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훈,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나무발전소, 2016년
스스로 이주민이었다가 제주의 원주민이 되었다고 얘기하는 김형훈 기자가 20여 년간 제주 곳곳을 취지한 현장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 바로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이다. 제주 원주민이 너무 제주를 속속들이 알리려는 욕심에 어려운 내용이 돼 버리는 사태를 피하면서도 제주의 일상적인 속살을 알 수 있도록 소개했다는 측면에 이 책의 진가가 빛난다고 생각된다. 기자다운 섬세함에 제주의 독특함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제주를 좋아하고, 그래서 제주를 자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또 제주가 너무 좋다보니 아예 제주에 정착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와 반면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제주의 다름에 대해 반감을 갖고, 다시는 제주도로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한다거나, 제주에 정착했다가 다시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그 이유는 여행하기 전에, 또 제주에 정착을 하기 전에 제주를 알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주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지리적 정보를 안다거나, 제주가 육지와 다르다는 것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제주의 문화와 정체성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제주도 여행을 하려면 제주도의 유명한 지역에 대한 정보를 아는 정도를 넘어서 제주의 지질학적 형성과정을 알고, 제주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생긴 제주 특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제주 곶자왈의 특성과 곶자왈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곶자왈을 걸어도 그냥 어느 숲 속을 걷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제주도가 조선 시대 이래 핍박을 받기 시작해서, 4·3으로 대표되는 수난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제주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제주의 거친 바다와 거친 자연환경을 이해해야만 제주에 신당이 왜 그렇게 많고, 제주민들이 그 신당에 의지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제주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원주민을 자처하는 내가 요즘 제주에 대해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가 고향이긴 하지만 제주가 좋아 자주 찾기는 하지만, 그냥 훑어보는 차원을 넘어 제주의 속살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차원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제주 출신 여행 작가와 함께 하는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을 시키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산림청에서 인증하는 ‘숲 해설가’ 자격증도 취득했으니, 이제부터 제주에 대해 공부하고, 제주 속살 여행을 하면서 이에 대한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또 제주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좋은 책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소개-당신이 옳다 (0) | 2024.09.23 |
---|---|
책 소개-한 평 반의 행복 (0) | 2024.09.16 |
책 소개-길에서 길을 찾다 지리산 둘레길 (4) | 2024.09.02 |
책 소개-스타벅스 때문에 쿠바에 갔지 뭐야 (0) | 2024.08.26 |
책 소개-동물의 사생활과 그 이웃들 (0) | 2024.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