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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힐링의 명소 고흥반도

2017. 12. 16.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ESC] 몸 감싸는 편백나무 향…나를 위로하는 손짓

힐링의 명소 고흥반도 유자 향기 가득
편백나무·삼나무·동백나무···울창한 숲 많아
당숲·해안절벽 등 쑥섬·활개바위도 가볼 만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 편백나무·삼나무 숲.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 편백나무·삼나무 숲.
우주휴게소, 우주주유소, 우주호텔, 우주장례식장…. 어딜 가든 ‘우주’가 담긴 간판이 눈에 띈다. 전남 고흥은 외나로도의 로켓 발사 기지인 ‘나로 우주센터’로 유명한 고장이다. 요즘 ‘우주’는 잠잠하지만, 지금 고흥반도는 늦가을 햇살 바스러지는 소리로 귀와 눈이 따갑다. 중부 산간은 겨울로 접어들었어도, 남해안 끝자락 고흥의 산길·해안길은 한창 가을 햇살에 덮여 따사롭고 온화하다. 걷고 쉬며 눈의 호사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힐링 아닐까. 제철 맞은 유자의 상큼한 향기도 기다린다. 상록 숲에서 가끔 만나는 곱게 물든 단풍은 덤이다.

고흥반도엔 늦가을 정취를 누릴 만한 한적한 숲길이 수두룩하다. 난대림, 온대림이 함께 분포한 지역으로, 편백나무·삼나무 등 상록침엽수와 비자나무·후박나무·동백나무 등 상록활엽수들이 늘 푸르고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1시간 안팎에 짧고 굵게 숲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완만하고 경치 좋은 숲길로 간다.

숲길로 들기 전에, 먼저 고흥이 자랑하는 제철 과일 유자를 만나러 가보자. 지금 한창 수확이 이뤄지고 있는 고흥의 대표 농산물 중 하나다. 유자는 비타민C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감기 예방과 피부 미용에 좋고, 동맥경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국 유자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고흥에서 나온다고 한다. 재배 면적 600㏊, 재배 농가는 1400가구에 이른다. 고흥에서도 대표적인 유자 산지가 풍양면이다. 지난 주말 풍양면에선 유자축제가 벌어져 유자 따기 체험, 유자차 만들기, 유자 활용 음식 시식회 등이 진행됐다. 고흥 유자의 40%가 풍양면에서 나오는데, 11월 말까지 수확이 이뤄질 전망이다.

고흥 유자공원.
고흥 유자공원.
고흥 유자공원.
고흥 유자공원.
대규모 유자나무 밭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풍양면 한동리의 ‘유자 공원’이다. 도로변 밭과 야산이 모두 유자나무 밭이어서 ‘공원’이란 이름을 붙였다. 누구나 길을 따라 밭으로 들어가 거닐며, 사진을 찍거나 유자 향에 취해볼 수 있다. 단, 유자나무엔 가시가 많으므로 찔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자식품클러스터사업단에 문의하면 유자 따기 체험, 유자차 만들기 등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농가를 안내받을 수 있다.

유자 향기를 만끽했다면, 본격적인 가을 상록수림 탐방에 나서 보자. 고흥의 명산 팔영산(609m) 자락에 다양한 숲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팔영산국립공원 안에 팔영산자연휴양림이 있고, 416㏊에 이르는 편백나무숲도 있다. 편백숲은 제지회사에서 1980년 초대에 조림한 숲이다. 몇 곳에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성기지구 편백숲이다. 150㏊의 성기지구·금사지구 편백숲 일부를 한바퀴 돌아 내려오는 탐방로가 있다. 길이 3.5㎞, 한 시간쯤 걸린다.

고흥 팔영산 편백나무 숲.
고흥 팔영산 편백나무 숲.
비록 아름드리나무들은 아니지만, 빽빽하게 우거진 키다리 편백나무들이 어두컴컴한 숲을 이루고 있어 편백 향에 흠뻑 젖었다 나오게 된다. 탐방로 입구까지 안내판이 부족한 것은 불편한 점이다. 능가사 옆 비포장길을 따라 1.5㎞ 가면 팔영저수지(성기저수지)가 보이는 밭 옆에 빛바랜 편백숲 안내판이 서 있다.

