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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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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82 호)

 

【 문득 혼자 남겨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

 

요즘 들어 가끔(한 달에 한두 번) 한밤중에 잠에서 깨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집안 내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저녁에 일단 잠이 들면 누가 떠 매고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을 자고 아침이 되어야 깨어났기 때문에 새벽 두세 시에 깨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깨어났을 때 아침이겠거니 하고 시계를 확인해보고는 한밤중임을 알게 되면 괜히 당혹스럽다. 그나마 한밤중에 깨어났다가 다시 바로 잠이 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곧 바로 잠이 들지 못해 이불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이렇게 한밤중에 깨어났는데, 나 혼자이면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것이다. 지금은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내가 있어서 괜찮지만, 나 혼자 남겨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괜히 우울한 기분에 젖어들 때가 많다.

 

40여 년 전 내가 미국에 유학을 하고 있을 때 은퇴한 영어 교수님에게서 영어 교습을 받은 적이 있다. 할로인 행사에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니다가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그 교수님을 만났다. 그 교수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가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영어 교수를 하다가 은퇴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교수님에게 영어 개인 교습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그 교수님의 집으로 가서 영어 교습을 받게 되었다. 물론 무료로. 영어 교습 방식은 내가 특정 주제를 정해서 영어 작문을 해서 가면 그 교수님이 첨삭을 해주고, 그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 교수님의 집은 전형적인 미국식 단독 주택이었는데, 처음 그 집에 들어섰을 때 뭔가 쓸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 교수님은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지내고 있었다. 집안은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 교수님 혼자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거실의 소파도, 찬장의 그릇들도 외로움에 젖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깥에 보이는 정원도 나름 잘 가꿔지고 있는 듯 했지만, 외로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집안이 널찍해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집안에 온기가 없고, 추운 날씨가 아니었는데도, 뭔가 집안에 냉기가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런 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그 교수님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여 동안 매주 그 교수님 댁을 방문해서 대화를 나누다보니 처음에 느꼈던 냉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지만, 처음 그 집을 방문했을 때의 느낌은 그 후에도 뇌리 속에 계속 남아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밤중에 깨어났을 때 거기서 느꼈던 느낌이 문득 되살아나면서 나도 그 교수님처럼 혼자가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그 교수님은 동네 가까운 곳에 아들이 결혼해서 살고 있었지만, 크게 도움을 받고 있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미국식 개인주의에서는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그 때는 그 아들의 처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부모가 나이 들어 자식들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러니 나도 그 교수님처럼 혼자가 되면 자식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나마 그 교수님처럼 죽을 때까지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혼자 생활하다가 건강이 안 좋아져서 도움이 필요하게 되면 요양원 신세를 져야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다행히 부부가 서로 의지하면서 살다가 한날한시에 세상을 뜰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을 기대하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확률보다 낮을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홀로 남겨졌을 때 문제가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이 식사와 세탁 등 모든 일상생활을 아내에게 의존하는 게 익숙해져 있다 보니까 홀로 생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평균적으로 보면 남편들이 아내들보다 일찍 세상을 뜨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고 있지만 말이다.

 

언젠가 아내와 ‘둘이 함께 세상을 뜰 수 없다면 누가 먼저 세상을 뜨는 게 좋겠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얘기하다가 다툰 적이 있다. 그 동안 아내는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야 한다고 계속 주장을 해왔고 나도 동의를 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내가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날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농담조로 얘기했다가 다투게 된 것이었다. 나는 원래 어떤 일이든 철저히 계획을 하는 편이라 혼자 남겨지더라도 생활할 수 있게 노력을 하고 있다. 그걸 아는 아내는 ‘당신은 혼자 남겨져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지만, 나는 혼자 살 수 없으니 내가 먼저 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누가 세상을 먼저 떠날지는 알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그냥 내가 ‘그래 내가 남아서 뒤치다꺼리를 할게.’라고 했으면 별 일 없이 끝났을 문제였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셈이 되었다.

부부가 사이가 좋을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즐겁게 살 가능성이 크니 그나마 다행이다. 반면에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경우에는 황혼 이혼이나 졸혼을 당해 혼자 지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또 부부 사이가 좋더라도 부부 중 한쪽의 건강이 안 좋아지게 되면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 아무튼 나이 들어 사별, 이혼, 졸혼 등으로 인하지 않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혼자 살게 되는 게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처럼 나이 들어 혼자 남겨질 게 뻔한데, 이 문제가 앞으로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누구나 나이 드는 운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처럼 나이가 들어 불행해지는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불행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이 들어 불행해지는 것을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기보다는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과거에는 대가족 제도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도 가족의 돌봄을 받을 수 있어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핵가족을 넘어 일인 가족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대에는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지고, 불행해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대가족 제도로 돌아가자고 주장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설사 대가족 제도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지금은 자녀가 한둘이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예전처럼 노후 보장이 되지 않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없으니 포기하고 주어진 운명이라고 불행을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새로운 대가족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선 나이 든 사람들끼리 시골에서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모여 살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혈연관계로 맺어진 대가족이 아니라 이웃사촌끼리 대가족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나이가 든 사람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함께 이 대가족에 포함시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여러 사람들이 따로 살되, 원하는 사람들끼리 협동해서 일할 수 있고, 즐겁게 놀 수도 있는 여건을 만들면 그게 바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대가족이 되지 않을까? 물론 더불어 행복하게 지내기보다는 경쟁해서 남을 이기는 분위기에서 살아온 우리가 이런 삶을 실천하기가 어렵겠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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