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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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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기술(NT)의 미래

2009. 11. 22. 14:4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21세기에 가장 주목 받을 기술 분야로는 ‘나노 기술(NT)'를 꼽을 수 있다. 현재까지는 정보 통신 기술(IT)이나 생명 공학(BT)이 우리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긴 했지만, 나노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 후에는 나노 기술이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은 정보 통신 기술이나 생명 공학에 비할 비가 아니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보 통신 기술은 기술 그 자체로는 우리와 그래도 떨어져서 존재하는 기술이고, 생명 공학은 우리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만 그 기술을 우리에게 적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우리가 조정할 수 있지만, 나노 기술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의 물질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나노는 10억 분의 1을 의미하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특수한 전자현미경(STM =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전자가 입자인 동시에 파동성을 갖는 이중성을 활용해 물체의 표면을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크기다.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8만∼10만분의 1정도이며, 수소원자 10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나노기술은 극 미세기술로서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합성, 조립, 제어하며 그 성질을 측정하고 규명하는 기술로 기존 물질의 특성 개선 및 신물질 창출에 매우 적합하다. 나노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나노 크기의 수준에서는 물질이 전혀 다른 성질을 나타내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가진 물질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름 20나노미터 입자의 경우 대략 10퍼센트가 표면 원자인 반면, 1나노미터 입자는 99퍼센트가 표면원자로 구성되게 된다. 나노기술은 이처럼 물질이 작아졌을 때의 성질을 파악하고 이용하는 기술이다. 물질은 나노 수준으로 쪼개지면 원래 성질과 전혀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 금의 경우 수십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지면 붉은색으로 바뀌며, 이후 푸른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나노 금 입자와 은 입자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촉매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은 나노’ 입자가 뛰어난 살균력을 나타내는 것도 은 나노 입자가 탁월한 촉매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탄소는 자연계 상태에서 숯, 흑연, 다이아몬드 형태로만 존재하지만, 나노기술을 이용해 탄소의 분자구조를 나노튜브 형태로 바꿀 경우, 흑연이나 다이아몬드와는 전혀 다른 물성이 나타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탄소나노튜브는 강철보다 100배 강한 인장강도, 구리보다 높은 전도성, 다이아몬드보다 높은 열전도도 등을 가져 각종 복합소재나 디바이스 제조에서 급진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탄소나노튜브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도체, 반도체, 부도체의 특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기존 물질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적용된 나노기술은 매우 초기단계로 기존 제품의 성능이나 부가가치 향상 수준에 머물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인 나노 기술 개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에서는 이미 초고집적도를 달성하기 위해 수십 나노미터 급의 공정을 개발·사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나노소재를 각종 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나노 기술을 통해 단전자 트랜지스터, 약물전달시스템, 먼지보다 작은 첩보로봇, 머리카락 굵기에 백과사전을 저장하는 초미니 반도체, 백만 배 빠른 컴퓨터, 부작용 없는 치료 물질, 자기 복제가 가능한 칩 등이 현실화되면 인류의 문명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공해 없는 연료전지 자동차, 완벽한 보안성을 가진 초고속 양자컴퓨터, 암세포만을 추적해서 치료하는 나노로봇, 장기 및 생물체의 완벽한 복제, 외부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건물 등 나노기술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변화시킬 것이다.

나노 기술은 물리, 화학에서부터 전자, 정보통신, 생명공학, 에너지, 의학, 환경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이다. 하지만 나노 기술의 진가는 나노 어셈블러(Assembler)를 통해 구현될 것이라는 게 미래학자들의 예측이다. 나노 어셈블러(Assembler)는 나노기술에 관한 최초의 저서로 평가되는 에릭 드렉슬러의 <창조의 엔진(Engines of Creation)>에 처음 소개된 나노기계로 분자나 원자 수준에서 물질을 제조해 내는 장치다. 특히 나노 어셈블러는 자기 재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물과 무생물의 정의 자체에 혼란을 일으키면서 제조업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즉 이제까지의 제조의 개념은 화합물의 단위에서 어떤 반응 조건을 주느냐에 따라 원하는 다른 화합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나노 어셈블러는 분자나 원자 단위에서 원하는 물질을 바로 조립해 내고, 그 조립된 물질이 스스로 자신과 같은 물질을 재생산해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나노 어셈블러는 물질의 설계도인 결합 구조에 맞춰 원자들을 기계적으로 적절히 결합시킴으로써 원자들로부터 그 무엇이든 필요한 물질을 제조하는 것이다.

