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천종식의 미생물 오디세이
⑥ 음식과 미생물
모유 올리고당은 아기 소화 못해도
첫 장내 미생물 자리잡게 도와줘
미생물은 아기 면역계 훈련 담당
⑥ 음식과 미생물
모유 올리고당은 아기 소화 못해도
첫 장내 미생물 자리잡게 도와줘
미생물은 아기 면역계 훈련 담당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 소장과 대장에서 공생하는 수많은 미생물의 먹이이기도 하다. 좋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우리 면역계를 훈련시키고 우리가 직접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 같은 먹이를 몸에 좋은 성분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미생물 생태계 구성이 달라져
소식, 단식, 심혈관질환 등에
미생물이 미치는 영향 연구 활발 소식·단식과 미생물의 관계 지난 30년간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소식으로 먹는 열량을 줄이면 건강과 장수에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단 어떤 종류를 먹느냐에 앞서 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식이 몸에 좋은 이유가 과학적으로 모두 설명된 것은 아니다.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미르코 트라이코프스키 교수팀은 장내 미생물의 역할에 주목하고 쥐에게 40% 정도 열량을 줄인 음식을 30일간 먹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당연히 소식한 쥐는 정상적인 열량을 섭취한 쥐에 비해 날씬해졌을 뿐만 아니라 지방을 태워서 살 빼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갈색지방세포가 늘어나는 것도 관찰했다. 지방을 저장하는 백색지방세포와 달리 갈색지방세포의 양이 늘어나면 그 개체는 같은 양의 고지방 음식을 먹더라도 살이 덜 찌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소식의 결과로 쥐의 장내 미생물 구성도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자, 그럼 갈색지방세포가 많이 생긴 것이 소식에 의한 직접적인 결과일까, 아니면 소식을 통해 변화된 마이크로바이옴 때문일까? 연구팀은 정상 열량을 섭취한 쥐와 열량을 제한한 음식을 먹인 쥐의 장 마이크로바이옴을 각각 같은 조건의 무균 생쥐에게 이식했다. 무균 생쥐는 원래 몸에 전혀 미생물이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식한 뒤에는 각각 이식받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만 있다. 결과는 놀랍게도 소식을 한 쥐의 장내 미생물을 가진 무균 쥐는 정상 대조군과 비교하여 갈색지방세포가 많았고 같은 양의 고지방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살이 빠지거나 당뇨, 비만의 생체지수가 개선된 효과가 장내 미생물의 변화 때문이라는 점도 학술적인 의미가 크지만, 장내 미생물을 잘 조절하면 비만을 치료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치료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힌트를 준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소식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간헐적 단식에 관한 연구도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프랭크 곤잘레스 박사팀은 하루걸러 24시간씩 간헐적 단식을 한달 동안 쥐에게 시행하고 그 효과를 관찰했다. 이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앞에서 설명한 소식의 경우와 비슷했는데 예를 들어 갈색지방세포가 늘고 당뇨와 지방간에 관련된 수치도 모두 좋아졌다. 이번에도 장내 미생물이 역할을 한 것일까? 이걸 증명하기 위해 무균 쥐에게 같은 방식의 간헐적 단식을 시행했는데 이 경우에는 앞에서 언급한 건강에 좋은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균 쥐에게 간헐적 단식을 한 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한 뒤에는 다시 단식의 효과가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최소한 쥐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없는 간헐적 단식은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도 물론 중요하다. 미국의 초대형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쇠고기로 대표되는 붉은색 고기의 섭취가 심장병의 증가로 이어지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밝혔다. 쇠고기에는 카르니틴이라는 영양소가 많은데, 이 물질은 우리 장 안에서 미생물에 의해 트라이메틸아민(트리메틸아민)으로 변환이 되고, 이것이 우리 장에 흡수되어 피를 타고 간에 도착한 뒤에 간에서 트리메틸아민-엔-옥사이드(TMAO)라는 물질로 전환된다. 고기에 포함된 카르니틴은 큰 문제가 없지만 미생물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트리메틸아민-엔-옥사이드는 바로 동맥경화나 혈전증 같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확률을 크게 높인다고 한다. 다행히 모든 장내 미생물이 카르니틴을 트리메틸아민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따라서 심장 관련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의 종류를 조절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분야의 연구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에 좋게 바꾸어주는 음식도 많이 있다. 대개 전통적으로 한국인이 먹던 식단에 포함된 재료들이다. 식이섬유가 포함된 나물, 채소나 과일류는 모두 우리 장 안에서 보약의 역할을 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드는 미생물을 선택적으로 지원한다. 그래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미생물을 고려한 건강한 식습관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사과를 먹더라도 껍질째 먹으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인 펙틴을 추가로 섭취하게 된다. 펙틴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장 세포를 튼튼하게 하고 비만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평생 ‘마이크로바이옴’ 관리해야
관리 도와줄 인공지능도 나올 것 알파고가 미생물 관리해준다?
적포도주, 다크 초콜릿, 딸기, 호두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항산화물질 ‘폴리페놀’과 고지방식을 함께 먹으면, 염증을 줄여주고 비만과 당뇨를 예방한다고 알려진 장내 미생물 ‘아커만시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미국 연구진의 쥐 실험 결과에서 나타났다. 아커만시아는 서유럽인과 미국인의 장내에 많고 한국인에게는 적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의 장 안에서는 다른 미생물이 아커만시아를 대신해서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와 설명 천종식 교수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한겨레 2019년 2월 9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81425.html#csidx121cea8a6ebec13ad3ea46a3c468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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