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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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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소통할 줄 아는 융합형 과학기술 리더 기를 것”

 지난 3일에 만난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문승현 총장은 “융합 연구, 협업 연구가 필수인 시대이므로 지스트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지난 3일에 만난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문승현 총장은 “융합 연구, 협업 연구가 필수인 시대이므로 지스트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인터뷰
지난 3일, 광주광역시 북쪽 외곽에 위치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하 지스트)의 교문을 들어서며 캠퍼스가 시원하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너른 평지 위에 권위적이지 않은 느낌을 주는 자주색 건물들이 조용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 학교 부지를 둘러보는데 말 그대로 황무지였습니다. 개원을 하고서도 한쪽에선 수업을 하고, 그 옆에선 공사를 했습니다. 그때는 걱정과 두려움, 의욕이 수시로 교차하더군요.” 학교 총장실에서 만난 문승현 총장은 지스트 개원 전인 1994년 가을 부교수로 발령받았을 때를 회상하며 “지난 20년 동안 학교가 많이 성장했지만,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기에 총장으로서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소수정예 과학 인재 배출 목표로
2010년부터 학부생 모집
2년 동안 인문·사회 등 기초학문 배우고
교수 학생 1 대 10 비율로 토론수업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수 세계 4위
등록금 없고 전원 기숙사 생활도 장점

-총장으로 취임하신 지 3개월이 조금 지났다. 감회를 듣고 싶다.

“지난 3개월은 사람들 이야기를 가능한 한 많이 들으려 노력한 시간이었다. 내부에만 있다 보면 사람들이 지스트에 바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놓칠 수 있다. 외부 사람들을 만나 귀를 열어놓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앞으로 지스트를 어떤 학교로 만들고 싶다는 그림이 있을 텐데?

“학자들 사이에서는 지스트가 매우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 대중이나 학부모들은 우리 학교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대학원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좋은 연구, 논문 평가 등으로 큰 성과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우리 사회에 더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실천하려고 한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건지?

“과학계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연구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연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초미세먼지, 대기오염 등은 우리 사회가 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4월 ‘초미세먼지 피해저감 사업단’을 발족했는데, 초미세먼지의 동아시아 이동 현상, 기상 현상, 환경오염 등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사전 경보발령 시스템 구축, 마스크 필터 개발 등의 연구를 하게 된다. 에너지도 실생활과 크게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지난 5월 한국전력과 광주시, 지스트가 함께 설립한 ‘에너지밸리기술원’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 저장기술 개발 등의 연구는 물론 인재 육성, 창업 지원 등을 할 예정이다.”

-지스트 부교수로 있으면서 지스트의 성장과 함께했다. 구성원으로서 자부심도 클 것 같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지만,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입학 때 타 대학에 진학했던 비슷한 능력의 친구들에 비해 교육능력, 연구능력 등에서 더 많이 성장하여 졸업한다. 그만큼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과 학풍이 있다는 얘기다. 이 점이 지스트 구성원으로서 품고 있는 자부심이다.”

-‘좋은 교육환경’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해달라.

“누구나 토론형 교육을 원하지만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스트 교수진은 능력도 우수할뿐더러 교수와 학생 비율이 세계적 수준인 1 : 10 정도다. 교수와 학생들 간의 토론형 수업 및 체계적인 밀착 연구, 지도 등이 아주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향후 이 비율을 더 높이기 위해 교직원의 수를 현재 160명에서 2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하는지 설명해달라.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단순히 전공 공부만 하는 게 아닌 예술, 인문, 과학 등 폭넓은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걸 말한다. 해외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3학년이 되기 전까지 전공보다는 교양 교육에 더 중점을 두는 교육을 하고 있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흔히 인문학만 배우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을 함께 공부한다. 졸업 필수 이수학점인 130학점 중 최소 24학점을 인문, 사회 분야 과목으로 이수해야 한다. 또한 고전 100권 읽기와 전교생이 음악, 미술 등 예능실기와 체육실기 수업도 받아야 한다. 인문, 사회과학, 예술 지식을 융합한 과학기술 리더를 양성하고자 만든 시스템이다.”

