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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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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601 )

 

가까이 다가온 죽음을 느낄 때

 

“xx과 과사무실이죠? oo 교수님 계신가요? 핸드폰도 안 받으시고, 사무실로 전화해도 받지를 않으시는데, 해외 출장 가셨나요?”

oo 교수님요? 지난 4월에 심장마지로 돌아가셨는데, 연락을 못 받으셨나요? 학회를 통해서 다 연락을 했었는데요.”

아니, 뭐라고요. 이 교수님이 돌아가셨다고요? 어쩐지 며칠 째 계속 전화를 드려도 받지 않으시더니.”

 

이 교수님과는 첫 직장에서 함께 일하다가 저는 유학을 가고, 이 교수님은 대학으로 옮긴 인연이 있었습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업무상 관련이 있어서 왕래가 있었는데, 제가 퇴직을 하고 연락을 못해본 사이에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하긴 제 고등학교 동기들과 대학 동기들 중에서도 세상을 뜬 사람들이 있으니 이상할 것도 없지만, 제 또래인 이 교수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새삼 마음이 뒤숭생숭 했습니다.

 

제 부모님의 요양병원 입원으로 죽음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교수님의 죽음 소식까지 들으니 죽음이 정말 발치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가끔 아내와, 또 친구들과도 죽음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투로 말하긴 하지만, 대체로 너무 오래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든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은 것도 복이다.”라는 식의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사실 죽는다는 사실만큼 확실한 것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드문 것도 사실입니다.

오죽 했으면 죽을 사()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빌딩 층수에서 4층을 없애고, F로 표기하든가, 4층을 건너뛰고 3층에서 바로 5층으로 건너뛰겠습니까.

그렇다고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니면서, 애써 죽음을 무시하려는 헛된 노력의 결과물이겠죠.

 

앞만 보고 뛰어왔던 젊은 날에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게 당연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일부러라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곡식이 열매를 맺지 않고 풀만 무성하게 자랄 때에는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 모르지만, 열매는 죽음을 품고 있는 것이니까요.

곡식이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죽음 이후를 대비해서 후손을 남기는 행위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제 환갑을 넘어 삶을 결산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죽음을 거부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보람된 삶, 후회 없는 삶으로 마감을 하기 위해서는 죽음 이후의 마무리하는 삶을 생각해야 할 테니까요.

어찌 보면 죽음이 없는 삶은 무한 성장을 추구하는 암과도 같은 삶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치사율이 높아진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요즘 모임 얘기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 친구들이 이해가 갑니다.

제발 그 친구들이 집안에 있을 때 조용히 죽음에 대한 명상을 하면서 우울한 시기를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몇 달이 지나서 죽음을 알게 된 이 교수님의 명목을 빌면서, 죄송한 마음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돌아가신 많은 분들의 명복도 함께 빌어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으면 삶이 풍성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정말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알차게 산다면 죽음이 무에 그리 두렵겠습니까?

죽음을 거부하고, 또 무시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살다가 갑자기 준비도 못하고 죽는 것이 오히려 불행한 일이 아닐까요?

준비 없는 죽음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더욱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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