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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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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킬을 갖춘 인재

 

내가 공대 출신이라서 그런지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기회가 많은 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강연을 가서 교수들을 만나면 공대의 인기가 떨어져서 걱정이 많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공대의 인기가 다시 올라가서 다행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마도 최근 공대의 인기가 올라간 이유는 경쟁 관계인 의과계열의 인기가 조금 내려간 영향과 인문사회계의 상대적 쇠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의과계열의 인기가 내려간 이유는 의사 수가 과다하게 늘어나면서 의사 자격증이 안정된 직장과 높은 수입을 무조건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계의 인기가 낮아진 이유는 첨단 기술 사회가 되면서 기술 기반 학문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인문사회계의 주력 분야인 일반 관리, 경영 분야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의해 급격히 대체되고 있는데, 인문사회계 교육은 아직도 과거 교육 내용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의 관계를 다음 그래프로 나타내 보았다. 여기서 하드 스킬은 혼자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이고, 소프트 스킬은 협업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중요도

 

 

 

 

 

 

 

 

 

 

 

산업사회 지식정보사회 네트워크사회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실무자에게는 주로 하드 스킬이 필요하다. 다른 팀원들과 협업을 하는 소프트 스킬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팀장으로부터 지시받은 업무를 혼자서 해결해 나가는 하드 스킬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하지만 팀장이 되면 자신이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인 하드 스킬도 중요하지만, 다른 팀원들의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이 점점 더 요구된다. 경영진의 경우에는 회사의 경영 방향에 맞춰 구성원들의 하드 스킬들을 효율적으로 모을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이 관계를 통해 왜 공학계열 졸업생들이 인문사회계열 졸업생들보다 취업이 잘 되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즉 신입사원으로 취업을 할 때에는 기술 기반의 하드 스킬을 가진 공학계열 졸업생이 더 선호되기 때문에 취업이 더 잘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을 보면 신입사원의 비율에서는 공학계열의 비율이 높지만, 경영진으로 올라갈수록 공학계열보다는 인문사회계열의 비율이 훨씬 더 높아진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보면 공학계열의 소프트 스킬이 인문사회계열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문사회계열도 취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만들고, 공학계열도 경영진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은 인문사회계열에게는 하드 스킬을 키워주고, 공학계열에는 소프트 스킬을 키워주면 된다. 이처럼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을 균형 있게 갖춘 상태를 스마트 스킬이라고 부르겠다. 스마트 스킬은 내가 명명한 것이지만, 공학교육혁신을 표방하는 공학교육인증제에서도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제시하는 공학교육인증 10개 학습 목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수학, 기초과학, 공학의 지식과 정보기술을 공학문제 해결에 응용할 수 있는 능력

2) 데이터를 분석하고 주어진 사실이나 가설을 실험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능력

3) 공학문제를 정의하고 공식화할 수 있는 능력

4) 공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 정보, 연구 결과, 적절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5) 현실적 제한조건을 고려하여 시스템, 요소, 공정 등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

6) 공학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팀의 구성원으로서 팀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

7) 다양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

8) 공학적 해결방안이 보건, 안전, 경제, 환경, 지속가능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9) 공학인으로서의 직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10) 기술 환경 변화에 따른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

 

