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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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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8'에 해당되는 글 1

  1. 2018.09.08 [신문기사] 신어산 오르니 가야의 가을하늘이 성큼
이기적인 여행

금관가야 번성했던 경남 김해의 신어산
시조 김수로왕·허황옥 신화 깃든 성산
정상 전망 빼어나고 산 중턱엔 고찰 은하사
장척마을서 캠핑하며 목공예·숲탐방도 해볼만
김해 신어산(631m)에 오르면 낙동강 하구의 부산시·김해시 도심 일부와 평야지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어산 동봉(605m)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모습.
김해 신어산(631m)에 오르면 낙동강 하구의 부산시·김해시 도심 일부와 평야지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어산 동봉(605m)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모습.
신어산(神魚山). 이름부터가 신령스럽다. 경남 김해시 도심을 품고 있는 산이다. 해발 631m로 높지는 않지만, 정상에서 낙동강 하구 일대와 김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산이다. 신어산을 포함한 김해 지역은 옛 금관가야 땅이다. 금관가야(가락국)는 여섯 나라로 이뤄진 가야연맹체의 맹주국으로, 532년 신라에 편입됐다. 김해시 곳곳에 가야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온다. 신어산에 올라 전망을 감상한 뒤, 산자락의 농촌체험마을인 장척마을과 고찰 은하사 등을 둘러봤다. 가을맞이 가족 산행 겸 농촌체험 여행지로 선택할 만하다.

신어산은 가야의 전설이 깃든 성산(聖山)이다. 성스러운 산치고는 높지도 않고, 험하지도 않은 산세다. 정상 남서쪽 바위절벽을 제외하면 대체로 완만한 능선으로 주변 산들과 이어진다. 산꾼들은 돗대산(돛대산)~신어산~장척산~백두산을 거치는 6~7시간짜리 종주 산행 또는 순환 산행을 하기도 한다. 돛대산(381m)은 우뚝 솟은 산세가 배의 돛대를 닮은 산인데, 표기가 ‘돗’으로 잘못 쓰이고 있다. 돛대산은 2002년 김해공항에 착륙하던 중국 민항기가 충돌해 129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던 산이다. 백두산(354m)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이름이 같다. 방산이라고도 불렀다(<조선지지자료> 김해편). 백두산 지명 유래는 불확실하다. 산경표 상에서 백두산과 대칭되는 시작점이 되는 산인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김수로왕·허왕후 이야기 깃든 신어산

신어산의 ‘신어’(神魚)는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과 왕비 허황옥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수로왕릉 앞 납릉정문에 새겨진, 쌍어문 또는 신어문으로 불리는 두 마리의 물고기 그림에서 산 이름이 비롯했다고 한다. 두 마리 물고기 그림은 허황옥의 고향인 고대 인도 아유타(야요디아)국에 뿌리가 닿아 있다고 알려진다.

신어산 산행은 대개 은하사 들머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은하사~천진암~출렁다리~정상 코스(2.2㎞, 1시간30분), 은하사 입구~영구암~정상 코스(1.35㎞, 1시간), 신어산산림욕장~삼거리쉼터~철쭉군락지~정상 코스(2㎞, 1시간30분) 등을 택해 오를 수 있다.

신어산 생명고개의 이정표. 백두산까지 6.5㎞다.
신어산 생명고개의 이정표. 백두산까지 6.5㎞다.
은하사 반대편 자락이 신어산 북동쪽 ‘신어산 자연숲 캠핑장’ 쪽에서 올라 생명고개를 거쳐 신어산에 올랐다. 1시간40분쯤 걸린다. 생명고개(295m)는 상동면 장척마을과 대동면 주중마을을 잇는, 신어산과 장척산 사이의 고개다. 여기서 신어산 정상까지 1.5㎞, 백두산 정상까지는 6.5㎞다. 생명고개란 이름은, 옛날 이곳에 도적이 많이 출몰해 목숨을 잃는 일이 잦았던 데서 나왔다거나, 이 일대가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원 집단 학살지였던 데서 나왔다는 얘기가 있다. 고개를 넘으면 살아 돌아올 수 없었다는 뜻일 것이다. 주중마을 쪽으로 고개 넘어 700~800m쯤 내려가면 임도 갈림길에 ‘김해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1950년 여름 김해와 부산 지역 주민 등 100여명의 국민보도연맹원이 이곳 숯 굴에서 집단 학살됐다고 한다. 국민보도연맹(국민보호선도연맹)은 좌익에서 전향한 사람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가입시켜 만든 단체다. 한국전쟁이 난 뒤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간주해 대량 학살이 자행됐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양민이 희생됐다.

낙동강 하구 물줄기와 김해평야가 한눈에

신어산 등산로엔 참나무들이 울창하다. 참나무 중에서도 갈참나무와 떡갈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털이 난 껍질에 싸인 큼직한 떡갈나무 도토리, 작고 길쭉한 갈참나무 도토리들이 익어가는 산길이다. 참나무들 사이로 소나무, 오리나무, 산밤나무 등도 나타나고, 칡꽃·싸리꽃·마타리 등 꽃들도 보인다. 봄이면 산 동북쪽 사면으로 얼레지가 만발해 볼거리를 선사한다고 한다. 산길 일부에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해 식물을 엮어 만든 거적을 깔아 놓았고, 가파른 지점엔 계단을 설치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신어산 정상의 정자 신어정.
신어산 정상의 정자 신어정.
오르는 동안 일부 김해 시내 전망이 드러나지만, 가장 탁 트인 전망을 만나게 되는 곳이 동봉(605m, 신어산 동쪽 봉우리)이다. 주로 산 남동쪽으로 펼쳐지는 경관이다. 여기서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낙동강 물줄기와 하구, 부산 시내 일부, 낙동강 본류와 갈라져 나온 평강(서낙동강) 물줄기, 두 물길 사이의 섬인 대저동과 김해비행장, 그리고 김해평야, 김해 시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산봉우리로 따져보자면, 왼쪽으로 부산 금정산 최고봉인 고당봉(801m)에서부터 오른쪽 가덕도의 연대봉(459m)까지 눈에 들어온다.

