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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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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64 호)

 

【 아침식사를 하는 게 좋은가, 거르는 게 좋은가? 】

 

‘아침식사를 하는 게 건강에 이로울까? 아니면 아침식사를 거르는 게 건강에 이로울까?’

 

이런 질문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얼마 전 남원에서 두 달 동안 시골 살아보기 체험을 한 적이 있다. 이 체험에 참여한 여섯 명의 멤버 중 세 명은 아침식사를 하는 편이고, 세 명은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지만, 젊은 층으로 갈수록 아침식사를 안 하는 비율이 높으니 앞으로 아침식사를 거르는 게 대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긴 삼시세끼를 꼭 챙겨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 세대들은 아침식사를 거르는 자녀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잔소리를 해댄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아침식사를 거르는 가장 큰 이유는 밤늦게 공부나 일을 하다가 아침에 억지로 일어나니 입맛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 등 건강상의 이유로 아침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건강하기 위해 아침식사를 거른다니, 삼시세끼를 먹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부모들이 들으면 기절할 일이 아닌가.

우리 부부만 봐도 아내는 오전 11시가 지나야 아침식사를 하고, 나는 오전 8시 이전에 아침식사를 꼭 챙겨 먹는 편이다. 아내는 다이어트를 위해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기 위해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이고,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활동을 하다 보니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점심식사는 11시부터 12시 사이에, 저녁식사는 6시경에 둘이 함께 하는 편이다. 그럼 과연 아내와 나는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참고로 우리 부부는 각자의 선택을 존중해서 다른 쪽한테 자신의 선택을 따라 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논문이나 인터넷에서는 아침식사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도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위의 질문에 대해 검색해보면 완전히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에게 ‘왜 당연한 사실을 왜 인정하지 않느냐’는 투로 힐난하는 글도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음식 중의 특정 성분 또는 어떤 특정 식재료가 건강에 좋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많은 논쟁이 있긴 하지만, 아침식사에 관한 논쟁만큼 찬반양론으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편이다.

 

그렇다면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무엇일까? 아니 과연 명확한 답을 찾을 수는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양측에서 이제까지 제기해왔던 주장들을 먼저 살펴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의견들을 각 진영(?)에서 이미 제기했고, 또 그에 대한 반론들도 이미 제시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각 진영에서 이제까지 제기했던 주장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아침식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아침식사를 거르지 말아야 한다는 측의 주장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이들은 아침부터 활동을 시작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침식사를 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면서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게 된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으면 당분 부족으로 저혈당 상태가 되기 때문에 두뇌 활동이 저하되면서 학습이나 일의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이들은 아침식사를 하는 학생들이 굶은 학생들보다 성적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 간헐적 단식을 한다는 반대 측 주장에 대해서도 아침식사를 거르면 점심이나 저녁에 과식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살이 찔 수 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측의 의견도 들어보자.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은 아침식사를 하는 것보다 조금 더 자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와 간헐적 단식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그로 인해 건강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나이 든 세대로 나눌 수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젊은 세대는 논외로 치더라도, 간헐적 단식을 신봉하는 나이 든 세대의 주장은 무조건 무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 몸은 아직도 수렵채집시대에 머물고 있다. 수렵채집시대의 원시인들이 아침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었을 리가 없다. 수렵채집인들은 배가 고프면 먹고, 음식이 없으면 굶는 게 일상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삼시세끼를 챙겨 먹어야 한다는 현대인들의 인식은 직장에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산업사회의 산물이다.

현대인의 생활습관병, 즉 고혈압, 당뇨병 등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질병들은 과다한 영양분 섭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 몸은 수렵채집인들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 음식을 우리 몸에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과다하게 섭취함으로써 현대인들의 생활습관병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들의 생활습관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과다한 영양 섭취를 줄여야 한다. 간헐적 단식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과다한 영양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간헐적 단식은 16시간 이상 공복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우리 몸이 여분으로 저장하고 있는 지방을 태우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을 실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후 6시 이전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그 다음날 오전 10시 이후에 식사를 하면서 16시간 이상의 공복 시간을 유지한다. 간헐적 단식은 우리 몸의 지방을 태울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쌓여 있는 노폐물까지 빠지도록 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자,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니 어떤가? ‘나는 내일부터 아침식사를 꼭 챙겨 먹어야겠다라든가, 또는 간헐적 단식을 실행해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이 주장도 맞는 것 같고, 저 주장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자신이 처한 처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대한 답은 이미 양측의 주장에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양측이 제시하는 전제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정답만 주장한다는 데 있다. 만약 한창 일이나 공부를 해야 하는 젊은 세대라면 아침식사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왜냐하면 아침부터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 젊은 세대라면 아침식사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게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제 소화 기능도 떨어지고 뱃살이 걱정되는 나이 든 세대라면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 이미 은퇴를 했다면 아침부터 에너지를 공급해서 두뇌 활동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게 좋은지, 거르는 게 좋은지에 대한 대답은 황희 정승의 말대로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라고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 문제는 하나의 정답을 찾을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처지에 따라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결론이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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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63 호)

