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36 호)
【 틈새 증후군과 틈새 활용법 】
인도네시아에 온 후 생활하면서 느끼는 점들이 많지만, 인도네시아 인들이 느긋하다는 점도 그런 느낌들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에 준공한 설비 공사 과정에서도 한국 업체들은 ‘빨리 빨리’를 외치면서 우리공사 일정에 맞춰서 진행을 했습니다.
반면에 인도네시아 업체들은 일정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진행을 해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하긴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코리언 타임(Korean time)’ 하면 약속 시간에 늦는 한국 사람들의 습성을 표현한 것이었으니 이들을 탓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분 1초의 정확한 단위로 생활해야 하는 산업사회가 아직은 인도네시아에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겠죠.
또 인도네시아의 더운 날씨에 시간에 쫓겨 서두르다 보면 제 명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니 이들의 느긋함이 생활의 지혜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세계 어디를 가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아는 한국어가 바로 ‘빨리 빨리’라고 할 정도로 한국인의 서두름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이 이룬 빠른 경제 발전, 즉 한강의 기적의 원동력이 바로 이 ‘빨리 빨리’라고 할 정도로 이제 ‘빨리 빨리’는 한국인의 체질이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창조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한 현대에는 ‘빨리 빨리’ 문화를 버리고 느긋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최근 제기되고 있긴 합니다.
‘빨리 빨리’ 문화의 부작용이 여럿이지만, 그중의 한 가지가 ‘틈새 증후군’이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빨리’ 해야 할 일이 없는데도 무언가를 일정 틈새에 채워 넣어 스스로를 바쁘게 만드는 게 틈새 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틈새 증후군은 실제는 바쁘지 않은데, 그걸 못 견뎌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틈새에 끼워 넣어서 스스로 바쁘다고 생각하는 병(?)인 셈이죠.
틈새 증후군이 현대인을 번 아웃 상태로 몰아넣는 주범이라고 한다면, 제가 실행하고 있는 틈새 활용법은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틈새 증후군이 쓸모없는 일을 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도로 하는 것이라면, 틈새 활용법은 꼭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틈새 시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틈새 증후군이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다가 꼭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면, 틈새 활용법은 틈새 시간을 활용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매일 만 보 걷기를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게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서울에서 근무할 때 매일 아침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서 출근함으로써 하루 만 보 걷기를 실천했습니다.
물론 승용차나 버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에 비해 출근 시간이 좀 길어지는 문제는 있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걸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저야 당시에 집에서 사무실까지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됐지만, 멀리서 출근하는 경우에는 그럴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융통성을 발휘해서 지하철을 타고 오다가 1시간 정도 걸으면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서 내려서 걸으면 됩니다.
제가 이런 예를 말씀 드리는 이유는 저를 그대로 따라서 하라는 게 아니라, 이렇게 틈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예를 들려드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로 멀리 갈 때 저는 버스보다 지하철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지하철이 만원이 아닌 경우에 해당하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해서 저는 제법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1년에 200권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이처럼 틈새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와서도 저는 틈새 활용법을 활용하기 위해 지속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출근하는 회사가 두 군데인데, 한 회사는 집에서 편도 2시간이 걸릴 정도로 먼 지역에 있습니다.
저는 이런 긴 출퇴근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어 공부 파일을 핸드폰에 저장한 다음에 출퇴근 시간에 듣고 있습니다.
제가 듣고 있는 파일은 EBS에서 방송한 내용을 담은 파일인데, 52개 과로 구성되어 있고, 1과가 개략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2시간 동안 4개 과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동안 들으면 8개 과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개략 1주일에 전체 분량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 온지 10개월에 접어드는데, 이 짧은 기간에 조금이나마 인도네시아 어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틈새 활용법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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