신어산 정상 전망대. 낙동강 하구의 서낙동강(평강) 물줄기과 김해시내 일부가 보인다.
신어산 정상 전망대. 낙동강 하구의 서낙동강(평강) 물줄기과 김해시내 일부가 보인다.
산 정상 밑 능선은 널찍한 철쭉밭이다. 20년전 산불이 난 자리에 철쭉을 심어, 1만8000㎡ 규모의 철쭉 동산을 조성했다. 철쭉 동산에서 10분쯤 더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 부근에는 산불감시탑과 전망대, 정자인 신어정 등이 설치돼 있다. 김해 시내와 낙동강 하구 일부 경관이 주변 산줄기들과 어우러져 괜찮은 전망을 안겨준다.

신어산은 조선시대 김해부 관리들이 가물 때 정상에 올라 기우제를 지내던 산이다. 제단이 있었다고 하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요즘은 역대 김해 시장들이 새해 첫 해맞이를 하는 곳이 신어산 정상이라고 하니, 성스러운 산의 맥은 가야시대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야시대에 창건됐다는 고찰 은하사

신어산 자락에는 신라 때부터 여러 개의 절과 암자들이 있었다고 전해오는데, 지금은 은하사, 동림사 등이 남아 있다. 은하사는 본디 서림사였는데, 그 터에 허황옥과 함께 온 오빠 허보옥(장유화상, 수로왕의 처남)이 절을 중건하고 은하사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임진왜란 때 동림사 등과 함께 불탔고, 현재 유형문화재인 은하사 대웅전은 조선 후기 건물이다. 당우들보다는 절 안팎으로 우거진 울창한 숲과 노거수들이 돋보이는 절이다. 대웅전 뒤로 우뚝한 신어산 봉우리도 아름답다. 영화 <달마야 놀자> 촬영지이기도 하다.

신어산 자락 은하사. 대웅전 앞 배롱나무가 꽃을 활짝 피웠다.
신어산 자락 은하사. 대웅전 앞 배롱나무가 꽃을 활짝 피웠다.

장척힐링마을 숲속 캠핑장에선 숲체험 행사

신어산 북쪽 자락에 묵방리 장척마을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어촌공사가 가족과 함께 다녀오기 좋은 여름 휴가지 중 한 곳으로 선정한 마을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자연 속 휴식과 힐링을 테마로 내걸고 ‘장척 힐링마을’을 문 열었다. 신어산 기슭의 울창한 숲에 조성한 캠핑장(신어산 자연숲 캠핑장)이 중심이다. 32개의 캠핑 데크와 대형 텐트가 설치된 글램핑 데크 5개를 갖췄다. 체험관·자료실·휴게실이 들어선 어울림센터에는 온수가 공급되는 샤워실·화장실·개수대가 마련돼 있다.

묵방리 장척힐링마을의 ‘신어산 자연숲 캠핑장’.
묵방리 장척힐링마을의 ‘신어산 자연숲 캠핑장’.
숲해설가와 함께 하는 숲 탐방을 해볼 만하다. 캠핑장 주변으로 다양한 수종의 나무와 야생화를 관찰하며 산책할 수 있는 숲길이 조성돼 있다. 마을영농법인 대표도, 사무장도 숲 해설가다. 체험관에서는 자연에서 얻은 씨앗·열매 등을 이용한 공예품 만들기, 목쟁반·사물함 만들기 등의 체험을 진행한다. 어린이들이 탈 수 있는 미니 집라인 시설도 있다.

장척힐링마을 정두식 사무장은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돼 지금까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했다”면서 “10월쯤부터는 고구마·표고버섯 등 수확 체험 외에도 자연물을 활용한 좀더 풍성한 체험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울림센터에 곧 음료·간식거리·생활용품 등을 파는 매점도 들일 계획이다. 마을엔 장척계곡도 있다. 산자락에 생수 공장이 들어선 뒤 수량은 많이 줄었다지만, 물이 차고 맑기는 매한가지다.

 

김해/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김해 신어산 여행정보

장척마을 ‘신어산 자연숲 캠핑장’ 이용료/캠핑데크 평일 3만원, 주말 4만원. 글램핑데크(텐트·4인용식탁) 평일 6만원, 주말 7만원.

먹을 곳/장척계곡에 신라농원 등 닭·오리 요리를 내는 식당들이 여러 곳 있다. 김해시 어방동 푸주옥의 설렁탕(전통가마솥설농탕)·도가니탕, 대동면 초정리 대동할매국수의 국수.

묵을 곳/김해한옥체험관(13개 객실) 2인실 평일 4만4000원부터, 4인실 6만원부터. 어방동 일대에 호텔·모텔이 모여 있다.

문의/장척힐링마을 누리집(www.산꽃마을.com). 캠핑장 010-3999-1293. 김해시청 문화관광과 (055)330-3244.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60073.html?_fr=mt3#csidx124ac54971c04a692bb7dab665cb0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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