-지역사회와 밀착하는 프로그램도 많다고 들었다.

“일단 캠퍼스를 개방해서 시민들 누구나 너른 캠퍼스에 들어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많이들 찾아온다. 매월 셋째주 수요일에는 ‘과학스쿨’을 개최한다.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해 지스트 교수진과 연구원들이 직접 참여해 무료 강연을 한다. 매월 200~300여명의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이 강연을 듣는다. 분기별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연극, 국악 공연, 연주회 등을 연다. 학생들은 광주지역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010년에 개교해 현재까지 졸업생을 두번 배출했다. 학생들의 졸업 뒤 진로는 어떤가?

“지난해 2월 54명의 첫 졸업생 배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2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의 89%가 지스트, 카이스트, 서울대, 포스텍 대학원에 진학했고, 미국의 칼텍과 의(치)전으로 진학한 학생이 5% 정도다. 대부분 취업보다는 계속 공부하는 것을 선택한다.”

-학생들 대부분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지스트 대학원의 강점이 있다면?

“학생들 대부분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한다는 건 지스트가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큐에스(QS·Quacquarelli Symonds)의 2015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교원당 논문 수’ 부문 국내 1위로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연구 성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부문에서 세계 4위(국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연구 성과의 질과 양에서 모두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이스트가 종합대학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면 지스트는 소수 정예의 이공계 특성화대학이라는 장점을 살려나가고 있다.”

-요즘 대학등록금이 만만치 않아 학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국립인 지스트의 경우는 여러 혜택이 있을 것 같다.

“대학의 경우 신입생 전원을 국비장학생으로 선발한다. 이와 함께 월 13만원의 학자금을 지급한다. 학생이 부담하는 돈은 2인 1실짜리 기숙사 이용료 월 5만원뿐이다. 대학원생의 경우는 등록금 면제에 더해 학자금과 급식보조비 등으로 매년 석사과정에 700여만원, 박사과정은 1600여만원을 지원한다. 대학원 재학생 가운데 기혼자에게는 아파트까지 제공하고 있다.”

-학교가 있는 광주, 전남지역에서 입학생이 많이 오나?

“그렇지 않다. 지난해를 보면 입학생의 출신 지역은 수도권 34%, 호남제주권 26%, 영남권 21%, 충청권 13%, 강원권 4% 등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최근엔 해외 소재 고등학교 지원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과학고 출신자들이 더 많았지만, 요즘은 절반 정도가 일반고 출신자들이다.”

-지스트 입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스트에서 공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은 타인과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마음과 역량이다. 오늘날의 과학기술 연구는 혼자서는 절대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인접 분야의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협업을 해야 하는 융합 연구, 협업 연구가 필수인 시대다. 지스트에서 열심히 공부해 성장하려면 이러한 소통능력과 열린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올해 처음 ‘학교장 추천전형’으로 50명 선발

이공계 특성화대학인 지스트 학부과정은 올해 수시에서 175명, 정시에서 25명 등 총 2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으로 105명을 선발하는 일반전형 외 특히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처음으로 ‘학교장추천전형’으로 50명을 선발한다. 학교당 2명의 추천이 가능한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수시모집 6회 제한에도 포함되지 않으므로 내신이 우수하고 학교생활을 착실하게 한 학생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이밖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가구 학생, 농어촌 학생 및 국가보훈대상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고른기회전형’의 경우, 올해 8명을 증원해 총 20명을 선발한다.

오는 9월9일부터 15일까지 수시모집 원서를 접수하고, 서류 및 면접(10월)을 거쳐 11월 중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시모집은 수능 이후인 12월부터 2월 중순까지 진행하며 전원 수능 위주로 선발한다. 신입생들은 ‘기초교육학부’(자유전공)로 입학한 뒤, 1~2학년 때는 기초과학 및 인문·사회 소양교육을 받고, 3학년 때 물리·화학·생물·전기전산·재료공학·기계공학·지구환경공학 등 7개 전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밖에 자세한 사항은 지스트 누리집(www.gist.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겨레 2015년 7월 14일 이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