오래된 아름드리 편백나무 숲길을 걷고 싶다면,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외나로도 봉래산(410m)으로 가면 된다. 봉래면 예내리의 나로도 편백·삼나무 숲이다. 봉래산 자락 21㏊에 편백나무 7000여 그루, 삼나무 2000여 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된 것들이다. 1920년대에 예내면 산림계원들이 당시 황폐했던 봉래산을 살리기 위해 심은 것이라고 한다. 숲을 보려면 무선국~봉래산 정상~시름재 코스의 2시간짜리 산행을 하는 게 좋고, 나무를 보려면 산허리 숲 탐방로인 무선국~시름재 입구 코스를 찾는 게 좋다.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 편백나무.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 편백나무.
탐방로는 길이(1.9㎞)가 짧고 완만해 누구나 거닐며 편백 향을 누릴 수 있다. 탐방로 중간에 거대한 편백나무·삼나무들이 치솟은 울창한 숲을 통과하게 된다. 일부 편백나무는 허리 높이 지름이 70~80㎝나 된다. 무선국 주차장과 반대편인 시름재 들머리 임도 옆에 길 안내판이 설치돼 있고, 탐방로 중간에 쉼터도 있다.

고흥의 또 다른 멋진 상록수림으로 금탑사 비자나무숲도 빼놓을 수 없다. 포두면 천등산(563m) 자락의 비구니 사찰 금탑사 앞 쪽으로 우거진, 200여년 전에 심어진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이다. 빽빽하게 솟은 3200여 그루의 비자나무들이 고찰과 어우러져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절 뒤엔 동백나무숲도 울창하다.

이제 늦가을 정취를 품었으면서도 사철 싱그러운 숲, 난대림 숲길을 거닐어 보자.

나로도 항에서 배를 타면 2~3분이면 닿는 섬, 쑥섬이 있다. ‘쑥 애’ 자를 쓰는 애도(艾島)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쑥섬으로 부른다. 쑥이 많이 나서 쑥섬인데, 요즘 쑥은 쑥 들어가고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 주민 말로는 고흥의 교사·약사 부부가 이 섬을 ‘가꾸어’ 유명해졌다고 했지만, 이 섬의 아름다움은 가꿔지지 않은 것들에서 나온다. 이 부부가 섬을 ‘가꾸지’ 않고 본디 모습을 보전하는 데 힘썼다는 뜻이다. 본디 모습이란, 당제를 지내 온 당숲과 동백나무숲, 옛이야기 전해오는 해안 절벽 경관, 그리고 옛 모습 그대로의 마을 돌담길이다.

고흥 쑥섬(애도)의 당숲. 이달 초 산림청·생명의숲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했다.
고흥 쑥섬(애도)의 당숲. 이달 초 산림청·생명의숲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했다.
당숲은 400여년의 내력을 지닌 난대원시림이다. 푸조나무·후박나무·육박나무 울창한 이 당숲은, 이달 초 산림청·생명의숲 등이 주최한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 누리상’을 받으며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13가구 17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의 소박한 돌담길도 매우 아름답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야트막한 돌담들 사이로 집들이 숨어 있고, 집터도 있고, 채소밭도 있다. 돌담 사이 밭에서 고들빼기를 거둬 다듬던 김숙희(86) 할머니가 말했다. “여선 사철 고들빼기가 나오요. 봄엔 우그로(위쪽 잎으로) 묵고, 갈엔 밑으로(밑 뿌리로) 묵고 그라요.”