 

【 남원에서 열흘 동안 살아보니 】

 

9월 18일부터 남원에서 두 달 살기를 시작했으니 벌써 열흘이라는 시간이 지난 셈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열흘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아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루하지도 않으면서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의 교육 일정도 좋고, 자연환경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으니까요.

 

우선 교육 내용은 귀농귀촌에 관련된 정보 제공, 농촌 일거리 경험, 지역 볼거리 탐방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귀농귀촌에 관련된 정보는 남원시청, 남원귀농귀촌센터, 귀농귀촌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농촌 일거리 체험은 아직까지는 수확한 배 포장, 지리산 나들락 근처 텃밭의 고구가 캐기 체험 등을 한 정도입니다.

 

지역 볼거리 탐방으로는 남원 시립미술관, 몽매옥, 혼불문학관, 서도역(미스터 선샤인 촬영지)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밖에도 지역(호경마을) 주민과의 대담, 우드 스피커 만들기 체험, 송편 만들기 체험 등을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리산 둘레길 1코스 걷기, 남원 재래시장 구경, 구룡폭포 트레킹 등을 하였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는 공식적인 일정이 없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 남원 시내 구경,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 등을 해볼 생각입니다.

또 평일에도 공식 일정이 있더라도 여유 시간이 많기 때문에 독서와 글쓰기도 꾸준히 해나갈 계획입니다.

10월 18일(수)부터는 매주 수요일 서울50플러스 영등포센터에서 <인생 첫 책 쓰기> 강의를 해야 하니 서울에 왔다가야 하니 더 바빠질 듯합니다.

 

남원에서 지낸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제미 있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 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고, 기분이 너무 상쾌해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변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도 매일 만보 걷기를 했지만, 남원에서는 아침에 이미 만보 걷기를 마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낮 시간에 이러저러한 일정들을 소화하느라고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저녁에 이번 두 달 살기에 참여한 일행들과 나누는 저녁 식사시간도 너무 소중합니다.

마침 일행들 중에 요리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 있어서 매일 맛있는 저녁식사를 준비해주는 바람에 모두 모여서 약간의 술을 곁들인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나중에 귀촌을 해서 근처에 사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가끔 맛있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남원에서의 두 달 살기를 통해 미리 그 경험을 해보고 있습니다.

 

사실 귀촌하기 전에 시골에서 두 달 살기, 또는 한 달 살기를 체험해보는 게 좋긴 하지만,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낯선 곳에서 여행이 아닌 살아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한 달 또는 두 달이라는 시간을 빼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만 해도 그 동안 해오던 일과 미리 계획되었던 일(예를 들어 인생 첫 책 쓰기 강의 등)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 두 달 살기 하는 동안 교육 일정에 약간의 유연성이 있어서 꼭 필요할 경우 사정을 감안해서 진행해주신다고 하네요.

사실 긴 추석 연휴로 인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추석 연휴 때는 교육이 없다고 해서 저는 서울에 와 있습니다.

쉬는 거야 서울에서 쉬는 것보다는 남원에서 쉬는 게 나을 수 있지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서울에 온 김에 봐야 할 일을 빨리 보고나서 가능하면 남원에 일찍 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원에서 열흘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서울보다는 남원에서의 생활이 더 편하고 넉넉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직 남원에서의 두 달 살아보기를 마치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빨리 준비를 해서 귀촌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벌써 하고 있습니다.

 

혹시 시골 체험에 관심이 있지만, 한 달 또는 두 달이라는 기간이 부담이 된다면 2박 3일 등 단기간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도 있으니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남원시의 경우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2박 3일 동안 귀농체험학교를 운영한다고 하니 남원시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반대로 두 달 살기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1년간 살아보면서 농사 기술도 익히고 직접 텃밭 가꾸기도 하는 가족실습농장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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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62 호)

 

【 남원에서의 두 달 살기를 시작했습니다 】

 

남원에서의 두 달 살기가 몇 번의 날짜 변경 끝에 드디어 9월 18일 시작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저는 9월 18일 수서역에서 SRT 기차를 타고 남원에 도착해서 본격적인 두 달 살기를 시작했습니다.

