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입니다. 봄꽃을 쫓아 남으로 내려가면 갈 수 있는 아름다운 통영을 소개하는 조선일보 기사(2011년 3월 25일, 장태동 여행작가)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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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 미륵산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라 바라본 풍경.
포연과 함성으로 들끓던 옛 바다는 사라지고 이제는 바다를 지고 사는 사람들의 삶이 넘실대는 바다가 여행자를 반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통영에 있다. 거친 바다의 하루를 담아 온 고깃배들이 어깨를 맞대고 쉬고 있는 강구안 바다. 그 바다에 쪽배를 띄우고 파도와 함께 일렁이는 땡볕 같은 바다사람들의 삶. 그들의 삶이 엉기고 풀리는 또 다른 바다, 항구 앞 난전. 통영의 바다는 언제나 뜨겁다.
‘철퍽’대는 바다소리를 들으며 항구 길을 걷고 있는데 길 오른쪽에 김밥집이 보인다. 길 한쪽이 다 ‘충무김밥’집이다.
강구안을 벗어나 서호시장 앞 바닷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객선터미널을 지나면 바다 옆 도로를 따라 걸을 수 있다. 수협공판장을 지나 바닷가 길을 따라가면 통영과 미륵도를 잇는 해저터널이 나온다. 이 부근 바다가 ‘손돌목’이다.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의 연전연승의 기세에 눌린 일본군의 도주로였다. 원래 이곳은 바닷길이 없었는데, 일본군이 도주를 위해 지협을 파고 뱃길을 만들었다.
해저터널 또한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것인데, 임진왜란 때 자신들의 조상이 수장된 바다 위로 배를 띄울 수 없어 땅 밑으로 굴을 뚫고 지나다녔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해저터널과 멀지 않은 곳, 손돌목 바다가 보이는 육지쪽 언덕에는 ‘착량묘’가 있다. 착량묘는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사당이다. 통영에는 충무공을 기리는 사당이 두곳 있는데 그 중 한곳이 이곳에 있는 착량묘이고 다른 한곳은 중앙동에 있는 충렬사다. 충렬사는 왕명으로 세워졌고 착량묘는 일반 백성들의 뜻으로 세웠다. 착량묘 앞 계단에 앉으면 손돌목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 1.청마 유치환 생가 문, 그리고 통영 바다(여름 풍경). 2.동피랑길 골목으로 가는 길. 3.충무교에서 바라본 바다 밤풍경.
걸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길
도남관광지로 자리를 옮긴다. 마리나스포츠센터 건물 앞을 지나면 바다다. 오른쪽으로 바닷가 산책로가 시작된다. 거센 파도, 우렁찬 그 소리도 없다. 맑고 푸른 바다가 길 아래 모래와 갯바위에 숨죽이듯 스며든다. 갈매기 몇 마리 소리 없이 날고 섬들도 그 바다에서 가볍다. 고즈넉한 바닷가 마음 편한 왕복 6㎞ 정도의 산책길을 걷는다.
그 길 초입에서 보이는 풍경이 편안하다. 갯바위에 나무가 자랐다. 그 앞 바다에 유람선이 떠간다. 햇볕 내려앉은 바다가 반짝이고 갈매기 몇 마리가 그 위로 날아다닌다. 그윽한 바다가 수채화처럼 마음에 그려진다. 산굽이 돌아가는 굽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길은 산기슭을 따라 구불거리며 이어지다가 저 앞 산모퉁이를 돌아서면서 보이지 않는다. 통영 공설해수욕장을 지나면 간단한 먹을거리와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가 나온다. 그곳을 지나치면 바다로 뻗어 나온 낮은 다리가 보인다. 등대낚시공원이다. 바다로 뻗어 나간 다리로 걸어가면 그곳에 좌대가 있고 낚시를 할 수 있다(유료). 시간이 지나서인지 다리로 가는 입구 문이 잠겼고 사람도 없다.
날은 어두워지고 바다와 하늘에는 노을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산과 섬에 가려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주변 하늘과 바다가 노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길을 재촉했다.
눈 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보인다. 기이하게 생긴 바위 위에는 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다. 그 바위를 지나면 거대한 절벽과 동굴이 있는 광장이 나온다. 이곳이 이번 걷기여행의 반환점이다.
광장에서 바라보는 바다에는 노을이 짙다. 해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어둠에서 피어나는 노랗고 붉은 노을빛이 그윽하게 마음을 물들인다.
