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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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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Entropy)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열적으로 고립된 계의 총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는 법칙이다. 사랑이 엔트로피라면 어떨까. 뻔한 사랑 고백을 이렇게 할 수 있다. “우리 사랑은 줄지 않는 엔트로피처럼 매일매일 더욱 커져만 갈 거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과학자, 교수, 과학 커뮤니케이터 등 12명이 ‘더 사이언티스트’라는 이름으로 모여 노래 ‘엔트로피 사랑’을 부르고 음원을 냈다.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정모 관장, 성균관대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윤성철 교수, 물리학자 이종필 박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장대익 교수, 과학과사람들 원종우 대표 등이 그 면면이다. 가사는 과학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만드는 과학과사람들이 쓰고, 작곡은 드라마 <궁>의 오에스티(OST)로 잘 알려진 에스닉밴드 ‘두 번째 달’의 최진경이 맡았다.

가사는 노래 부르는 과학자들이 평소에 하는 말들로 짜넣었다. 이정모 관장은 ‘우리도 공룡처럼 사라지겠지만 그날은 아직 멀었지’라는 구절을 부르고, 물리학자 윤성철 교수는 ‘아주 오랜 옛날 빅뱅 초신성 폭발, 너의 모든 것을 빛나게’란 대목을 맡았다. 가사에는 ‘최신 과학 이론’이 섞여들어가기도 했다. 후렴부 ‘나는 티라노를 감싸는 깃털처럼 너의 체온을 붙잡아 지켜 주고’가 있는데 티라노사우루스에게 깃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노래는 ‘과학과 기계의 힘’으로 완성되었다. 천문학자 이명현은 “에베레스트를 셰르파에게 업혀서 오른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틀에 걸쳐 파트별로 녹음한 뒤 음을 쪼개서 음정을 맞추고 좋은 부분을 이어붙였다. 두 번째 달의 최진경은 “끝나고 나니 잘 부르신 분들한테 미안”하더란다.

과학과사람들의 최진영 팀장은 노래의 용도를 이렇게 전해준다. “연애 잘 못하는 과학도들이 슬쩍 노래 영상을 전달하는 것으로 사랑 고백을 해보면 어떨까.” 최 팀장은 노래에 나오는 ‘유성생식’이 진화의 중요한 분기점이자, 과학자들에게는 ‘필사적 생존투쟁’임도 곁들여 설명한다. 음원은 바이닐(www.bainil.com)에서 구입 가능하다. 뮤직비디오는 13일 과학과사람들의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한겨레 2016년 2월 15일 구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