용산역에서 남원으로 오는 KTX 기차 편은 자주 있는데, 제 집에서 가까운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 기차는 하루에 두 번밖에 없어서 좀 불편하긴 했습니다.

 

서울에서 남원으로 올 때 승용차를 갖고 오면 편했을 텐데 제가 작년에 승용차를 없애버려서 좀 불편했습니다.

사실 작년에 인도네시아로 발령을 받아서 갈 때 당분간 승용차를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없앴거든요.

두 달 동안 살아야 할 짐을 챙기다보니 좀 많았는데, 그 짐들을 택배로 부치고, 나머지는 기차에 싣고 오려다보니 고생을 좀 했습니다.

 

은퇴 후에 서울에서 계속 살 경우에는 승용차가 크게 필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여행을 갈 때 승용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잠시 렌트를 하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될 테니까요.

서울에 살게 되면 아무래도 시내에서 움직일 일이 많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면 되니 그리 큰 불편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편입니다.

 

꼭 이번처럼 서울에서 시골로 이동할 때뿐만 아니라, 귀촌해서 시골에 살게 되더라도 승용차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이번 남원에서의 두 달 살기를 하는 동안에 승용차가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보려고 합니다.

물론 시골이더라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승용차가 필요할지 여부가 결정되긴 하겠지만 말입니다.

 

9월 18일(월) 저녁에 이번 두 달 살기에 참여하는 5개 팀이 모두 도착해서 입주 신고를 마쳤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분들과 앞으로 두 달 동안 잘 지낼 수 있을지도 제게는 아주 큰 관심사항입니다.

어차피 귀촌을 하게 되면 새로운 이웃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과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을지가 성공적인 귀촌의 관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참여한 다섯 분들의 나이 대를 보면 40대 1명, 50대 2명, 60대 2명으로 모두 남성분들입니다.

저희보다 앞서 진행했던 분들은 남성 2명, 여성 3명으로 여성이 오히려 많았다고 하는데, 저희는 모두 남성들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40대 1명이 참석했는데, 이제까지 이곳 남원에서의 시골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가장 어리다고 합니다.

 

첫 날 도착해서 숙소에 대한 안내 등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다함께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날이니만큼 짐정리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다함께 저녁식사도 했고요.

두 달 살기 일정은 필요한 강의 듣기, 일손을 도우면서 농촌 체험하기, 귀촌 인들이랑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 지역 탐방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팀은 월요일 도착해서 화요일에 강의를 듣고, 지역 주민의 수확한 배를 포장하는 일손 돕기를 진행했습니다.

강의를 듣는 것이야 서울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수확한 배를 포장하는 일은 생각보다 일손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바쁘게 일하는 주민들에게 저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리산 자락인 이곳 남원에 머무는 동안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주천읍의 지리산 나들락이 지리산 둘레길의 1코스 시작점이자 22코스 종점이라고 합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 위해 일부러라도 이곳에 와야 하는데, 이곳에 있을 때 둘레길을 걷는다면 ‘꿩 먹고 알 먹고’가 되지 않을까요?

 

이곳 주천읍은 남원에서 지리산이 시작되는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어서 농산물도 풍부하고 지리산의 정취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곳에 머문 지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이곳 풍경에 완정히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제가 머무는 곳은 공기도 맑고, 바로 옆에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근처에 구룡폭포로 가는 산책길이 있어서 언제든 가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행복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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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61 호)

 

【 알프스 여행-락 블랑 트레킹

 

이 뉴스레터 내용은 제가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왔던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체 일정이 아니라 중간에 해당하는 내용만 싣다보니 좀 내용이 생소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여행 내용은 조만간 책으로 낼 예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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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실질적으로 마지막 날인 오늘의 일정은 오전에 락 블랑 트레킹 또는 샤모니 시내 구경 중에서 선택하고, 오후에 다시 모두 모여서 안시마을을 가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락 블랑 트레킹은 2시간 동안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만 지원하라고 했다. 1차 팀에서는 락 블랑 트레킹을 지원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2차 팀에서는 한 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 3차 팀에서는 전체 23명 중 무려 아홉 명이나 지원했다. 나도 지원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친구가 강력하게 지원하자고 해서 지원했다. 락 블랑 트레킹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10시에 샤모니로 출발해서 샤모니에서 쇼핑도 하고 시내 구경도 하다가 락 블랑 트레킹 팀과 합류해서 샤모니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안시마을로 이동하기로 했다.

