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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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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변산반도국립공원 봉래구곡의 직소폭포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위쪽에 제2곡인 직소폭포가 보이고, 아래쪽으로 암반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크고 작은 폭포와 소를 이룬 분옥담(제3곡)이 이어진다.

[매거진 esc] 여행
물길 여섯 경치 남아 있는 부안 내변산 봉래구곡, 선계폭포·굴바위 숲길과 온 가족 함께 즐길 만한 체험거리들

소금강(작은 금강산)·남금강(남쪽의 금강산)·능가산(부처가 설법한 산 중의 하나)·봉래산(중국의 3신산 중 하나이자 금강산의 여름철 이름)….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의 변산을 일컫는 옛 지명들이다. 변산은 해발 508m의 의상봉이 최고봉인, 300~400m 안팎의 낮은 봉우리들로 이뤄진 산이다. 하지만 산세가 복잡하고도 아름다워 예로부터 호남 5대 명산의 하나로 꼽혀왔다. 변산반도는 대부분이 국립공원 지역이다. 내변산 지역엔 숱한 바위골짜기를 품은 수림 빼곡한 산봉우리들이 솟았고, 외변산 해안으로는 아담하고 완만한 해수욕장들이 숨어 있다. 산과 해변 사이, 선인들 발자취 즐비한 마을들엔 자녀와 함께 배우며 즐길 만한 체험거리들이 기다린다.

우동저수지 위
바위절벽에 걸린 선계폭포
비오면 60m 이르는
대형 폭포로 변신

고려 때부터 이름난 ‘재목의 보고’ 변산

보안면 우동리 산자락 절벽의 굴바위. 안에서 내다본 모습이다.

변산반도는 고려 적부터 울창한 숲으로 주가를 올리던 곳이다. 소나무숲이 얼마나 울창했던지, 몽고가 고려에 침입했을 때, 일본 정벌용 배를 건조하기 위해 변산(진서리 구진마을)에 조선소를 설치했다고 한다. 이때 벌목사(작목사)로 변산에 부임한 고려 문신 이규보는 “변산은 우리나라 재목의 보고”라고 기록했다. <동국여지승람> <택리지> 등 조선시대 지리서에도 변산의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숲’과 ‘첩첩한 바위골짜기들’이 언급돼 있다. <격암유록>을 쓴 풍수가 남사고는 변산을 ‘십승지지’(전란을 피해 살 만한 곳)의 한곳으로 꼽았다.

본디 내변산 경관의 핵심은 중계계곡과 ‘백개의 골짜기가 모여들어 물길을 이룬다’는 백천내 일대다. 1990년대 중반 부안댐 완공으로 골짜기 중하류가 물에 잠겼지만, 상류 골짜기들의 경관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곳이 이른바 ‘봉래구곡’으로 불리는 직소폭포 골짜기다. 봉래구곡은 신선봉(486m) 자락 신선샘에서 발원해 백천내·부암호를 거쳐 해창에서 서해로 흘러드는 물길의 아홉 경치를 뜻한다. 대소·직소폭포·분옥담·선녀탕·봉래곡·금강소 등 1~6곡 경치는 남아 있지만, 영지·백천·암지 등 7~9곡은 물에 잠겼다.

부안누에타운의 오디·참뽕 비누 만들기 체험.

경치 좋고 볼거리 많은 봉래구곡 숲길

국립공원 내변산분소에서 직소폭포까지 2㎞ 남짓 물길을 따라가는 숲길은 변산반도 최고의 탐방로다. 볼거리가 많고 비교적 험하지 않아(일부 구간은 바윗길) 온 가족이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다. 왕복 1시간30분~2시간. 신라 때 창건되고 조선 때 중창됐다가 한국전쟁으로 불탄 실상사(옛 변산 4대 사찰 중 하나) 터를 거쳐 제5곡 봉래곡을 지나기까지 약 1㎞는 널찍한 평지 숲길이다. 봉래곡 너럭바위엔 ‘봉래구곡’이란 큼직한 글씨가 초서체로 새겨져 있다. 경치 좋은 곳을 유람하며 바위글씨 새기기를 즐겼던, 정읍 출신의 명필 동초 김석곤(1874~1948)의 글씨다.

산중호수인 직소저수지(직소보) 전망대와 선녀탕 거쳐 분옥담 위쪽에 설치된 분옥담·직소폭포 전망대에 이르는 길은 내내 울창한 숲속으로 오르내리는 나무계단길·흙길이다. 관음봉(424m) 등 산봉들 그림자가 잠긴 직소저수지의 풍경은 눈을 크게 뜨게 하고, 저수지 옆 탐방로를 따라가며 들여다보는, 어른 손바닥 길이 초대형 버들치들의 유영은 입을 벌리게 한다. 직소폭포 전망대에 이르러선 눈도 입도 커지게 된다. 멀리, 푸른 소(실상용추)로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직소폭포 모습이 보이고, 그 물길이 암반을 따라 돌아 흘러 크고 작은 폭포와 투명한 소들을 이루는 분옥담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밑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가 분옥담(여러 개로 나뉜 옥 같은 못)의 깨끗한 물빛을 가까이서 내려다볼 수 있다. 전망대 지나 산길을 잠시 가다 다소 험한 바윗길을 타고 내려서면, 널찍한 소로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20여m 높이의 직소폭포 위용을 만날 수 있다.

우동리 농촌체험휴양마을의 지게지기 체험.

우람하고 아찔한 굴바위·선계폭포 숲길

변산반도 남동쪽 곰소염전~보안면 소재지를 잇는 30번 국도 중간에 유서 깊은 마을 우동리(옛 우반동)가 있다. 조선 중기 실학자 반계 유형원과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발자취가 서린 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아끼는 경관들 중에 선계폭포와 굴바위가 있다. 짤막하지만 울창한 숲길을 거쳐 만나는, 전설 한 자락씩 품고 있는 우람하고(굴바위), 아찔한(선계폭포) 경관들이다.

