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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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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책도 많이 출간되고 있고 언론에서도 다양한 관련 기획 기사들을 싣고 있다. 또한 여러 단체에서 토론회, 세미나, 포럼 등 다양한 형태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설명회도 개최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접근 방법이 너무 산업시대(하드웨어)적인 접근 방법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주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인공지능 시대에 뜨는 산업분야나 유망한 일자리 등에 집중돼 있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적인 접근, 즉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해 정부, 사회, 기업의 시스템과 개인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즉 인공지능 시대에는 어떤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인공지능 시대의 대표적인 기술인 자율 주행자동차가 가져올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자. 자율 주행자동차는 단순히 인간이 운전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는 편리한 교통수단 이상의 큰 사회적 변화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가장 직접적인 효과로는 자율 주행자동차가 운전을 직업으로 하는 일자리들, 예를 들면 택시기사, 트럭기사, 대리기사, 운전면허 학원 등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자율 주행자동차가 일반화되면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자동차 관련 보험, 교통사고 응급구조, 교통경찰의 필요성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는 교통사고 원인의 90퍼센트 이상이 운전자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데, 자율 주행자동차는 각종 센서와 교통정보를 이용해 완벽한 운전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 주행자동차는 인공심장의 수요를 늘릴 것이다. 왜냐하면 심장이식 수술의 기증자가 대부분 교통사고 사망자인데, 자율 주행자동차의 등장으로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들면서 심장 기증자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 주행자동차가 가져올 또 다른 변화는 공유 경제의 확산이다. 자율 주행자동차가 일반화되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자동차가 필요하면 현재 택시를 부르듯이 언제든지 자율 주행자동차를 불러서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자동차 소유에 따른 각종 보험료, 세금 등이 줄어들어서 자동차 유지비용이 현재의 4분의 1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에 정부 입장에서는 자동차 세금이 사라지거나 줄어들기 때문에 세수 확보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또 어느 조사결과처럼 공유 자동차, 즉 자율 주행자동차 한 대가 자가용 열다섯 대를 도로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하면 자율 주행자동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되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가 가져올 더 큰 패러다임의 변화는 제러미 리프킨이 그의 저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주장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의 실현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제조비용이 낮아지고, 공유경제와 중개인의 소멸로 사회적 비용이 낮아지면 한계비용이 점차 제로에 가까워지게 되고, 그 결과 현재의 시장 경제는 변혁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초기에는 기업들에게 원가절감에 따른 이익을 선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하 압력을 받아 이익이 줄어들게 되면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이 현재처럼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를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는 생존을 이어갈 수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기술 개발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은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경영 전략을 바꾸는 것이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의 실현은 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선 정부의 입장에서는 기존 산업사회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세금, 제도 등을 인공지능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게 바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면 그 혜택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커질 것이다. 현재는 기업이 인공지능에 의한 원가절감 효과를 독점하고 있지만, 이는 곧 자본의 이익률이 커지고 임금 노동자의 혜택은 줄어드는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키우게 된다. 즉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임금 노동자는 일거리를 빼앗기는 불이익을 당하는 반면, 원가 절감에 의해 나타나는 이익은 고스란히 자본가에게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 이런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기업이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는 인공지능 도입에 의한 원가절감 효과가 임금 노동자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만 한다. 즉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이 아닌 인공지능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춰 정책을 세워야만 한다.

 

[에너지경제신문 2018년 1월 24일 게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