고흥 쑥섬의 돌담길. 주민 김숙희(86) 할머니가 고들빼기를 채취해 다듬으러 가신다.
고흥 쑥섬의 돌담길. 주민 김숙희(86) 할머니가 고들빼기를 채취해 다듬으러 가신다.
고흥 쑥섬의 고양이들.
고흥 쑥섬의 고양이들.
고흥 쑥섬의 능선 꽃밭.
고흥 쑥섬의 능선 꽃밭.
고흥 쑥섬 등대 밑의 ‘중 빠진 굴’ 해안 절벽.
고흥 쑥섬 등대 밑의 ‘중 빠진 굴’ 해안 절벽.
섬 능선길 경치도, 전망도, 등대 밑 해안 절벽 경관도 다 좋다. 1시간30분이면 섬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나로도항에서 쑥섬까지 차 한대를 실을 수 있는 작은 도선이 하루 5차례 왕복한다. 1인당 왕복 3000원. 탐방객이 늘면서 2018년 봄부터는 관광선이 운행될 예정이다.

멋진 해안 절벽 경관들도 고흥반도의 숨은 매력이다. 도화면 구암리 해안의 활개바위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바위 경관이다. 절벽 끝에 솟은 커다란 문처럼 생긴 바위를 말한다. 바로 옆에는 남근을 닮은 바위도 있다. 두 바위를 합쳐 쌍주석이라고도 부른다. 활개바위 뒤쪽으로 촛대처럼 솟은 바위도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걸어서는 다가갈 수 없고 발포항에서 어선을 빌려 타야 한다. 발포리 청년회에 문의하면 어선을 소개받을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첫 부임지인 발포항에서 남서쪽으로 6㎞ 거리다. 발포항 방파제 끝에서도 구멍 뚫린 활개바위를 작게나마 바라다볼 수 있다.

고흥 도화면 구암리 해안의 활개바위.
고흥 도화면 구암리 해안의 활개바위.
해지는 쪽으로 바라본 고흥 활개바위.
해지는 쪽으로 바라본 고흥 활개바위.
영남면 우천리 해안에는 바다 용이 절벽을 따라 승천한 곳이라 전해오는 용바위가 있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용암지층 절벽과 널찍한 반석이다. 바닷가에서 절벽을 따라 용의 흔적이라는, 암석 띠가 드러나 있다. 마을에는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 용두암도 있다.

고흥반도 서남쪽 녹동항에서 소록도~거금도로 이어지는 27번 국도를 따라 거금도 해안도로 드라이브도 즐겨볼 만하다. 거금도 적대봉 동쪽 자락엔 다양한 난대 수종을 관찰할 수 있는 거금생태숲이 있고, 섬 서쪽엔 ‘섬 속의 미술관’ ‘미술관 섬’ 등으로 불리는 연홍도도 있어 들러볼 만하다.

<고흥 여행 팁>

또 다른 볼거리/두원면 운대리에 최근 문을 연 분청문화박물관이 있다. 운대리는 분청사기 가마터 25곳, 백자 가마터 5곳 등 30곳의 옛 가마터가 남아 있는, 도자기 역사의 보물창고다. 가마터 6곳만 발굴되고 나머지는 숲속에 묻혀 있다. 박물관엔 분청사기 등 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들,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고흥의 역사·문화자원들을 전시하고 있다. 개관 기념으로 전시한 ‘두원 운석’(1943년 두원면 성두리에 떨어진 운석)도 볼 수 있다.

먹을 곳/도화면 소재지의 중앙식당(회정식), 바다식당(백반·붕장어탕), 고흥읍의 대흥식당(아침 식사 백반 등), 풍양면 풍남리 삼해관광횟집 등.

고흥 중앙식당 회정식.
고흥 중앙식당 회정식.
묵을 곳/도화면 발포 해변에 고흥의 유일한 호텔급 숙소 빅토리아호텔이 있다. 고흥읍내와 녹동항 주변에 모텔이 많다. 고흥읍 명품모텔은 무인텔과 일반 모텔을 겸한, 최근 문 연 깨끗한 숙소다.

고흥 여행 문의/고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30-5208, 고흥 유자클러스터사업단(유자 따기 체험) (061)832-5027, 발포리 청년회(활개바위 탐방 어선) 010-4598-1551.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19288.html#csidx6e50104400e4327bf4723edb46081ed

 

[한겨레 2017년 1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