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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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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BT)의 미래

2009. 11. 18. 23:14 | Posted by 행복 기술자

20세기가 물리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생물학과 나노 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보여 진다. 현재 전성기에 들어선 IT 기술은 물리학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IT 기술이 앞으로 개발될 생물학 및 나노 기술과 결합하게 되면 기술 발전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나노 기술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다루고 여기서는 생명공학, 즉 BT(Bio Technology)의 기술 현황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다.

생명공학의 인간의 생명 내지 생물체의 생명 현상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 IT 등의 기술보다는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무생물인 기계나 재료를 다루는 것보다는 생명 현상을 다루기가 훨씬 복잡하다. 따라서 생명공학은 발전 속도도 느리고 연구나 실용화에 대한 규제도 심하다. 예를 들어 황우석 박사가 연구하던 줄기세포 분야만 해도 인간의 난자를 실험에 사용하는 문제와 난자 핵을 제거 한 후에 체세포를 집어넣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용납되는가 하는 문제가 되어 미국에서는 최근까지만 해도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할 수 없었다.

현재 생명공학은 어느 수준까지 발전되어 있는가? 아마도 최근 생명공학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전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일 것이다. 2004년 10월 당초 계획을 앞당겨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함으로써 의학의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몇 가지 면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의 유전자 수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적다는 사실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기 전에는 인간의 유전자 수가 최소 3만 개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2만여 개에 불과하여 초파리(1만 2,600개)나 예쁜 꼬마선충(1만 9,500개) 따위의 벌레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구겨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 유전자 지도 자체는 유전자 치료 등 의료 분야에 직접적으로 응용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인간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대한 정보는 그 자체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염기가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인데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유전자의 염기 역할을 규명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어떤 특정한 염기가 한 가지 기능만을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염기들이 상호 작용을 통해 특정 작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특정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 어떤 특정 부위의 하나의 염기만 변경 내지 치환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가 어긋난 것이다. 물론 인간 유전자 지도 작성 자체가 생명공학의 발전에 큰 진전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제 그 서막이 올랐다고 보는 게 옳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인간 유전자 염기들의 역할이 규명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치료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이미 유전자 치료와 관련된 임상실험이 실시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치료 유전자에 적합한 운반 차량, 이른바 벡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는 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하고 있으나 그 유해성에 대한 검증이 문제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 미래학자들은 2020년경이면 설계대로 만들어지는 주문 형 아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20년경에는 인공자궁이 개발되어 태아를 완전히 어머니의 몸 밖에서 발육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학용으로 완전한 기능을 가진 피부는 2010년 전후로 개발되고, 심장은 2015년경에, 간은 2030년까지 개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2030년이 되면 팔다리를 포함해서 인체의 기관과 조직의 95퍼센트가 네오기관으로 교체 가능하게 될 것이다(이인식 저 <지식의 대융합> 참조).

현재까지 인간 유전자 지도를 활용하는 분야로는 범죄 감식 등에 활용되는 ‘유전자 지문’이나 한참 동안 관심을 끌었던 ‘친자 확인’ 정도에 그치고 있다. 물론 일부 회사에서는 개인의 유전자 지도를 작성해 주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분석에 드는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분석을 받고 있다고 한다. 분석 비용을 보면 인간 유전자 지도가 처음 작성된 2003년에는 수 억 달러를 호가했지만, 최근에는 5천 달러 수준에서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분석된 유전자 지도가 아직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인간과 관련된 생명공학은 아직 실용화까지는 멀었다고 보이지만, 동물 관련 생명공학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선 분야가 많이 있다. 1991년에 네덜란드의 생명공학업체인 파밍이 탄생시킨 형질전환 젖소의 젖에는 락토페린 등 사람의 모유에 들어 있는 각종 유용 단백질들이 포함되어 있다. 1998년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센터에서도 백혈구 생성인자G-CSF를 함유한 젖을 가진 흑염소 메디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형질전환 동물복제 기술은 앞으로 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동물복제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7년 최초로 복제된 양인 ‘돌리’도 양의 평균 수명인 12.5년을 채우지 못하고 6년 반 만에 죽었다. 돌리를 복제한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월머트 박사는 돌리를 포함한 세 마리의 복제양을 조사한 결과 텔로미어(염색체 말단에 붙어 있으며 세포 분열에 의해 조금씩 짧아지다가 다 없어지면 죽음)의 길이가 3-4킬로바이트 정도 정상 양보다 짧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인간도 복제할 경우에 복제한 사람의 잔여 수명밖에 살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식물의 경우에는 이미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들이 재배되어 유통되고 있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은 한 종의 특정 유전자를 다른 종에 인위적으로 삽입하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원하는 특성을 갖도록 만들어 낸 농산물을 말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얻고자 하는 특성으로는 주로 생산량의 증대, 또는 유통, 가공의 편의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약과 병충해에 끄떡없는 콩, 오래 저장해도 무르지 않는 토마토 등을 만들 수 있다. 전통적인 품종 개량법은 수정이 가능한 같은 종끼리 교배하여 원하는 형질을 얻고, 자연 속에서 장기간 검증되어 온 것인 반면, 유전자 조작 기술은 다른 종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삽입하여 단기간에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예측할 수 없는 갖가지 부작용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측되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유전자 변형 형질이 잡초나 해충에게 전이되어 내성을 갖는 변종이 탄생할 수 있으며,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유전자 변형 농산물들을 사람이 먹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아직 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대한 동물 실험 결과 체내 면역력 약화와 뇌 위축 현상 등이 관찰되었다는 연구 보고도 있는 상황이라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가장 많이 개발되고 실제 시판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인데, 지난 10년간 500여종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15개 작물 70여개 품종으로 콩, 옥수수, 감자, 토마토, 호박, 유채 등을 시판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농산물들 중 70퍼센트가 유전자 변형 농산물인데, 그 대부분을 수출용, 사료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콩과 옥수수를 90퍼센트 이상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벼, 고추, 감자, 배추, 양배추, 토마토, 오이, 들깨 등 17개 작물 40품종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실험실, 온실, 야외 격리 재배로 시험 중에 있고, 제초제에 강한 유전자 변형 벼와 바이러스에 잘 견디는 유전자 변형 감자의 경우 2000년부터 논에서 격리된 채 시험 재배되고 있는 상태이다.

비료와 농약이 농산물의 수확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 인류의 식량난 해결에 큰 공헌을 했지만, 환경을 파괴하고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부작용을 주었듯이 유전자 변형 기술도 식량 증산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보고 개발되고 있지만 그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큰 상황이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대한 거부 운동은 유럽을 중심으로 점차 널리 퍼져 나가는 상황이다. 심지어 별도의 식품을 통해 비타민A의 섭취가 곤란한 빈곤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개발한 황금쌀(Golden rice)도 대상 국가들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대한 거부감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류의 건강을 담보로 한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문제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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