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행복 기술자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좋아하던 손자·손녀 보고 싶지 않다면?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지만, 유독 우울증에 취약한 집단이 있다. 바로 노인이다. 65세 이후 처음 겪는 우울 증상을 ‘노인 우울증’이란 용어로 따로 구분해서 부를 정도다. 분당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정도가 우울증을 앓는다고 한다.

홍나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노인 우울증에 대해 “그냥 노인들이 걸리는 우울증을 가리킬 뿐 따로 있는 병은 아니지만, 일반 성인 우울증과 약간 다른 면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노인 우울증의 특징과 진단법, 그리고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자.

 

왜 노년에 우울증에 잘 걸릴까?

“어르신 분들은 죽음과 관련된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배우자·친구들의 사망으로 인한 외로움과 본인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다 보니까 많은 우울감을 느끼시게 됩니다. 게다가 요즘 독거노인 분들이 많다 보니 고독감으로 인한 우울증 발병도 많아졌습니다. 이밖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우울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노인 우울증, 일반 우울증과 어떻게 다른가?

노인 우울증 역시 우울증에 속하기 때문에 기분이 가라앉는다거나, 불안하다거나, 잠이 잘 안 온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홍 전문의의 말에 따르면 노인들은 이를 ‘마음의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몸의 통증’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노인분들은 이처럼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표현을 잘 못 하시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우울감을 느껴도 ‘몸이 여기저기가 불편하다’라는 식으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홍 전문의는 근래 들어 평소보다 더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갑자기 식사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노인의 경우 노년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노인성 우울증만의 특징에는 ‘가성치매’가 있다.

“뇌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마치 치매가 온 것처럼 행동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어제까지 멀쩡하시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난 아무것도 몰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라고 말씀을 하시는 식이죠. 실제로 우울증이 깊어지면 일시적으로 아무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있어요."

 

노인 우울증, 어떻게 진단하나?

홍 전문의는 노인 우울증을 판단하기 위해 평소 노인분들이 가장 좋아하시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라고 말한다.

“저 같은 경우는 보통 할머님, 할아버님들이 가장 좋아하시는 손주들 얘기를 꺼내봐요. 평상시에 너무 좋아하시던 손주들 얘기를 꺼내도 반색조차 하지 않으신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보고) 조금 더 관찰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여기에 즐겨보시던 드라마도 다 재미없다고 하신다거나, 늘 다니시던 노인정도 가기 싫다고 하신다면 노인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합니다."

 

치료 방법은?

홍 전문의는 노인 우울증 역시 다른 일반 우울증처럼 병원 진료와 약 복용을 통해 진료한다고 말한다.

“노인성 우울증에는 특히 약물치료의 효과가 좋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들 중에는 약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신과 가서 약 먹으면 치매 걸린 다더라’ 같은 루머를 믿고 병원에 잘 못 오시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울증을 치료하는 항우울제 계열의 약들은 굉장히 안전하고, (따로 복용중이신) 다른 약들과 같이 쓰시는 데 크게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약물치료만 받으시면 완치될 수 있고, 또 재발까지 막을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와 병행하면 좋은 치료법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가족 치료법’이다. 우울증 환자의 가족들과 (환자를) 어떻게 도와야 더 빨리 치료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치료를 돕는 방식이다.

“가족은 노인 우울증 환자가 더 빨리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족이 없는 분들도 얼마든 이런 치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게 꼭 가족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친구라든지, 이웃 주민의 도움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규연 기자

 

[조선일보 2020년 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