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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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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형 인재와 H형 인재

 

앞에서 네트워크 사회에는 스마트 스킬을 갖춘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를 다른 관점에서 표현한 인재형이 바로 도요다 자동차에서 주창한 ‘T형 인재. T형 인재는 도요다(TOYOTA) 자동차의 첫 글자인 T를 따서 만든 것이다. T형 인재는 자기 분야는 깊게(I) 알되, 주변 분야의 지식도 넓게() 갖춘 인재를 말한다. 원래의 의미는 도요다 자동차 공장에서 공정 개선을 위해 직원들이 좀 더 효율적인 제안을 내도록 하기 위해 제안된 인재 모델이다. 즉 단순히 자기가 맡은 공정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 제안을 낼 때보다는 앞 뒤 공정 더 나아가 자동차 공정 전체에 대해 깊이는 없더라도 넓게라도 알고 제안을 낼 때 훨씬 더 좋은 제안들을 많이 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만들어낸 개념이었다. 예를 들어 타이어를 조립하는 기능공이 단순히 타이어에 대한 지식만 아는 것보다는 타이어에 연결된 조향 장치, 더 나아가 자동차의 구동 원리를 이해하면 더 좋은 제안을 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재는 이 개념을 확장시켜서 자신의 전공 분야는 깊게 알되, 연관된 여러 지식을 폭넓게 아는 인재를 뜻하게 되었다.

 

 

 

 

 

 

 

 

                <T형 인재>                  <진화된 멀티 T형 인재>

 

 

예를 들어 나처럼 화학공학 전공의 경우에는 화학공학 전공에 더하여 다른 분야의 공학적인 전공들을 폭 넓게 아는 T형 인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인문학 분야들에 대한 폭넓은 지식도 갖춘 T형 인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타 분야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춰야 진정한 T형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깊은 지식을 갖춰야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오르는 정도의 깊이까지 이르려면 그 자체로도 벅찬 일이고, 대충 일반적인 지식만 갖춰서는 차별화가 안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그 지식 정도를 지식 자체가 아니라 나를 차별화하는데 필요한 정도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막연한 얘기지만 어떤 사람은 전공 지식은 얕지만 무궁무진한 타 분야의 지식으로 차별화된 T형 인재가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타 분야에 대한 지식은 그저 그 분야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지식을 갖춘다면 다른 형태의 차별화된 T형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글로벌 HR포럼에 참석했던 래리 라이퍼 스탠퍼드대 교수는 다학제적인 환경에서 공부한 사람이야말로 차세대리더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다학제적인 환경을 통해 21세기의 네트워크 사회가 요구하는 T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21세기 교육의 목표는 T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래로 뻗은 직선이 여러 개가 되는 (진화된 멀티) T형 인재를 길러 내는 것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필요한 확실한 차별화를 위해서는 한 가지 전공 분야에서 깊은 지식을 가진 단순한 종래의 T형 인재로는 부족하고,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춘 진화된 멀티 T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물며 종래의 T형 인재는커녕 단순한 전공 기술만 가진 인재를 키워내면서 그 인재들이 21세기 네트워크 사회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현재의 한국의 대학들이 위기를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스마트 스킬을 갖춘 인재와 멀티 T형 인재가 네트워크 사회에 필요한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론이라면, 이를 어떻게 적용하여 실제 효과를 낼 것인가 하는 방향이 ‘H형 인재. 그러니까 H형 인재는 앞서 설명한 T형 인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네트워크를 잘 할 수 있는 차별화된 특성을 지닌 인재다. T형 인재가 자신의 전공과 주변 지식을 넓힌 개인에 관한 개념이라면, H형 인재는 자신의 차별화된 강점과 다른 사람의 차별화된 강점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강력한 합체를 만드는 능력을 지닌 인재다. 만화에서 정의 편에 선 로봇들이 악당 로봇과 싸우다가 도저히 적수가 되지 않을 것 같으면 합체하여 아주 강력한 힘을 내는 원리라고나 할까. 더 나아가 H형 인재는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강점과 외부 기업의 강점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차별화된 사업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말한다.

 

 

 

 

H형 인재가 개인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라면, 이 원리를 사업에 적용하면 H형 기업이 된다. H형 기업은 내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만 집중하고 나머지 분야는 내 기업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기업에게 아웃소싱 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이다. 산업 사회에서는 거대 기업이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계열화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대세였다. 즉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내부에서 하고, 혹시 초기에는 힘이 부쳐서 남에게 맡겼더라도 나중에 힘이 생기면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당연한 추세였다. 그래서 어느 제조 대기업에서는 구내식당에서 쓰는 두부까지도 자체 생산했다는 웃지 못 할 일도 생겼었다. 하지만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스피드가 곧 경쟁력이고, 변화와 혁신이 필수이기 때문에 핵심 사업 분야만 자신이 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 하는 것이 몸집이 가벼워 스피드를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웃소싱을 하면 필요에 따라서 인원 감축이라는 소모적인 행위 없이도 변화와 변신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네트사회에 적합한 H형 기업에는 H형 인재가 필요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