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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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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잘하는 인재를 몰아내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

 

201639일부터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을 펼쳐 41패의 절대 우세로 이긴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세기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전승을 할 수 있었지만, 알파고에 대한 지나친 견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한 번 져줬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만큼 인공지능의 성능(능력?)에 대한 충격이 컸다는 점을 반영한 소문이라고 보여 진다. 문제는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속에 활용되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그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구굴의 검색 기능, 아마존의 상품 추천 시스템 등은 넓은 의미의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자율운행무인자동차, 로봇 등도 인공지능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알파고도 의료분야, 증권투자분야에 대한 인공지능이 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생활이 편리해지는 대신에 일자리를 뺏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컴퓨터와 로봇 등 초기의 인공지능이 계산, 용접 등 단순 업무 위주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면, 알파고 등의 미래 인공지능은 의사, 법률가(판사, 변호사 등), 증권거래인 등 고급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단순 업무 위주의 일자리를 자동화를 통한 원가절감이라는 명분으로 컴퓨터와 로봇에게 뺏기는 현상은 이미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다. 한국의 경우에는 후발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인도 등으로 단순 제조업이 이전하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단순 업무 일자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 들어 청년 실업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그 원인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단순 업무 일자리뿐만 아니라, 법률가, 의사 등의 고급 업무도 인공지능에게 뺏기면서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업무 내용이 변하게 될 것이다.

우선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의사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의사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고급 일자리지만, 다양하고 정확성이 높은 진단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지금과 같이 의사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진단에서 벗어나 점차 진단기기의 진단 결과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최신 진단기기들의 진단 결과는 대부분 디지털 형태이기 때문에, 진단기기와 소통 측면에서도 인공지능이 의사보다도 훨씬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점이 이런 전망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의 최근 연구 결과에서 아직까지는 의사가 컴퓨터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컴퓨터 진단 앱들이 올바른 답을 한 비율이 34퍼센트에 그친 데 비해 의사들은 72퍼센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모든 진단 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면서 축적해나가고, 최신 의료 정보를 빠르게 업데이트하게 되면 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게 될 날이 조만간 다가올 것이다. 더욱이 현재의 의료 인공지능은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인간 의사의 능력을 뛰어넘은 것은 시간문제일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그 격차가 커질 것이다. 만약 진단은 진단기기가 담당하고, 그 진단 결과를 인공지능(컴퓨터)이 저장하고 분석한 다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를 판단하게 되고, 수술이 필요하면 외과 수술 로봇이나 나노 로봇이 담당하고, 수술이 여의치 않으면 고장 난 장기를 통째로 교환하게 되는 날이 오면 의사의 역할이 지금과 같이 중요할까? 물론 최종적인 판단은 인간인 의사가 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인공지능의 발달로 컴퓨터가 더욱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많고, 백보를 양보해서 인간인 의사가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많은 의사는 필요 없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의사 면허증만 가지면 동네에 의원을 열어서 평생 동네 환자를 치료하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의사가 되기로 했다면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이제까지 의사가 되는 사람들은 공부를 잘 하는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공부 잘 하는 인재보다 더 의학 지식이 앞서는 시대가 금방 오기 때문에,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이 의사가 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제 의사가 해야 되는 주요 역할은 인공지능이 내린 진단 결과를 해석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환자에게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의학 지식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된다는 의미다. 현재도 공부를 잘 해서 의사가 된 사람들 중에는 매일 환자들을 만나는 게 적성에 맞지 않아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의 권위가 절대적이라서 환자들에게 막 대할 수 있었던 과거에는 불친절하더라도 의술이 뛰어난 의사가 대접을 받았지만, 진단을 진단기기에 의존하고 환자의 권리가 커진 요즘에는 대인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의사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 병원에서는 인공지능과 진단기기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진단을 담당하는 의사가 과거와는 달리 뛰어나게 공부를 잘 하는 인재일 필요는 없고, 오히려 환자와 잘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환영을 받을 것이다. 동네 병원의 경우에는 비싼 첨단 진단기기를 갖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학지식을 가진 의사가 유리하겠지만, 마찬가지로 환자와 잘 소통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공부를 잘 하는 인재가 의사가 되는 게 아니라, 친절하게 환자를 대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의술도 뛰어나고, 대인관계도 뛰어난 의사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좋겠지만, 두 가지 능력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야한다면 대인관계가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대인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지만 공부를 잘 하는 인재들도 의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인재들은 현재와 같이 환자를 직접 대하는 역할보다는 진단기기나 인공지능의 개발로 방향을 바꾸는 게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의학지식만 배우면 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IT 기술을 배우든가, 진단기기 개발을 위해 전자나 기계 분야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앞으로 의사가 의학지식만 배워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도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잘 해야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진단기기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인공지능을 적절하게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앞으로 의사도 진단기기, 인공지능, 로봇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역할을 찾아서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즉 의료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진단기기,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는 하드웨어적인 역할을 수행하거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적인 감성을 발휘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의과대학의 커리큘럼에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목이나 IT 등 기술 관련 과목이 선택 과목으로 채택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또 의과대학 입학생 선발에 있어서도 단순 학습 성적만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반영해야 할 필요성도 증가할 것이다.