 

락 블랑 트레킹을 하는 팀은 7시에 숙소에서 출발해서 락 블랑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이동했다. 우리를 케이블카 탑승장에 내려준 리더는 우리와 함께 가지 않을 것이니 1시까지 탑승장으로 내려오라고 얘기했다. 8시 40분 케이블카에 탑승한 우리 아홉 명의 전사는 8시 50분 라 플라제르 산장에 도착해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자갈길이 이어져서, 순간 락 블랑 트레킹 길이 오르막에 가파르다고 하여 ‘바위(락)가 많은 (몽)블랑’이라는 뜻인가 생각했는데, 락(Lac)은 프랑스어로 호수를 뜻한다고 했다. 그럼 몽블랑을 바라볼 수 있는 호수라는 뜻인가? 아무튼 락이 바위라는 뜻은 아니라고 했지만, 락 블랑 길은 바위가 많고, 바닥은 자갈로 이루어진 너덜길이라 걷기가 쉽지 않은 길이었다.

 

락 블랑 트레킹 길이 오르막길인데다가 두 시간이나 걸어야 하는 길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두 시간의 짧은 트레킹 길이고, 샤모니에서 케이블카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물론 70세가 훨씬 넘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이 걷고 있었다. 처음에 같이 출발한 우리 아홉 명은 조금 걷다가 점차 걷는 속도에 차이가 나면서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나는 사진을 많이 찍기도 했지만, 걸음이 그리 빠른 편이 아니라, 점차 뒤로 쳐졌다. 1시까지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가야 하니까 너무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데, 뒤에 보이는 몽블랑이 뒤로 잡아당기는 것인지 자꾸 걸음이 늦춰졌다. 꾸불꾸불 돌아가는 자갈길을 걸으면서 앞을 바라보니 아직도 산 정상까지는 절반도 채 못 왔다는 판단이 들었다. ‘에이 안 되면 중간에 다시 내려가지, 뭐.’라는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는데, 앞에 호수가 ‘짠’하고 나타나면서 그 옆으로 산장이 보였다.

 

아까 락 블랑 트레킹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는 ‘산 정상에 오르면 산장이 보이고, 그 밑으로 조금 내려가면 호수가 보인다.’고 내 멋대로 상상을 했었는데, 산 정상이 아닌 산 중턱에 산장이 있고 바로 그 옆에 호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산장까지 두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니 천천히 올라왔는데도 1시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잖아.’라는 생각에 약간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호수는 두 개가 있었는데, 입구에서는 한 개밖에 보이지 않았다. 첫 번째 호수에서는 먼저 도착한 우리 일행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해발 2,352미터에 있는 멋진 호수. 호수를 건너가 호수 위에 비친 몽블랑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니 작품 사진이 되었다. 호수 옆에는 눈이 쌓여 있었는데, 호수를 지나면 그쪽으로도 걸어갈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쪽으로 가기 위해 호수를 돌아가니 ‘와’ 하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멋진 또 하나의 호수가 나왔다. 그 호수에는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절반 이상을 덮고 있었는데, 환상적이라는 표현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눈을 사로잡았다. 먼저 간 일행들은 이미 눈 위를 지나 산장 쪽으로 내려갔고, 나와 몇몇 사람들은 얼음이 덮여 있는 호수와 그 뒤에 있는 산을 배경으로 한참 사진을 찍다가 내려가기로 했다.

 