나노 어셈블러가 실용화되면 바이오 연료전지를 이용하여 잠수함처럼 혈류를 따라 항해하다 암세포 등 특정 목표물을 정확히 인식하여 목표물에 착륙한 후 내장된 약물을 침식시키는 바이오나노 로봇 치료 소자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바이오 나노 로봇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를 본떠서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바이오 나노 로봇은 이미 자연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실현성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목적, 예를 들어 목표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어떻게 프로그래밍한 나노 로봇을 제조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바이러스는 ‘목표 인식-착륙-유전자침식’ 기능을 정교하게 수행하는 자연산 나노 기계라고 볼 수 있다. 바이오나노 로봇은 1950년대에 이미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이 “오래지 않아 인류는 분자 수준에서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매우 작은 구조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을 하면서 예측된 기술이다. 만약 이 기술이 실현이 되면 1987년 개봉한 <이너 스페이스>에서처럼 사람이 탑승한 잠수정을 한꺼번에 축소해서 인체에 주입하고 인체를 탐험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나노 로봇을 이용하면 이론적으로는 사람이 가진 어떤 질병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노 기술의 이런 장밋빛 전망에 못지않게 부작용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제품의 크기가 작아지고 정밀해지기 때문에 거기서 발생하는 오작동 가능성이 커진다는 정도의 작은 문제부터 인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큰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DVD, CD-롬 등과 같은 정보저장기기는 물론 고선명(HD) TV, 휴대전화 단말기, PDA 등에 나노기술이 적용되면서 나노입자 때문에 예기치 않은 오작동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즉 회로 사이나 기기 사이의 간격이 나노미터 단위로 작아지게 되면서 나노입자가 그 사이에 끼게 되어 오작동이 일어나게 경우가 빈번해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나노 입자가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나서서 나노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서 강력하게 경고했듯이, 영국의 왕립학회(Royal Society)는 나노 기술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만큼 나노 입자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재앙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20세기 과학 발전의 원동력인 상대성 이론을 이용하여 개발한 핵무기가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 수도 있듯이, 나노 기술이 인류의 불행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나노 기술의 위험성은 우선 나노 입자의 성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석면에 노출된 사람들이 석면입자의 인체 침투로 진폐증이라는 악성질환에 걸린 경우에서 보듯이, 이 보다 크기가 훨씬 작고 활동량이 큰 은 나노 입자, 탄소나노튜브 등이 인체에 침투할 경우 훨씬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체의 세포는 대략 수십 나노미터로 그 보다 큰 세포들은 인체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해로운 물질들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먹은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과정도 인체에 흡수될 수 있을 정도로 잘게 쪼개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나노 입자의 경우에는 인체의 이러한 보호 작용을 뚫고 바로 인체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다. 더구나 축구공처럼 생긴 나노입자 ‘풀러렌’은 빛을 쬐면 활성산소란 유독물질을 만든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활성산소는 DNA를 손상시켜 암과 같은 난치병을 일으키고 노화를 촉진하는 물질이다. 또 이산화티타늄, 탄소분말, 디젤입자 등 몇몇 물질들은 나노단위로 크기가 줄어들면 독성이 강해진다.

나노 입자의 부작용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점도 나노 기술의 앞날을 가로막는 장애요인들 중의 하나다. 예를 들어 철 나노 입자를 오염된 토양으로 투입하면 유기질소 성분이나 염소화탄화수소 물질들을 분해시켜 토양을 정화시킬 수 있다. 토양에 가장 오래 남는 골치 아픈 환경물질들을 분해시켜 정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투입된 철은 토양 내 생물체에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킴으로써 커다란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철 나노입자는 바다에 뿌려 플랑크톤의 생육을 촉진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시도를 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지 아직은 철 나노입자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응용기술이 앞서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IT나 BT는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시점에서 종결하면 문제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 나노 기술은 임의적으로 통제가 어렵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다시 말해 나중에 철 나노입자가 해양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을 때 그걸 회수할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기 중에 배출된 나노입자는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나노 로봇을 개발했을 경우에, 이 나노 로봇이 원래의 기능에 상관없이 인체의 다른 기관을 공격하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하물며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나노 물질을 이용한 무기를 개발했을 경우에 그 심각성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무기가 자기 복제를 하면서 온 세상에 퍼져 나간다고 한 번 생각을 해보라. 끔찍하지 않은가?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과 ‘지.아이. 조(G.I. Joe) - 전쟁의 서막’에 나오는 나노(nano)무기가 현실화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나노마이트(nanomite)는 암 치료용으로 개발된 나노입자 크기의 로봇을 전쟁 무기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일단 가동되면 생물체이건 무생물이건 가리지 않고 주변의 모든 물체를 분해시켜 버린다. 그런 무서운 무기가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기증식을 하면서 대기 중에 떠돌아다닌다면 인류의 생존이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나노 기술의 심각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기업이나 과학자들은 나노 입자가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흡착, 포집을 통해 나노 입자를 제거하는 기술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최종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나노 기술의 안정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나노입자를 감별하고 측정하는 기술표준은 물론, 나노입자의 오염 및 배출에 관한 규제지침도 개발돼야 한다. 이러한 기술 표준이나 규제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하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각 국가별로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나노기술개발전략기구(NNI), 미국 과학재단(NSF), 국방부 등을 중심으로 나노 물질의 위험 평가, 환경 평가, 독성 연구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 과학기술안전위원회의 사전 승인 없이는 나노 연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보다 엄격한 규제장치를 마련했다. 대만 정부는 2004년부터 세계 최초로 나노소재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 안전성을 보증하는 인증 제도를 도입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오는 2014년까지 100억 원을 투입해 나노제품의 잠재적 위험성을 평가할 측정 및 분석방법 개발에 나선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은나노ㆍ다중벽탄소나노튜브ㆍ이산화티타늄 소재 및 관련제품에 대한 '위해성 관리 플랫폼 기술'과 '성능향상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2013년까지 15개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14년에는 확립된 평가기술을 보급,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나노 기술은 21세기의 주역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지만,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에 있다. 한국의 경우는 나노 기술의 선두 주자인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는 한참 떨어져 있지만, 지금부터 노력하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더구나 나노 기술의 최대 문제인 안전성 문제를 같이 고려해서 개발한다면 제2의 경제 도약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