왔던 길을 되짚어 걷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지나왔던 기이하게 생긴 바위를 광장 쪽에서 바라보니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아이를 업은 엄마의 형상을 닮은 것 같다.
지나왔던 통영 공설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작은 방파제 끝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어둑어둑해지는 바다에 불빛이 물결 따라 흔들린다. 첫 발자국 내딛은 그곳으로 돌아간다.
| Tip - 여행 길라잡이 |
*가는 길
● 자가용: 대전~통영 고속도로 북통영IC-통영-이순신공원-강구안-충무교-도남관광지 충무 마리나리조트 부근(해안길 산책로 시작지점)-미륵도 일주도로-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달아공원-충무교
● 대중교통: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또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통영 행 버스 운행. 통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도남관광단지까지 141, 101, 121번 등 100번 대 버스를 타고 도남동(충무마리나리조트 입구 종점)에서 내려서 3~4분 정도 걸으면 걷기여행 출발 지점인 마리나스포츠센터 건물이 나옴.
*먹을거리
● 장어구이: 충무교 아래 장어구이집이 많다. 양념을 하지 않고 구워 소스를 찍어 먹는 식이다. 담백하고 구수한데 기름기가 많다. 장어는 강장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비타민A와 단백질, 지방 등이 많다. 모세혈관을 강화하고 피부미용, 노화방지 등의 효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 졸복해장국: 중앙시장 한산집이 유명하다. 작은 복어를 끓인 맑은 해장국이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 ‘소돈’이라고 나오며 속명을 ‘졸복’이라고 했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다. 나트륨, 아연, 엽산, 철분, 칼륨, 칼슘 등이 많다. 알코올 때문에 생기는 지방과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도와 숙취해소 등에 좋다고 알려졌다. 또 혈액순환과 노화방지 등의 효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 충무김밥: 강구안 바닷길 한쪽에 충무김밥집이 줄지어 있다. 충무김밥 거리 한 할머니에 따르면 충무김밥 유래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 입 크기로 만들어진 김밥과 무김치(현지사람들은 ‘슷박’이라고 부른다), 어묵ㆍ주꾸미무침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주꾸미가 귀할 땐 오징어를 쓴다). 김밥은 간이 안 됐다. 그냥 김으로 밥을 싸서 말아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충무김밥은 김과 밥, 그리고 곁들여 나오는 반찬의 맛이 잘 어울려야 맛이 제대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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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 미륵산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라 바라본 풍경.
포연과 함성으로 들끓던 옛 바다는 사라지고 이제는 바다를 지고 사는 사람들의 삶이 넘실대는 바다가 여행자를 반긴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통영에 있다. 거친 바다의 하루를 담아 온 고깃배들이 어깨를 맞대고 쉬고 있는 강구안 바다. 그 바다에 쪽배를 띄우고 파도와 함께 일렁이는 땡볕 같은 바다사람들의 삶. 그들의 삶이 엉기고 풀리는 또 다른 바다, 항구 앞 난전. 통영의 바다는 언제나 뜨겁다.
‘철퍽’대는 바다소리를 들으며 항구 길을 걷고 있는데 길 오른쪽에 김밥집이 보인다. 길 한쪽이 다 ‘충무김밥’집이다.
강구안을 벗어나 서호시장 앞 바닷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객선터미널을 지나면 바다 옆 도로를 따라 걸을 수 있다. 수협공판장을 지나 바닷가 길을 따라가면 통영과 미륵도를 잇는 해저터널이 나온다. 이 부근 바다가 ‘손돌목’이다.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의 연전연승의 기세에 눌린 일본군의 도주로였다. 원래 이곳은 바닷길이 없었는데, 일본군이 도주를 위해 지협을 파고 뱃길을 만들었다.
해저터널 또한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것인데, 임진왜란 때 자신들의 조상이 수장된 바다 위로 배를 띄울 수 없어 땅 밑으로 굴을 뚫고 지나다녔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해저터널과 멀지 않은 곳, 손돌목 바다가 보이는 육지쪽 언덕에는 ‘착량묘’가 있다. 착량묘는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사당이다. 통영에는 충무공을 기리는 사당이 두곳 있는데 그 중 한곳이 이곳에 있는 착량묘이고 다른 한곳은 중앙동에 있는 충렬사다. 충렬사는 왕명으로 세워졌고 착량묘는 일반 백성들의 뜻으로 세웠다. 착량묘 앞 계단에 앉으면 손돌목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 1.청마 유치환 생가 문, 그리고 통영 바다(여름 풍경). 2.동피랑길 골목으로 가는 길. 3.충무교에서 바라본 바다 밤풍경.