아직 점심식사 시간도 아니고,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산장에 들르지 않고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앞에 갔던 일행들은 아직도 산장 입구에 있는 눈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하긴 나는 올라오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앞에 갔던 일행들은 사진을 찍지 않고 빨리 걸었으니 내려가면서 지금부터 사진을 찍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오면서 사진을 많이 찍은 나도 내려가면서 보는 몽블랑 모습과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멋있어서 다시 계속 사진을 찍게 되었다. 올라올 때는 뒤에 있던 몽블랑이 내려갈 때는 앞에 있으면서 봉우리에 걸린 구름의 양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환상적인 몽블랑 풍경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파른 락 블랑 트레킹 길 오르기를 마다하지 않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점심식사 시간이 되지는 않았지만, 아침 일찍 출발했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느라 기운을 많이 뺏기 때문에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기로 했다. 마침 트레킹 길옆에 널따란 평지가 보여서 거기서 쉬면서 간식을 먹기로 했다. 과일과 초콜릿 등으로 간단히 허기를 채우다가도 구름이 걷히면서 몽블랑 봉우리 모습이 보일 때마다 환성을 지르면서 사진 찍기에 바빴다. 올라갈 때 원래 예상했던 시간보다 적게 걸렸기 때문에, 리더에게 전화를 해서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보기로 약속했던 시간을 1시에서 12시 30분으로 30분 당겼다. 천천히 여유 있게 내려왔는데도 라 플라제르 산장에 있는 하산 케이블카 역에 11시 50분에 도착했다.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좀 쉬다가 12시 20분에 케이블카를 타고 샤모니 케이블카 정류장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30분. 이미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샤모니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일행들과 합류해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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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알프스 여행-락 블랑 트레킹 (tistory.com)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60 호)

 

【 귀촌 준비-남원으로 두 달 살기 하러 떠납니다 】

 

제가 오는 9월 13일부터 남원의 나들락마을(주천면)에서 두 달 살기를 하기 위해 떠납니다.

이번 두 달 살기는 정부(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행사’에 제가 지원해서 성사가 된 것입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는 귀농귀촌 희망자가 농촌지역으로 실제 이주하기 전에 희망 지역에서 미리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사업은 농촌 마을의 수익사업으로도 좋고, 귀농귀촌하려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무작정 귀농귀촌 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오는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은데, 미리 살아보면 그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살아보기를 하는 동안에 소요되는 일부 비용(숙박비와 체험비 등)을 정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농촌 마을의 수익사업이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향수나 전원주택에서 그림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낭만적인 생각만으로 귀농귀촌 했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지금 은퇴를 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비록 시골에서 자랐더라도 몸과 마음이 도시생활에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한 가지가 동네 사람들의 ‘왕따’ 문제라고 합니다.

도시에 살면서는 아무렇지도 않을 문제였는데, 시골에 가니 아주 큰 문제로 번져서 결국 도시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그 전까지는 멀쩡하게 도로로 사용했던 길을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갑자기 사유지라면서 막아버려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불편함으로는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을 정도로 동네 사람들이 보여주는 친절함을 들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남의 집을 불쑥 방문하는 게 실례지만, 시골에서는 아무 때나 불쑥 방문해서 냉장고 문을 열어보거나 농산물을 놔두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친절(?)이 도시 사람들에게는 큰 실례가 되지만, 시골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는 아파트 아래윗집에 살아도 층간 소음 문제가 없으면 서로 얼굴을 볼 일이 거의 없는 게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그 집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몇 개인지 까지 다 알 정도로 가깝게 지내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농사를 짓던 어업을 하던 동네 사람들끼리 서로 협업을 해야 하는데,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시골도 공동체 정신이 많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서로 알고 지내야 하는 문화는 남아 있습니다.

사실 왕따 문제는 그런 시골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도시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만약 우리가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했을 때 미국인들에게 우리 한국 문화를 강요할 게 아니라, 우리가 미국 문화를 알고 가야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말입니다.

 

귀농귀촌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농촌 문화와 삶의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귀농귀촌에 필요한 공부를 이론적으로도 할 수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가서 살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바람직하게는 일 년 정도 충분히 살아본 다음에 귀농귀촌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한 달이나 두 달 살기도 나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남원에서 두 달 살기를 하겠다고 지원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두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남원에는 지리산이라는 자연 풍광이 있을 뿐만 아니라, 동편제로 대표되는 문화유산도 있어서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남원시 운봉면에 정부의 지역활력타운 조성 사업에 의해 은퇴자마을을 조성할 계획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이틀 여행가는 게 아니라, 두 달 동안 실제로 살아보기를 하면서 어떤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될지 벌써 가슴이 설렙니다.