의사, 법률가, 증권거래인 등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힘을 발휘하겠지만,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 등 감성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술 분야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소니의 컴퓨터과학연구소(CSL)는 최근 자사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플로머신(Flow Machine)’으로 작곡한 팝송 2곡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플로머신은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곡의 악보 13000여 장을 분석한 다음 아빠의 차(Daddy’s Car)’미스터 섀도의 노래(The Ballad of Mr Shadow)’라는 두 개의 곡을 작곡했다. 물론 작사와 제작, 편곡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작곡한 팝송 두 곡을 들은 네티즌의 반응은 극찬과 혐오 사이에서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중앙일보 2016927일 기사 <작곡까지 넘보는 AI비틀즈와 재즈 스타일 곡 지어>] 2012년 런던 심포니는 스페인 말라가 대학이 개발한 작곡용 인공지능 이아모스의 작품 10곡을 연주해 앨범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0167월 성시연 지휘 경기필하모닉의 청소년음악회에서 인공지능(로봇) 작곡가로 잘 알려진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오케스트라 곡 모차르트 풍 교향곡(Symphony in the Style of Mozart)’ 1악장 알레그로를 선보였다. 에밀리 하웰은 미국 UC산타크루스 대학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으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에 두고,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형식을 반영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번 공연에서 경기필하모닉은 '진짜' 모차르트 교향곡 341악장을 연이어 들려주고 어느 음악이 더 아름다운지 고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출처: 중앙일보 201685일 기사 <인공지능과 모차르트, 청소년음악회서 대결>]

20165월에는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인간과 로봇의 피아노 배틀이 열렸다. 53개 손가락으로 1000곡을 연주할 수 있는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와 이탈리아 연주자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무대에 올랐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등 똑같은 곡을 번갈아 연주하고 상대 연주에 대해 서로 품평했다. 사실 이날 배틀은 실력파 피아니스트 프로세다가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 예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며 지금까지 미국·중국 등 7개국에서 가졌던 공연의 연속선상에 있다[출처: 중앙일보2016517일 기사 <로봇 테오 난 인간보다 정확피아니스트 음악 파괴 못 참아”>]

아직 작곡과 연주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오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초기 축음기가 등장했을 때 음반이 실제 연주의 감흥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축음기는 호기심을 끄는 제품 그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뛰어넘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인공지능이 학습기능을 살려 인간의 감성까지 흉내 낸 작곡과 연주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모차르트 연주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때가 되면 단순히 피아노를 잘 쳐서 최고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분야를 만들어 최고를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조성진보다 연주 실력은 떨어지지만, 자신만의 분야를 만들어 차별화된 분야의 최고 인재가 된 피아니스트 윤효간처럼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춤추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유튜브 스타가 된 걸그룹 트와이스의 치어 업(Cheer Up)’도 또 하나의 차별화된 최고의 예로 들 수 있다. 붉은색 티에 하얀 미니스커트를 입은 윤은경(제니윤·25)이 바이올린을 켜면서 동료들과 함께 발랄하게 춤을 추는 3분 분량의 유튜브 동영상이 조회 수 97만 건을 넘어섰다. 그들이 만든 장르는 댄스와 바이올린 연주가 결합한 댄스올린(Dance+Violin)’이다. 윤은경은 대학에서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현재 바이올린 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조성진 같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바이올린 실력과 그녀가 좋아하는 춤을 결합하여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서 차별화된 최고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출처: 중앙일보 2016928일 기사 <바이올린 켜며 걸그룹 춤, 유튜브 스타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