걸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길
도남관광지로 자리를 옮긴다. 마리나스포츠센터 건물 앞을 지나면 바다다. 오른쪽으로 바닷가 산책로가 시작된다. 거센 파도, 우렁찬 그 소리도 없다. 맑고 푸른 바다가 길 아래 모래와 갯바위에 숨죽이듯 스며든다. 갈매기 몇 마리 소리 없이 날고 섬들도 그 바다에서 가볍다. 고즈넉한 바닷가 마음 편한 왕복 6㎞ 정도의 산책길을 걷는다.
그 길 초입에서 보이는 풍경이 편안하다. 갯바위에 나무가 자랐다. 그 앞 바다에 유람선이 떠간다. 햇볕 내려앉은 바다가 반짝이고 갈매기 몇 마리가 그 위로 날아다닌다. 그윽한 바다가 수채화처럼 마음에 그려진다. 산굽이 돌아가는 굽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길은 산기슭을 따라 구불거리며 이어지다가 저 앞 산모퉁이를 돌아서면서 보이지 않는다. 통영 공설해수욕장을 지나면 간단한 먹을거리와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가 나온다. 그곳을 지나치면 바다로 뻗어 나온 낮은 다리가 보인다. 등대낚시공원이다. 바다로 뻗어 나간 다리로 걸어가면 그곳에 좌대가 있고 낚시를 할 수 있다(유료). 시간이 지나서인지 다리로 가는 입구 문이 잠겼고 사람도 없다.
날은 어두워지고 바다와 하늘에는 노을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산과 섬에 가려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주변 하늘과 바다가 노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길을 재촉했다.
눈 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보인다. 기이하게 생긴 바위 위에는 나무가 몇 그루 자라고 있다. 그 바위를 지나면 거대한 절벽과 동굴이 있는 광장이 나온다. 이곳이 이번 걷기여행의 반환점이다.
광장에서 바라보는 바다에는 노을이 짙다. 해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어둠에서 피어나는 노랗고 붉은 노을빛이 그윽하게 마음을 물들인다.
왔던 길을 되짚어 걷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지나왔던 기이하게 생긴 바위를 광장 쪽에서 바라보니 사람 얼굴 같기도 하고 아이를 업은 엄마의 형상을 닮은 것 같다.
지나왔던 통영 공설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작은 방파제 끝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어둑어둑해지는 바다에 불빛이 물결 따라 흔들린다. 첫 발자국 내딛은 그곳으로 돌아간다.
| Tip - 여행 길라잡이 |
*가는 길
● 자가용: 대전~통영 고속도로 북통영IC-통영-이순신공원-강구안-충무교-도남관광지 충무 마리나리조트 부근(해안길 산책로 시작지점)-미륵도 일주도로-클럽이에스 통영리조트-달아공원-충무교
● 대중교통: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또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통영 행 버스 운행. 통영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도남관광단지까지 141, 101, 121번 등 100번 대 버스를 타고 도남동(충무마리나리조트 입구 종점)에서 내려서 3~4분 정도 걸으면 걷기여행 출발 지점인 마리나스포츠센터 건물이 나옴.
*먹을거리
● 장어구이: 충무교 아래 장어구이집이 많다. 양념을 하지 않고 구워 소스를 찍어 먹는 식이다. 담백하고 구수한데 기름기가 많다. 장어는 강장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비타민A와 단백질, 지방 등이 많다. 모세혈관을 강화하고 피부미용, 노화방지 등의 효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 졸복해장국: 중앙시장 한산집이 유명하다. 작은 복어를 끓인 맑은 해장국이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 ‘소돈’이라고 나오며 속명을 ‘졸복’이라고 했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다. 나트륨, 아연, 엽산, 철분, 칼륨, 칼슘 등이 많다. 알코올 때문에 생기는 지방과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도와 숙취해소 등에 좋다고 알려졌다. 또 혈액순환과 노화방지 등의 효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 충무김밥: 강구안 바닷길 한쪽에 충무김밥집이 줄지어 있다. 충무김밥 거리 한 할머니에 따르면 충무김밥 유래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 입 크기로 만들어진 김밥과 무김치(현지사람들은 ‘슷박’이라고 부른다), 어묵ㆍ주꾸미무침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주꾸미가 귀할 땐 오징어를 쓴다). 김밥은 간이 안 됐다. 그냥 김으로 밥을 싸서 말아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충무김밥은 김과 밥, 그리고 곁들여 나오는 반찬의 맛이 잘 어울려야 맛이 제대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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