혹시 귀농귀촌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저의 두 달 살기 체험을 SNS에 공유할 예정입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제 밴드(은퇴 후 함께 귀촌하기) 게시물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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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59 호)

 

【 알프스 여행-꾸르마에르 TMB 트레킹 】

 

이 뉴스레터 내용은 제가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왔던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체 일정이 아니라 중간에 해당하는 내용만 싣다보니 좀 내용이 생소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여행 내용은 조만간 책으로 낼 예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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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꾸르마예르 마을에서 시작되는 TMB 트레킹 코스는 TMB 코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며, 처음 2시간 동안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걷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곳이 TMB 트레킹 1코스 시작 지점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리더의 말대로 TMB 코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이면서 비교적 쉬운 코스라서 그런 건지 많은 트레커들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 몇몇 트레커들은 우리가 단체 사진 찍는 게 신기했는지, 우리를 찍다가 우리가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하자 우리와 합류해서 단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단체 사진을 찍은 다음에 등산 스틱을 챙기는 등 준비를 마친 우리는 트레킹을 시작했다. 20명이 넘는 인원이 좁은 길을 메우면서 이동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다른 트레커들을 방해하는 셈이 되기도 했다. 뒤에서 빨리 걸으면서 추월하기를 바라는 트레커들을 위해 우리는 앞서 가는 일행들에게 길을 양보하기 위해 옆으로 잠깐 비켜달라고 요청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리더에게 2시간 동안 가파른 길이 이어질 거라는 안내를 받은 터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올랐다. 앞에 보이는 고개는 까마득히 높게 보였지만, 지그재그로 길이 되어 있어서 생각만큼 오르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중간 중간 잠깐씩 쉬기도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고개 위 산장에 도착했다. 우리가 출발한 시각이 8시 30분이고 산장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30분이니 원래 예측한 대로 정확히 두 시간 만에 오르막길을 주파한 셈이었다.

 

원래 산장 앞에는 산에서 흐르는 물이 있어서 물을 보충할 수 있었다는데, 그 동안 가뭄이 심했는지 오늘은 물이 흐르지 않고 있었다. 고개를 올라오느라 힘들기는 했지만, 산장에서 길게 쉬면 오늘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말에 모두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길을 나섰다. 산장을 지나서도 약간의 오르막길이 이어졌지만, 그렇게 가파르지 않아 걷는 데 별로 무리는 없었다. 산장 뒤에 올라서자 멀리 몽블랑이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서 잠깐 쉬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서 보는 몽블랑은 샤모니에서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른 자태를 보여주었다. 샤모니에서는 여러 높은 봉우리들에 가려서 어느 게 몽블랑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여기서 바라보는 몽블랑은 그야말로 알프스 최고봉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서도 몽블랑 봉우리가 구름에 약간 가려져서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또 다른 모습의 몽블랑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고개를 지나 이어진 길은 흙길인데다 비교적 평탄해서 걷기에 아주 좋았다. 게다가 날씨도 맑고 주위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야말로 휘파람을 불면서 가다보면 몇 시간을 걸어도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을 그런 길이었다. 알프스의 야생화는 그 동안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이제 질릴 만도 한데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다. 리더의 말대로 TMB 트레킹 코스들 중, 아니 이 세상 모든 트레킹 코스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거라는 데 한 표를 주고 싶었다. 이 길만 걸어도 이번 트레킹 여행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길은 몽블랑을 뒤에 두고 그와 이어진 알프스의 여러 설산들을 옆으로 보면서 쭉 이어졌다. 왼쪽으로 보이는 설산들과 우리가 걷고 있는 길 사이에는 깊은 골짜기가 있어서 마치 건널 수 없는 피안의 세계를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건널 수 없는 건너편 길과 달리 우리가 걷고 있는 현실의 길에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야생화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으니, 현실과 환상의 세계 사이에서 걷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해야 할까. 가도 가도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이 이어지니 지루함을 느낄 만도 한데,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이 또한 무슨 조화인지. 그 동안 여러 트레킹 코스를 걷다보니 피로가 누적되었을 것이고, 오늘 또 다시 이처럼 긴 코스를 걷고 있으니 피로가 쌓일 만도 한데 오히려 피로가 풀리는 것 같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사실 이 코스를 걷기 전에 다리가 아파서 이 코스를 걸을까 말까 고민했던 일부 사람들이 전혀 힘든 기색이 없이 걷고 있는 것을 보니 나만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 ‘알프스도 식후경’이라고 아무리 경치가 아름답고 걷는 게 좋다고 해도 배고픔은 해결해야 했다. 넓은 야생화 들판 옆 양지바른 곳에서 11시 50분부터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각자 준비한 행동식과 과일, 음료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치고 각자 사진 찍기가 이어졌다. 가만히 주변 경치를 보다보면 저절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도가 낮아서 그런지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몽블랑을 제외한 산들은 일부 꼭대기에만 눈이 쌓여있을 뿐, 대부분은 바위로 이루어진 민낯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디를 찍어도 아름다운 작품이 되는 풍경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을 찍어도, 근처에 보이는 야생화를 확대해서 찍어도 모두 작품이 되었다. 남는 게 사진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너무 사진을 많이 찍어서 나중에 정리가 힘들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12시 20분에 다시 트레킹이 이어졌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물을 마시고, ‘중간에 가다보면 물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리더의 말을 듣고 조그만 물병에 물을 가져와서 마시다보니 물이 바닥이 났다. 그때 오른쪽에 보이는 비탈진 경사면을 따라 물이 흐르는 게 보였다. 알프스에서는 냇물도, 수돗물도 모두 빙하물이라 마셔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 생각나서 그 물을 병에 받아서 마셨다. 그야말로 수돗물도 냇물도 모두 ‘에비앙’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시원한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느껴지는 청량감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경치와 걷기 좋은 길, 시원한 공기, 맑은 물 등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트레킹 길이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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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알프스 여행-TMB 꾸르마에르 드레킹 (tistory.com)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58 호)

