 중립적인 입장의 책, 그러니까 소금이 건강에 좋은가 나쁜가를 논하기보다는 맛을 내는 데 소금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강조한 책이다. 위 11권의 책 중에서 이 두 권을 제외한 나머지 9권의 책은 건강을 위해서는 오히려 소금을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책들이다. 소금이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내용의 책이 저염식을 주장하는 책들보다 많은 현상 자체가 소금의 중요성을 증명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세계보건기구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 정부에서 저염식을 권장하고 있어서 저염식을 주장하는 책들이 출간되어야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에 저염식에 반대하는 주장을 해야 주목을 받기 때문에 소금이 건강에 필수적이라는 내용의 책이 많은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소금 섭취가 필요하다는 이 책들을 읽어보니 그 주장이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번 김은숙, 장진기의 책 <짠맛의 힘>은 저자들이 소금 섭취를 통해 본인들은 물론이고 일만 여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질병을 치료(?)한 실제 경험을 소개하고, 그에 따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우선 건강을 위해 소금을 적게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살펴보자.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소금을 섭취하면 혈압이 높아질 수 있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혈압 방지를 위해서는 소금을 멀리해야 한다는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정말 소금 섭취가 고혈압을 유발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을까? 소금이 혈압을 높인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는 100여 년 전에 시작되었는데, 이때의 연구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관찰을 하거나, 실험에 사용된 쥐를 염민감성 쥐로 변형시키고, 쥐에게 과다한 양의 소금을 투여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한 마디로 소금이 혈압을 높인다는 주장에 맞도록 연구 결과를 꿰맞췄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만들고 있다.
소금이 혈압을 높인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연구는 1904년과 1905년 프랑스 과학자 암바르와 보차르가 시행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여섯 명의 환자들에게 소금을 더 공급했을 때 그들의 혈압이 상승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1907년 로웬슈타인은 신장염 환자들로부터 얻은 상반된 결과를 발표했고, 그 후에도 라라그 등이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경우 소금 제한이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금이 혈압 상승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시행된 쥐 실험 결과도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정상적인 쥐는 소금을 많이 투입해도 혈압에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상적인 쥐라면 과다하게 투입된 소금이 배설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쥐로는 소금이 혈압을 상승시킨다는 결과를 얻을 수 없게 되자, 염민감성 쥐를 만들어서 실험에 사용하였다. 염민감성 쥐는 한 마디로 말해서 염분 배출에 문제가 있도록 일부러 조작한 쥐를 말한다. 이런 염민감성 쥐에게 사람으로 치면 치사량에 해당하는 과다한 소금을 투여했으니 혈압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소금 섭취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도록 만들기 위해 실험 대상 쥐에게 물을 주지 않거나 배설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등 비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억지로 끼어 맞추기 식 연구 결과를 근거로 소금이 혈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을 얻는 게 과연 타당한가?
앞에서 언급한 책들 중에서 조기성(8번 책)은 염민감성 쥐를 이용해 소금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시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염민감성 쥐에게 정제염 이외 천일염, 사죽염, 구죽염 등 다양한 종류의 소금을 투여한 쥐의 혈압 차이는 11mmHg(7.6퍼센트)로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발표하고 있다. 그 밖에도 동국대학교 심장혈관센터 이무용 교수는 소금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여러 논문을 분석한 결과, 나트륨 1그램(소금 2.5그램)이 수축기 혈압 0.9mmHg을 상승시킨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저염식을 주장하는 김성권의 책(1번)에서도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네 가지 메타분석을 통해 소금 섭취를 3그램 줄였을 때 혈압은 약 1.98~3.33mmHg 정도 미미하게 내려가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 정도의 혈압 차이는 실험 오차 범위 안에 들어올 정도로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 뉴스레터에 계속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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