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 “당신이 옳다,” 해냄, 2019년
정신과 상담을 기피하는 게 당연한 시절이 있었다. 정신이 피폐해져서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좀 나아지긴 했지만,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하면 삐딱한 시선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책 <당신이 옳다>는 정신과 의사가 썼지만, 정신병 치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대인 관계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보다는 세월호 유가족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상담가다. 그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약으로 치료해야 할 병으로 보지 않고,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특별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적 상담가다.
저자가 강조하는 마음의 병 치료의 핵심은 공감이다. 그런데 그 공감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의 마음에 무조건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그의 감정이 무조건 옳다는 점에는 공감하되, 그에게 무조건 맞추는 일은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나도 산업카운슬러 1급 자격증 과정을 공부하면서 상담의 핵심이 공감이라는 사실을 배웠지만, 공감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공감의 진면목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에 대해 공감을 하고, 자신을 제대로 지키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유익한 내용들을 여기 소개한다:
“젊든 늙든 우리가 왜 이렇게 아픈지 이제 알 것 같다.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건강한 일상이 시작된다.”
“현대 정신의학은 ‘삶에서 예상되는 많은 문제들은 알고 보면 화학적 불균형으로 인한 정신장애이므로 약을 먹어서 해결하라’고 세뇌하는 쪽으로 너무 많이 나갔다.”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얘기할 때는‘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 사람을 죽이거나 부수고 싶어도 그 마음은 옳다. 그 마음이 옳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주기만 하면 부술 마음도, 죽이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
사람의 마음이 항상 옳으니 그의 파괴적 행동과 판단도 옳은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지만 그에 따른 행동까지 옳은 것은 아니다.“
“문이 ‘존재 자체’라면 문고리는 ‘존재의 감정이나 느낌’이다. 존재의 ‘감정이나 느낌’에 정확하게 눈을 포개고 공감할 때 사람의 속마음은 결정적으로 열린다. 공감은 그 문고리를 돌리는 힘이다.”
“공감은 치유의 온전한 결정체다. 이 온전함의 토대는 오로지 자기 보호에 대한 감각에서 시작되고 유지되며 자기 보호는 자기 경계에 대한 민감성에서 시작된다. 탈진의 가장 흔한 이유는 공감 강박이다.”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에게도 무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일수록 공감에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사람은 더 많이 오해하고, 실망하고, 그렇게 서로를 상처투성이로 만든다.”
“타인을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공감까지 가는 길 굽이굽이마다 자신을 만나야 하는 숙제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소개-이 선 넘지 말아 줄래요 (2) | 2024.10.07 |
---|---|
책 소개-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3) | 2024.09.30 |
책 소개-한 평 반의 행복 (0) | 2024.09.16 |
책 소개-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1) | 2024.09.09 |
책 소개-길에서 길을 찾다 지리산 둘레길 (4) | 2024.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