 

【 알프스 여행-에귀 드 미디 전망대

 

이 뉴스레터 내용은 제가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왔던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체 일정이 아니라 중간에 해당하는 내용만 싣다보니 좀 내용이 생소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여행 내용은 조만간 책으로 낼 예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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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모니에서의 첫 밤을 잘 보내고, 아침 6시경에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물을 끓여서 컵라면에 붓고, 어제 구입한 요플레와 복숭아를 곁들여서 아침식사를 마쳤다. 여러 사람들이 컵라면을 먹었지만, 끓인 물을 사용한 사람들이 바로 다시 물을 끓여놓는 등 배려를 잘 한 덕분에 모두가 늦지 않게 아침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창문으로 밖의 날씨를 살펴보았는데, 하늘에 구름이 약간 있긴 했지만 맑은 날씨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이제까지의 여행도 흥미진진했지만, 오늘 날씨가 맑으면 가기로 한 에귀 드 미디 전망대는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렜다.

 

7시 30분이 되어 모두가 숙소 밖에 모였는데, 아침 일찍 에귀 드 미디 전망대 입장권을 사러 갔던 여행사 직원에게서 ‘오늘 날씨가 맑으니 전망대에서 몽블랑 구경에 문제가 없다.’는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모두 ‘와’ 하는 함성을 지르고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발로치네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7시 50분 기차를 타기 전에 리더로부터 ‘오늘 에귀 드 미디 전망대를 오르는 케이블카를 탄 다음에 바로 이탈리아 포인테 엘브로너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를 바로 타라.’는 안내가 있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에귀 드 미디 전망대에서 몽블랑을 감상하고 바로 내려오는데, 이탈리아 포인테 엘브로너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서 바라보는 풍경이 환상적이라는 말을 했다. 따라서 우리는 포인테 엘브로너 전망대로 건너가서 빙하 위 걷기 등 체험을 하고 점심식사를 한 다음에 다시 에귀 드 미디 전망대로 건너와서 구경을 하고 내려갈 것이라고 안내했다. 포인테 벨브로너 전망대에서 건너오면 직원이 표를 하나씩 주는데 잘 챙기라는 주의사항도 전달했다. 그 표는 나중에 에귀 드 미디 전망대에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우선 탑승할 수 있는 표이기 때문이었다. 오후가 되면 에귀 드 미디 전망대에서 내려가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빨리 내려가기 위해서는 그 표가 유용하다는 얘기였다.

 

