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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7 왜 기술 융합인가?

왜 기술 융합인가?

2009. 12. 7. 18:34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기술 융합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크게 보아 다음 두 가지 요인이 만나서 상승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는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산업 구조가 개편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 사회에서는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들을 일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였다. 그런데 지식 사회가 되면서 소비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 그 결과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선택권을 갖게 되었는데, 그 결과 소비자들은 어떤 기술이든 상관없이 자신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서비스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제는 어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들이 충분히 개발되었거나, 필요시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개발보다는 기존 기술들을 활용해서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인을 합쳐서 생각해 보면 새로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기업의 성공 요건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든, 기존의 기술들을 융합하든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와 연결시키기가 기술 융합의 경우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더구나 새로운 기술개발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내심이 부족한 소비자들을 짜증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 융합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것이다.

기술 융합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볼 수도 있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사실상 하나였던 지식과 학문이 산업혁명 이후 세분화ㆍ전문화됐다. 산업혁명 이후의 요소 환원주의는 과학과 기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계를 드러냈다. 예를 들어 생명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세포 단위의 연구를 했지만, 각 세포가 합쳐졌다고 해서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전체적인 관점에서의 이해인데, 이에 대해 세분화된 부분의 연구가 어떤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기여를 했지만, 그런 부분적인 이해를 합쳐도 전체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부분적인 것들을 모아서 전체를 이해하는 통합, 즉 융합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환원주의의 기본적인 철학은 1+1=2라는 생각이다. 즉 전체는 부분의 합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위에 예를 들었듯이 생명체는 여러 신체 기관들의 합인 것은 사실이지만, 각 기관들을 합치게 되면 전체적인 신체 모양은 나올지 모르지만, 생명이라는 부가적인(?) 현상을 얻을 수는 없다. 즉 기술의 융합이 추구하자고 하는 것은 1+1이 2보다 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두 개 이상의 기술을 융합해서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가치란 주로 한 가지 기술만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는 고객들의 니즈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 최근의 디지털 기술 융합이 새로운 기술 발전의 트렌드로 떠오르기 전에도 편의성을 추구하기 위해 아날로그 기술들의 융합은 존재해 왔다. 예를 들어 각종 칼과 가위 등이 한 세트에 들어 있는 스위스 나이프, 군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크 겸용 숟가락, 침대와 소파를 겸할 수 있는 소파 베드 등을 들 수 있다. 서비스가 융합된 경우로는 항공, 숙박, 차 렌트 등이 통합된 여행 패키지, 은행 서비스와 보험 서비스가 결합된 방카슈랑스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종전의 융합은 1+1은 2보다 작은, 즉 기존 서비스를 보완하는 정도의 융합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의 디지털 기술 융합은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IT 기술을 융합한 텔레매틱스의 경우에 단순히 자동차 기능에 IT 기술이 편의성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위험 환경 감지를 통한 안전성의 확보와 최적의 주행 조건을 감지를 통한 경제성 확보 등의 부가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텔레매틱스를 통해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사무를 보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기술 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융합의 목표와 방향 설정이며, 특히 기존 제품의 단순한 개선보다는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 개척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목표와 방향의 정립이 중요하다. 아날로그 형 융합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자연발생적인 인접기술 간의 물리적 혼합과 활용을 통한 도구의 형태 위주의 기술 융합에서 탈피하여,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목표지향적인 이종 기술 간 화학적 융합을 통한 기술 융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바꿔서 말하자면 기술 관점에서의 융합보다는 시장, 즉 사용자 관점에서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술 융합을 통해서 구현할 수 있다면 그 융합 대상 기술을 내가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 또는 다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기술 융합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그 기술을 개발할 게 아니라, 아웃소싱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4장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런 융합은 단순히 기술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학문 분야에서도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해석함에 있어서 이제까지는 한 분야의 관점에서만 해석을 하려는 노력을 했었다. 그런데 실제 현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여러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게 학문 융합의 필요성 대두의 요인이다. 예를 들면 이제까지 경제 현상을 관찰함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가정, 즉 수요⋅공급의 법칙이라든가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또는 경제 주체는 최적의 선택을 한다는 가정 등을 전제로 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 경제 현상은 인간이라는 주체의 불완전한 심리 상태 때문에 엉뚱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경우를 보면, 담배를 끊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옳은 선택이다. 담배를 피우면 비용도 높아지고 건강도 나빠진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담배를 계속 피우는가? 그건 사람들이 금연으로 인해 얻는 장기적인 이익보다는 담배를 피움으로 인해 얻는 심리적인 안정이라는 단기적인 이익에 더 비중을 두기 인간의 심리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경제학에 심리학을 융합한 행동경제학을 통해서 나올 수 있는 해석이다.

이제 기술 융합, 학문 융합의 중요성은 각국의 기술 개발 정책에도 최우선 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융합의 중요성을 결정적으로 촉발시킨 것은 2001년 12월 미국과학재단과 상무부가 공동으로 작성한 융합 기술(convergent technology)에 관한 정책 문서이다. 이 문서는 나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 정보기술(IT), 인지과학(Cognition) 등 4대 분야(NBIC)가 상호의존적으로 결합되는 것을 융합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기술 융합으로 르네상스 정신에 다시 불을 붙일 때가 되었다고 천명하였다. 일본도 2004년부터 '포커스21(Focus 21)'이라는 기술 융합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며, 유럽도 2004년부터 본격적인 기술 융합 산업 육성정책에 돌입했다. 해외 글로벌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HPㆍIBM 등은 홈ㆍ모바일 사업에, 인텔ㆍ모토로라 등은 바이오칩에 뛰어드는 등 융합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 정부 및 기업도 초기 단계지만 융합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야 기술 융합 정책을 내놓을 준비를 하는 등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늦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경우에도 아직까지는 기술 개발에 비중을 더 두는 편으로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는 아직도 약한 편이다(서울경제 2009년 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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