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43 호)
【 은퇴 후에 제주도로 귀향하세요? 】
“돌하르방님은 은퇴하시면 제주도로 귀향하시겠네요. 좋은 곳으로 귀향하시니 부럽습니다.”
제 고향이 제주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많은 분들이 제가 은퇴 후 제주로 귀향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라는 듯이 얘기하곤 합니다.
물론 저도 개인적으로 은퇴 후에 제주도로 귀향하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귀촌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제주에는 아직 친인척들과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귀촌하면 겪는다는 ‘왕따’ 문제를 겪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가 제가 은퇴 후 추구하고자 하는 삶을 실현하는 데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참 제주에 많이 다닐 때는 매달 한 번씩 갈 정도로 제주를 좋아하긴 하지만 제주에서 사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입니다.
저는 제주가 잠시 여행하기에는 좋은 곳이지만, 머무르면서 살기에는 그리 적합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주도는 생활물가가 상당히 높은 반면에,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제주도가 섬이라서 대부분의 생활용품들을 비싼 운송비를 들여서 이송해 와야 하기 때문에 생활물가가 비싼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제주도에는 제조업이 허용되지 않고, 인구가 적기 때문에 일하면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은퇴 후 연금 등 수입이 충분하고, 한가하게 노후를 보내려는 사람들에게는 제주도가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놀면서 이곳저곳 구경 다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1~2년 정도 지내다 보면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제주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제주도에 이주한 초기에는 친구와 친척들도 많이 찾아와서 심심하지 않게 지낼 수 있지만, 1년만 지나도 찾아오는 사람이 확 줄어든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여행 갔다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어 제주로 이사 갔던 사람들의 고민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주도에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분야가 주로 관광과 연계된 숙박업, 카페, 음식점 등인데 이미 이런 분야는 공급이 넘쳐서 원하는 수입을 올리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더욱이 제주도의 땅값이 많이 올라서 투자비도 많이 들어가니 투자비 대비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물론 제 고향 친구들 중에는 은퇴하고 나서 서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제주로 내려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제주도로 귀향하는 친구들을 보면 시골출신이라 부모님으로부터 몇 억 내지 몇 십 억으로 평가되는 땅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골이 아닌 제주시 출신이라서 물려받을 과수원이나 밭이 없어서 재산 때문에 귀향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주시는 신제주와 구제주로 나눠지는데, 제가 앞에서 말하는 제주시는 구제주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시골로 여겨졌던 신제주를 포함한 시골지역의 땅값이 엄청나게 오른 반면에 구제주의 부동산 가격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주시의 집을 팔면 시골의 몇 십 내지 몇 백 배 넘는 과수원이나 밭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대등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제가 제주로의 귀향을 원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제주로의 귀향이 과거로의 회귀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주로 귀향하게 되면 친척이나 친구 등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유지해나가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좁은 제주라는 지역에서 살게 되면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소위 말하는 제주의 ‘괸당 문화’를 소홀히 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게 지내는 게 편안할 수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 안주하게 되면 제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제 목표는 은퇴 후 저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귀촌해서 건강한 먹거리를 즐기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은퇴 후에 일하는 게 단순히 수입을 올리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 심심하지 않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하니까요.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생각으로는 내년 말 내지 내후년 초에 시골(남원?)로 귀촌할 계획입니다.
남원에 국가 지원을 받아 조성될 예정인 78가구 규모의 ‘지리산 활력타운’이 올해 말 입주 신청을 받고, 내년 말 내지 내후년 초에 입주 가능하다니까요.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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