위의 10가지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의 5가지 항목은 하드 스킬, 뒤의 5가지는 소프트 스킬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앞으로 공학계열의 졸업생들도 하드 스킬만이 아니라 소프트 스킬을 균형 있게 갖춘 스마트 스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스마트 스킬을 균형 있게 갖춰야 한다고 해서 모든 항목들을 최고 수준으로 갖출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드 스킬에 강점이 있는 서울 명문대생들은 하드 스킬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되 소프트 스킬을 어느 정도 가미하면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다. 반면에 하드 스킬이 뒤지는 지방대생들은 소프트 스킬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되, 하드 스킬도 어느 정도 가미하면 서울 명문대생들과는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거 산업 사회에서는 하드 스킬이 뒤쳐지는 지방대생들에게는 기회가 없었지만, 스마트 스킬이 요구되는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얼마든지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 표에서 보듯이 산업사회에서는 하드 스킬이 중요했지만, 네트워크 사회로 갈수록 소프트 스킬, 더 나아가 스마트 스킬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들고, 지방대생들이 취업 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 지방대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즉 하드 스킬이 경쟁력이었던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지방대생들이 서울 명문대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방법이 별로 없었지만, 스마트 스킬이 중요해진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얼마든지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방대에서 아직도 이런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산업사회 식의 교육방식, 즉 하드 스킬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 성적, 즉 하드 스킬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지방대에 오는 게 지방대 위기의 본질이라고 한탄만 하고 있다. 수능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지방대에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이런 한탄만 해서는 지방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하지만 수능 성적이 낮은 학생들도 스마트 스킬을 키워 차별화된 최고 인재로 키운다면 지방대의 위기는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지방대에서 키운 차별화된 최고 인재는 기업에서 환영을 받을 것이고, 이에 따라 더 많은 학생들이 지방대를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제안을 하면 지방대 교수들은 스마트 스킬을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생겨난다. 첫째는 교수들이 변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즉 이제까지는 자신이 배웠고, 잘 하는 전공, 즉 하드 스킬만 가르치면 됐는데, 스마트 스킬을 가르치려면 교수들이 먼저 스마트 스킬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의 교수들이 스마트 스킬을 배우지 않는다면, 스마트 스킬을 가르칠 수 있는 다른 교수를 채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교수 자신의 전공과목 강의 시간이 줄어들 각오를 해야 한다. 스마트 스킬 강의 시간 수가 늘어나면 교수들의 의무 강의 사간을 채우는 게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어차피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에서는 학생을 위한 대학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수가 가르치기 쉬운 과목들을 선택할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과목들을 가르치는 게 맞는 방향이 아닐까.

둘째는 수능 점수에 맞춰 오는 다양한 학생들에게 어떻게 차별화된 스마트 스킬을 가르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 된다. 대학의 입장에서도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스마트 스킬을 가르치기보다는 특정한 스마트 스킬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따라서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입학 시에 각 대학의 인재 양성 목표를 확실하게 제시하고 그에 적합한 인재들을 선발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대학은 기술 영업에 최고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내세우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기술(하드 스킬)에 대해서도 배우지만, 영업에 필요한 여러 기법(소프트 스킬)에 대한 커리큘럼도 필요할 것이다. 학생들을 뽑을 때도 영업에 흥미와 적성이 맞는 학생들을 선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행 입학 제도가 이런 학생 선발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학생 수가 줄어든다면 이런 사소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수 년 동안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시행하는 공학교육인증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공학교육인증제도는 공대 학생들에게 차별화된 스마트 스킬을 익히도록 하여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좋은 제도다. 하지만 아직도 대학들, 특히 지방대학들이 공학교육인증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가장 크게 아쉬운 점은 각 대학들의 인재 양성 목표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앞에서 언급한 10개의 학습 목표를 모두 잘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두 잘 한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못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모든 분야를 다 잘 하는 만능 인재가 아니라 특정 분야를 잘 하도록, 즉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키우는 게 목표가 되어야만 한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라면 하드 스킬은 조금만 잘 하되, 특정 소프트 스킬이 뛰어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만 한다. 모든 지방대학들이 서로 다른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키우는 목표를 제시하고, 학생들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최고 인재들이 배출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환영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기업의 활력도 되찾아져서 한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고, 청년 실업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고, 지방대들의 위기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면접과 인적성검사 등을 통해 스마트 스킬을 갖춘 차별화된 최고 인재들을 찾기 위해서 기를 쓰고 있다. 반면에 대학들은 아직도 과거 산업사회에 필요한 하드 스킬 위주의 인재 육성 커리큘럼을 고집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학교공부를 열심히 해서 높은 수능점수를 따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사회에서 성공하는 인재가 되려면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찾고, 그 적성을 잘 키워줄 수 있는 대학을 찾는 노력이 중요해 질 것이다. 물론 한국의 대학들이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