1957년 만든 우동저수지(우동제) 뒤 바위절벽에 걸린 선계폭포는 폭우 때만 폭포가 되는 이른바 ‘비와야 폭포’다. 평시엔 그저 바위절벽일 뿐이지만, 폭우가 쏟아진 직후엔 높이 60m에 이르는 대형 폭포(먼 거리이긴 하지만)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민들은 선계폭포를, 조선 태조 이성계가 무예를 연마한 곳이라 해서 성계폭포라 부르는 이들이 많다.

마을에서 찻길을 따라 우동저수지 지나 청림리로 넘어가는 바드재(바디재) 쪽으로 한굽이 돌면 오른쪽에 차 한두대를 댈 만한 터가 있다. 선계폭포 위쪽으로 오르는 숲길 들머리다. 200~300m쯤 오르면 오른쪽 절벽 아래로 저수지와 마을 쪽 풍경이 펼쳐진다. 폭포 위쪽으론 작은 물길을 따라 빼곡한 대나무숲길이 이어지고, 왼쪽엔 토속신앙인들이 자주 찾는 바위절벽이 있다. 물길엔 석축 흔적이 여러곳 보이는데, 대나무와 칡덩굴 우거진 물길 주변이 옛 변산 4대 사찰의 하나였던 선계사 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부안의 명기이자 시인인 이매창(계생)과 교우하던 허균이 한동안 머물렀던 정사암 터도 선계폭포 주변 산자락으로 추정된다.

우동저수지 옆길 중간쯤에서 대불사 쪽으로 들어가, 좁은 숲길을 15분쯤 걸으면 거대한 바위절벽에 세로로 뚫린 커다란 동굴(굴바위)을 볼 수 있다. 높이 15m, 폭 5~7m, 깊이 20여m쯤 되는 자연굴이다. 옛날 이 굴에 커다란 지네가 살았는데, 주민들은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쳐야 했다고 한다. 어느 해, 한 처녀가 제물로 뽑히자 그를 사랑하던 총각이 굴에 들어가 지네와 사투를 벌인 끝에 지네를 죽이고 총각도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길이 좁고 숲이 무성하므로, 주민의 안내를 받는 게 좋겠다.

이밖에 반계 선생이 말년에 후학을 가르치며 <반계수록>을 지었다는 반계서당(최근 복원)과 부안김씨 종중 고문서(보물), 400년 된 당산나무 등이 우동리의 자랑거리이자 볼거리들이다.

도예 체험, 누에 체험, 액젓간장소스 체험

변산반도엔 여행 중 자녀들과 함께 배우고 즐길 만한 체험거리들도 많다. 보안면 우동리는 숙박시설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갖추고 운영하는 농촌체험휴양마을(우리밀 마을)이다. 우리밀 칼국수·수제비 만들어 먹기, 쑥개떡 만들어 먹기, 부안도예 체험, 오디소금 만들기 체험, 마을 문화재 탐방 등을 진행한다.

변산면 유유마을은 150년 전통의 누에마을이다. 누에곤충과학관·탐험관·체험관으로 이뤄진 누에타운은 명주실을 뽑아내는 유용곤충 누에(집누에나방의 애벌레)와 고치, 뽕나무와 오디 등 누에와 관련한 모든 것을 배우고 관찰하며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또 곰소염전 앞 곰소오복식품 매장에선 좋은 소금 구별하기, 멸치젓갈을 이용해 개발한 참뽕간장·오디간장·함초간장과 발효간장소스로 부침개·주먹밥·잡채 만들어 먹기 무료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밖에 둘러볼 만한 곳으로 격포 채석강과 닭이봉, 적벽강과 해신당, 내소사, 곰소염전, 부안댐, 새만금방조제 등이 있다.

부안/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 변산반도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 타고 부안나들목에서 나가 부안읍 거쳐 변산반도로 간다. 경부고속도로의 경우 천안논산고속도로~공주서천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부안나들목에서 나간다.

수협횟집의 명품 물회.

먹을 곳 격포항 수협 직영 수협횟집의 명품물회(1만5000원·사진). 황태머리·콩나물을 우려내 만든 고추장 육수에 전복·해삼·멍게·문어·새우·광어회가 들어가는 매콤한 물회. 소면을 곁들인다. 변산면 대항리 명인바지락죽의 바지락죽·바지락비빔밥, 행안면 신기리 계화회관 백합죽, 격포항 부근 수풍꽃게장의 꽃게장정식 등 꽃게요리.

묵을 곳 격포에 대명리조트가 있고 모텔들도 모여 있다. 하지만 변산반도의 펜션·모텔들은 여름 성수기 숙박료가 매우 비싸다. 부안읍내 모텔들을 이용하는 게 낫다. 격포항 수협 직영 수협모텔은 허름하지만 저렴하다. 비수기·성수기 구분 없이 평일 3만원, 주말 5만원.

해수욕장 변산(휴장)·고사포·격포·상록·모항해변 등 5개의 해수욕장이 변산반도에 있다. 대표 해변인 변산해수욕장은 현재 배후 관광단지 개발사업 공사중이어서 올해엔 개장하지 않는다. 모항해변은 작은 규모지만 부안군 직영 해변으로, 입장료·자릿세·주차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여행 문의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224, 부안관광안내소 (063)580-4434, 변산반도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63)582-7808, 우동리 농촌체험휴양마을 (063)581-9445, 부안누에타운 (063)580-4334.

 

(한겨레신문 2014년 7월 31일 이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