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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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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 제대로 대비하자

2017. 4. 4.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월21일 국제통번역협회와 세종대학교, 세종사이버대학교의 공동 주최로 서울 광진구에서 ‘인간 대 인공지능’의 번역 대결이 진행됐다. 이번 대결에서 인간 대표(?)로는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번역 경력 5년차 이상 3명이 참여했고, 인공지능 대표로는 번역기술을 꾸준히 연구해온 3개 회사의 번역 인공지능이 참여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1의 승률로 완벽한 승리를 거둔 데 반해, 이번 번역 대결에선 번역사가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점수는 물론이고 번역 내용과 형식 면에서도 인공지능 번역기는 아직 전문 번역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도 없고, 인공지능 번역기가 아직 인간 능력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에 대해 안도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인공지능 등장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등 부작용이 생길텐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에 있다.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25년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싱귤래리티’가 온다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은 바둑, 번역, 의학, 법률 등 특정 분야에 적용되기도 하지만, 빅 데이터, 아마존의 도서 추천 기능 등 일상에 이미 스며들어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최근 ‘인공지능 의사인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했다. 왓슨은 이미 암전문의를 뛰어넘는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의사들이 놓친 병명도 찾아내고 있다. 앞으로 왓슨은 딥러닝에 의해 그 기능이 점점 더 향상되는데 반해, 인간 의사들은 나이가 들면 은퇴해야 하고, 장기간 의학 지식을 힘들게 배워야 하기 때문에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외국어를 번역하는 시대가 오는 데도 외국어 배우기를 고집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구글이 현재 제공하는 100여개의 언어 번역 서비스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을 정도라고 평가된다. 해외 뉴스 사이트의 기사 번역도 기계번역이 많이 사용되는 분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 외국어 통역 전공 과정과 외국어 학원이 사라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 될 것이다. 반면 대학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목적이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외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원래 기능을 되찾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당면하게 될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는 사업 영역의 파괴다. 현재 거의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무인자율자동차의 시대를 맞아 GM, 현대자동차 등 기계산업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던 자동차 사업에 구글과 애플, 인텔 등 IT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마찬가지로 건설 분야에도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스마트 홈’, ‘스마트 시티’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 토목 분야로 여겨졌던 건설 분야도 앞으로는 전자와 IT분야는 물론 도시 교통, 환경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분야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건설 회사들이 건물도 잘 지어야겠지만, 가전제품, 가구, 주방기구 등에 스마트 홈 기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도시를 설계하거나 주거 단지를 설계할 때에도 IT, 교통, 환경 등을 고려한 스마트 시티가 대세로 등장할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인공지능 후발주자로서, 선진국과 6~7년 이상 기술 격차가 난다고 한다.  

구글이 1년에 투자하는 인공지능 예산만 5조원이나 되는데 반해, 한국 전체의 인공지능 관련 예산은 1년에 5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1년에 인공지능으로 박사 학위를 받는 학생이 200~300명이지만 한국은 기껏해야 5명 내외라고 한다. 또한 한국에는 인공지능 관련 기업이 100여개에 불과 하지만 미국에는 2000개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가 중요한데도 한국 정부나 학계의 인공지능에 대한 대응은 슈퍼컴퓨터 개발 등 하드웨어적인 투자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에너지경제 2017년 3월 28일 게재 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