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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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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전남 순천 금둔사 홍매화

2011. 4. 6. 05:18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전남 순천 낙안읍성 근처에 있는 금둔사는 제가 잘 아는 지허 스님이 주지로 계시는 사찰입니다.
불교 경전, 한국의 자생차, 전통 문화에 정통한 지식을 갖고 계신 지허 스님은 자생차밭을 가꾸면서 전통 덖음차를 만들고 계실 뿐만 아니라, 홍매화를 비롯한 전통 꽃들을 금둔사에 심어 보존하고 계십니다.
조선일보에 금둔사 홍매화를 소개하는 기사(2011년 3월 31일, 김성윤 기자)가 났네요.

4월 7일(목)에 전남 구례에서 강연이 있어서 4월 8일에 금둔사와 선암사를 방문할 예정인데, 매화가 그 때까지 지지 않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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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 홍매화.
"홍매(紅梅)가 피었습니까?" "피었다뿐입니까. 아주 한창 흐드러졌소."

금둔사(金芚寺) 지허(知虛) 스님과 통화하고 나니 괜히 마음이 바빠졌다. 도착하기 전 매화가 다 지지는 않을까, 촌로가 느릿느릿 모는 경운기를 앞질러 차를 서둘렀다. 과연. 전남 순천 금전산(金錢山) 금둔사 경내는 붉고 흰 매화로 눈부셨다.

금둔사는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에서 가장 일찍 매화가 피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지허 스님은 "여기 홍매화가 원체 일찍 피는 납매 종류라 그렇다"고 했다. 불가에선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음력 12월 8일을 기념하여 음력 섣달 12월을 납월(臘月)이라 부른다. 섣달에 꽃망울을 틔우는 홍매화를 납매 또는 납월매라 부르는 까닭이다.

"납매는 음력 12월 두세 송이 피었다가 밤에 얼어서 죽고 또 피고 지지요. 본래 섣달 그믐이면 지기 시작하는데 지난겨울이 유난히 추워서 꽃이 늦었으니 올해는 3월 말까지는 홍매를 볼 수 있을 것이요. 낙안읍성에 부자 하나가 살았는데, 그 집 뜰에 있던 홍매에서 씨를 가져다가 1983년부터 심었어요. 납매가 발아율이 나빠. 여러 번 심었는데 안 나. 1985년 겨우 성공했어요. 지금은 여섯 그루가 있지요. 참, 낙안읍성 부자는 망했고 그 집은 폐허가 되어버렸고 원조 홍매는 죽어버렸어요."

홍매화에 이어 백매화와 청매화가 전남 순천 금둔사의 봄을 화사하게 밝히고 있다. 매화나무를 심은 지허 스님이 멀리서 걸어오고 있다.
홍매로 유명하나 금둔사에는 백매(白梅)와 청매(靑梅)가 더 많다. 100그루쯤 된다. 백매와 청매는 꽃잎이 희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매화이다. 꽃받침을 보면 쉬 구분할 수 있다. "백매는 설매(雪梅)라고도 하는데 꽃받침이 팥죽색이요. 청매는 꽃받침이 푸르요(연한 초록색이다)." 금둔사에서는 홍매와 백매, 청매가 이어달리기 하듯 '개화 바통'을 주고받는다. 홍매가 지기 시작할 무렵 백매와 청매가 꽃망울을 터뜨린다. 지금(30일 현재) 홍매는 절정에서 꺾이기 일보 직전이고 백매와 청매가 절정을 향해 기세 좋게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다.

금둔사 매화는 한국 토종이라 더 반갑다. 꽃이 흔히 보는 매화나무보다 듬성듬성하다. 지허 스님은 "잘 보면 토종 매화는 꽃잎이 더 날렵하고 얇다"고 했다. 요즘 농장에서 재배하는 매화나무는 대개 일본에서 건너왔다. "일본 매화는 향이 없어요. 우리 매화는 향이 좋은 대신 열매가 부실해."

열매는 모르겠지만 향은 매우 실했다. 바닐라 비슷한, 달착지근하고 향긋한 냄새가 절 경내를 휘감았다. 매화향은 햇살이 금둔사를 건드리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 가장 짙다. 아침 일찍 야트막한 돌담길을 따라 절 구석구석을 걸었다. 향기가 뭉쳐 형성된 구름을 헤치고 다니는 기분이다. 지허스님은 "겨울이 추울수록 매화향이 그윽하다"고 했다. "'뼈에 사무치는 추위가 아닌들 어찌 매화 향기가 코를 찌르겠는가'란 중국 시도 있지요." 살벌하게 추웠던 지난겨울에 대한 미움이 매화향을 맡으며 조금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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