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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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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은 크게 다음 두 가지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는 인공지능이 기술적으로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가? 둘째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된 경우에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 되는가? 이 두 가지 조건은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만족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로 단순반복적인 일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됐지만, 컴퓨터 성능이 향상되고, 딥 러닝 등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문영역까지 인공지능이 넘보고 있다. 인공지능에게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작업은 유연성, 판단, 상식을 필요로 하는 기술들, 그러니까 직관에 의해 판단되는 작업들이다. 다시 말해 인공지능 시대에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창의성, 유연성, 판단력, 상식을 필요로 하는 기술 분야의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식을 가르치는 역할로서의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이들과 감정을 나눠야 하는 유치원 및 초등학교 교사의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인공지능이 주로 중간층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최고 경영자, 고급 연구인력 등 상위층 일자리는 직관적인 판단력과 창의성이 요구되어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최고 경영자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당분간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육체노동이 필요한 하위층 일자리는 기술적으로도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힘들지만, 대체로 인한 경제성이 낮다. 기술적으로나 경제성 측면에서 봤을 때 인공지능 기술은 하위 육체노동이 필요한 일보다는 중간층 일자리를 집중적으로 대체함으로써 상위층과 하위층이 살아남는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에 의해 어떤 일자리들이 늘어날까? 우선 인공지능 도입으로 비용이 낮아지면서 생겨나는 수요에 의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금 자동입출금기(ATM)가 도입될 당시에는 많은 창구 직원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됐었다. 하지만 ATM 도입으로 은행 지점 개설 비용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은행 지점수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물론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하여 인터넷 은행이 등장하게 되면 오프라인의 은행원뿐만 아니라 ATM 제조 관련 일자리도 결국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일자리로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인공지능이 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원자력 재난 복구 로봇, 심해나 우주 탐사 로봇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런 로봇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일자리도 창출되고, 그와 연관된 산업에서도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이 경우는 인간이 가진 문제도 해결하고 일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으니 가장 이상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제프 콜빈은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식노동자가 되지 말고 관계 노동자가 되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식은 인공지능에게 밀릴 수밖에 없으니까 인간은 인공지능이 따라할 수 없는 인간관계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욱더 능력 있는 사람의 조건으로 지식보다는 얼마나 인간다운지가 더 중요해진다. 회사 내에서도 유능한 직원의 조건으로 커뮤니케이션, 협동성, 공동 창조, 문화적 예민성, 다양한 직원과 소통하는 능력처럼 사회관계와 관련된 우뇌를 사용하는 능력이 우선시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직감적으로 그 사람의 기분을 알아채는 능력은 감퇴되지만, 그런 능력을 찾는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기 쉬운 포인트는 이런 모든 논의의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인간다움이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를 지키는 조건이라고 주장하지만, 만약 인간이 중심에서 사라진다면 그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 인공지능이 만드는 세상의 주인이 인간일 때 인간관계, 소통능력, 창의성이 중요해진다. 앞으로 일자리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때에 인간이 인공지능 시대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에너지경제 게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