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논설위원이 간다]
전문지식ㆍ경력 있으면 수요 넘쳐
환갑 한참 넘겨도 일할 곳 많아
고등교육이 평생현역의 원동력
퇴직해도 인터넷이 날개 달아줘
연배 높을수록 통찰력 더 깊어져
체력 관리하면 계속 일하는 시대

현역에서 퇴직한 유시왕씨는 곧 칠순을 바라보지만 지금도 왕성하게 일하고 있다. 영어가 유창한 그는 요즘 한국외국어대에서 학생들에게 영어 강의를 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지난달 12일 서울 동대문구에 자리 잡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본관 225호. 기자 초년병 시절 담당했던 학교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현대식 건물들이 캠퍼스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강의실 출입문으로 다가서자 유창한 영어 강의가 흘러나왔다. 이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기업재무를 영어로 강의하고 있는 유시왕 교수의 목소리였다. 출입문에 달린 작은 유리창 너머로 강의실 안쪽을 들여보자 유 교수는 막힘없는 영어로 강의를 술술 풀어내고 있었다.
미리 양해를 구했지만 강의 분위기를 깨기 어려워 노크를 망설였다. 결국 유 교수가 강의실 밖에 있던 기자를 알아보고 나서야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칠판에는 유 교수가 직접 만든 기업재무(Corporate Finance) 강의안이 파워포인트로 띄워져 있었다. 강의를 오랫동안 방해할 수 없으니 10분만 참관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분위기를 살폈다. 강의는 마침 기자가 과거 대학원에서 영어 강의로 전공한 내용이었다. 유 교수는 원어민은 아니지만 막힘 없고 정확한 발음이어서 강의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외교통상 사관학교를 목표로 소수정예를 뽑아 가르치는 한국어국어대 LT학부 강의실. 김동호 기자
유 교수는 이런 수요에 따라 초빙교수로 발탁됐다. 올해 만 66세로 곧 칠순을 바라보는 그는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에는 근처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3년간 강의했다. 이후 자녀들의 한글 교육을 위해 귀국해 국내 기업에 취업하면서 코스닥증권시장 전무ㆍ한화그룹금융부문 사장 등을 거치며 인생 전반을 보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배운 영어와 재무학이 그의 평생현역 핵심병기가 되고 있다. 김동호 기자
그의 ‘핵심 병기’ 역시 영어와 전문성이다. 미국 뉴욕대에서 재무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영문판 재무학 서적을 여러 권 출판해 해외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처음부터 중국에 갈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퇴직하자 노후 시간을 보낼 일이 필요해졌고, 중국에서 강의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선물ㆍ옵션ㆍ위험관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금융ㆍ재무 분야 전문가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 중심의 경제 체제가 위력을 떨치면서 영어 강의가 가능하면서 전문성도 있는 사람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사실 현역에 있을 때 못지않은 인생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오라는 곳이 너무 많아서다. 결국 그는 내년부터 상하이뉴욕대로 옮겨간다. 이 교수는 어차피 중국에서 가르칠 바에는 중국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는 생각에 상하이뉴욕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종강을 하면 학생들이 꽃다발을 선물하는 깜짝 파티가 뒤따를 정도다.
![이상빈 상하이자오퉁대 초빙교수는 중국에서 오라는 곳이 많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이상빈 교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12/20/9d67fdb4-6987-409f-ad85-27d0bae6310d.jpg)
이상빈 상하이자오퉁대 초빙교수는 중국에서 오라는 곳이 많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이상빈 교수]
“할배 나이에도 오라는 곳이 많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나오는 배경에 인터넷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김동원 초빙교수는 시중은행 부행장에 이어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을 거치면서 현업에서 물러난 지 5년이 넘었다. 올해 예순다섯 살이 되면서 동년배들 가운데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는 현업에 있을 때보다 더 왕성하게 일하고 있다. 그 발판은 인터넷이다. 그는 “퇴직해도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무한대로 얻을 수 있어 그것이 나의 경쟁력”이라며 “인터넷이 없었으면 내 사회생활도 벌써 끝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업에서 나왔으니 누구와 경쟁할 이유도 없어지면서 욕심이 없어지니 세상이 훨씬 더 잘 보인다”며 “경험과 통찰만 있으면 얼마든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고 했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광 컨설팅을 하고 있는 오용수씨는 책도 펴냈다. 김동호 기자
[출처: 중앙일보 2018년 12월 20일] 전문성 있으면 평생 현역…“할배 나이에도 오라는 곳 많아”
'행복한 미래 > 행복하게 나이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문기사] 옷에서 자동차까지…소유에서 공유, 공유에서 구독으로 (0) | 2019.02.03 |
---|---|
[신문기사] 하루 10분 하체운동, 건강수명 5년 늘어난다 (0) | 2019.01.27 |
[신문기사] 은퇴가구 월평균 소득 152만원…“유산 안 물려 주겠다” 2배 늘어 (0) | 2019.01.06 |
[신문기사] 도라지·은행·더덕…기침,목감기에 약이 되는 음식들 (0) | 2018.12.30 |
[신문기사] 술이 척추 약화시켜… 음주 전후 필요한 '스트레칭' (0) | 2018.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