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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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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조 9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분기별 이익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매출도 1분기로는 3년 만에 50조원을 회복하면서 영업이익률이 20퍼센트에 육박하는 좋은 실적을 냈다. 갤럭시S7 리콜 악재에도 이런 좋은 실적을 달성해,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2분기에는 갤럭시S8이 본격 출시될 것이라 실적이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사업은 반도체와 스마트폰(갤럭시)의 쌍두마차가 끌고 가면서 당분간 좋은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후 삼성전자의 미래가 여전히 밝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분명 뛰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애플의 높은 수익률에는 못 미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아야 하고,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막아내야 하는 넛 크래커 위기에 빠져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는 아직 확고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언제 중국과 일본 등 반도체 업체들에게 추월당할지 모르는 상태다.

삼성전자의 뛰어난 실적은 스마트폰 갤럭시탭을 출시하면서 반도체를 다른 스마트폰 경쟁업체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처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하면서, 반도체는 경쟁업체들에게 공급하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전략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물론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두 분야가 사업부 별로 독립되어 있어서 분리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반론을 펼 수도 있다.

문제는 경쟁업체들이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특허 침해로 고소하고, 틈만 나면 다른 반도체 공급업체들을 접촉하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더욱 큰 문제는 하드웨어 중심의 반도체 분야가 지배적인 현재의 삼성전자의 기업문화로는 콘텐츠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을 리드하기는 버겁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점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콘텐츠 중심의 전략을 추구하는 반면, 부품과 제조 공정은 아웃소싱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애플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제품 전략으로 추구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한 제품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 반도체는 제조 중심의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하드웨어 중심의 전략으로는 애플을 이기기가 곤란하다. 물론 삼성전자는 우월한 하드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애플의 전략을 따라하면서도 애플을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기 때문에 애플이 삼성전자를 특허 침해로 고소한 것이라는 반론을 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삼성전자의 따라하기 전략으로는 애플을 추격할 수는 있겠지만, 애플을 추월하기에는 2퍼센트 부족하다. 즉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도 애플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오르려면 반도체 제조에서 사용했던 전략과는 다른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의 하드웨어 중심 기업 문화가 스마트폰 분야가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하드웨어 중심의 반도체 분야와 콘텐츠 중심의 스마트폰 분야를 분리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반도체 분야와 스마트폰 분야를 분리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삼성그룹은 한국 경제에 23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고, 삼성전자 자체만으로도 14퍼센트나 된다. 과거 핀란드 경제의 20퍼센트를 차지하던 노키아가 2008년 아이폰 출현과 동시에 몰락하면서 핀란드 경제가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서 삼성전자 앞날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아무쪼록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무한변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제일의 기업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에너지경제신문 2017년 4월 19일 게재 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