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49 호)
【 독서 모임 참석 후 소감 】
지난 5월 26일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못골도서관에서 진행된 ‘독서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국어 선생님으로 근무하다가 은퇴하신 분이 이번 독서 모임의 리더입니다.
이 독서 모임에 원래 열(10) 분 정도 신청을 받으려고 했다는데, 실제로는 열여섯 분이 신청하였고, 이번 첫 모임에는 그중 열 분이 참석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독서 모임 신청자들은 이 독서 모임 리더와 밴드 등 다른 모임에서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실 저도 어떤 밴드 모임에 참석했다가 이 독서 모임 리더의 안내를 받고 참여 신청을 했습니다.
하긴 도서관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독서 모임 공고를 보고 참여 신청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제가 이번 독서 모임에 참여 신청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책 내용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운다는 생각보다는 모임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선정된 책을 읽고 책 내용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을 얘기하게 될 테니까요.
친구들과의 모임은 물론이고 밴드 등 모임에서 일반적인 대화를 나누다보면 주제가 없어서 대화가 겉도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자기계발서를 중심의 책들에 편중되어 읽는 편인데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 좋겠다는 목적도 한 몫 하긴 했습니다.
이런 독서 모임에 참석하다보면, 선정된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자연스럽게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독서 모임에서는 주로 소설류를 중심으로 책이 선정되는 것으로 보여서 자기계발서 중심의 제 독서 편식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첫 모임에 선정된 도서는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 2022년)였습니다.
소설이니까 책 내용이 당연히 허구이지만(작가의 표현으로는 70퍼센트), 작가의 자전적 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책 속의 주인공 이름인 ‘고아리’가 백아산과 지리산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는데, 작가의 이름 정지아(지리산+백아산)도 비슷하게 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설이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다룬 내용이다 보니 읽고 소감을 나눌 때 ‘빨갱이’와 과거의 연좌제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아버지의 빨치산 활동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겪은 여러 가지 고난에 대한 얘기가 주류를 이룹니다.
할아버지(아버지의 아버지)의 죽음은 물론 아버지의 동생(작은 아버지)의 고난, 조카들의 육사 불합격, 공무원 임용 좌절 등이 그 예입니다.
모임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아직까지도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빨갱이’에 대한 악마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참석자는 정지아 작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책방의 책방지기였다는 게 미워서(?)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고백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빨갱이’로 생각했다는 얘기가 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독서 모임에 참석하여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 책을 읽는 이유가 바로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이 저자가 밉다는 선입견 때문에 선정된 책까지 읽지 않았다는 것이니 놀랄 수밖에요.
어떤 특정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의견이 옳은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들어보고 토론하는 열린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 의견을 무조건 배척한 채 자신의 의견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행위가 자신은 물론 사회도 피폐하게 만들 테니까요.
이런 맹신이야말로 요즘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대부분의 갈등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경험이 쌓이고 전두엽이 쇠퇴하면서 점점 더 자신의 아집에 빠지는 경향이 커지게 됩니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독서와 여러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열린 마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시간이 없다. 눈이 침침해서 글자가 잘 안 보인다.’는 등의 핑계를 하지 않고, 열심히 책을 읽고, 열린 대화를 나누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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