에귀 드 미디 전망대 행 케이블카는 50인이 탑승 정원인데, 표도 50명씩 인원수에 맞춰 발권했다. 우리는 9시 50분에 탑승하는 표인데, 표에 30번이라는 번호가 붙어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는 입구 위쪽에 다음 탑승할 케이블카의 번호가 표시되었다. 마침내 30번이라는 번호가 뜨자 우리는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들어갔다.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꽉 채운 케이블카는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케이블카는 중간에 한 번 갈아타도록 되어 있었는데, 갈아타고 올라가면서 보니 그 중간 역에서 옆으로 난 길이 있고, 그 길을 끝에 산장인지 건물도 보이고, 그 건물 너머로 줄을 지어 이동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겨울 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에귀 드 미디 전망대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밖을 보니 가파른 얼음 절벽으로 얼음도끼를 찍으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10시 20분 우리는 드디어 에귀 드 미디 전망대(3,842미터)에 도착했다. 이 전망대의 높이가 3,842미터이니 내 평생 가장 높은 고도에 오른 셈이었다. 작년에 융프라우 전망대에 오르면서 백두산보다 높은 높이에 올랐다고 감개무량했는데, 오늘은 그보다 더 높은 높이에 올랐는데도, 그때만큼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에귀 드 미디 전망대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리더를 따라 재빨리 포인테 엘브로너 전망대행 케이블카를 타러 이동했다. 여기 케이블카는 3개의 4인승 케이블카가 짝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까 한 번에 최대 12명이 탈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8명씩 태우고 있었다. 우리는 4명씩 조를 이루고 있어서 한 개의 케이블카를 비우고 두 개의 케이블카에 4명씩 나누어 탔다. 여기서 3개씩 짝을 이룬 케이블카에 사람이 타는 동안에는 모든 케이블카가 거의 서있다시피 했고, 3개씩 짝을 이룬 케이블카들 사이의 간격도 상당히 넓었다. 이처럼 독특하게 운행하는 이유는 아마도 여기가 3,000미터 이상으로 고도가 높아 바람이 세게 불기 때문에 안전상 이유로 그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12명이 아닌 8명만 케이블카에 태우는 이유도 아마도 바람의 세기 등을 고려한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 아닐까.

 

에귀 드 미디 전망대에서 포인테 엘브로너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리더가 자신 있게 말했듯이, 이 세상에 있는 전망대 풍경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이색적인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 했으면 여기 운행하는 케이블카를 파노라믹 몽블랑이라고 부르겠는가. 케이블카 아래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빙하인지 눈인지 모를 하얀 벌판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내가 구름을 타고 나는 신선이 되어 속세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신이 있어서 높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면 이런 느낌이 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얀 눈 위로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니 더욱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까 빙벽을 오르는 사람들을 봤을 때는 감히 그들을 따라 해볼까 하는 엄두조차 나지 않았지만, 넓은 벌판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노라니 나도 저렇게 걸어갈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앞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일행들과 손짓을 하면서 서로 사진도 찍었지만, 서리가 낀 뿌연 유리창 때문에 사진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 일행이 탄 케이블카는 바로 앞에 거의 붙어서 가다시피 했지만, 우리 앞뒤의 케이블카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보이지가 않았다. 한참 달리던 케이블카가 어느 순간 멈추듯이 천천히 운행을 했다. 이때가 바로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밑을 내려다보니 하얀 눈이 아니라 회색빛 눈밭도 보였다. 바람에 쓸려갔는지, 마치 바위처럼 층층이 쌓인 부분도 보였는데, 정말 바위인지, 아니면 눈 위에 먼지가 쌓여서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또 눈밭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도 보이고, 길게 패인 크레바스(?)도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쉽게 걸어갈 수 있고, 저렇게 평화롭게 보이지만, 실제 저 눈밭을 걸으면 바람도 세고, 눈길이 미끄러워서 걷는 게 쉽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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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57 호)

 

【 알프스 여행-체르마트 고르너 그라트 트레킹 】

 

이 뉴스레터 내용은 제가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왔던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체 일정이 아니라 중간에 해당하는 내용만 싣다보니 좀 내용이 생소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여행 내용은 조만간 책으로 낼 예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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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기차역에서 1시 10분 고르너 그라트 행 기차를 탑승했다. 기차는 오르막길을 천천히 달리면서 꼭대기가 구름에 싸인 마터호른을 보여주었다. 민낯을 보여주지 않는 마터호른이 야속하긴 했지만, 내일까지 있다 보면 언젠가는 보여주리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1시 40분 고르너 그라트 역(3,100미터)에 도착했다. 융프라우 전망대만큼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3,000미터가 넘기 때문에 고산증을 느낄 수 있으니 과격한 동작은 삼가라는 주의가 주어졌다. 고르너 그라테 역에서 바라보이는 마터호른뿐만 아니라 다른 설산 풍경이 멋졌기 때문에 20분 정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트레킹은 3시경부터 시작되었다. 오늘의 트레킹은 고르너 그라트 역을 출발해서 내리막길을 따라 기차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첫 번째 역을 지나 두 번째 역인 리펠 베르그 역까지 가는 코스였다. 작은 자갈이 많은 너덜길이긴 했지만,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아 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았다. 게다가 마터호른을 바라보면서 걸었기 때문에 지루함도 없었다. 마터호른 꼭대기를 감싸고 있는 구름이 언제 벗겨지려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걷다가, 조금이라도 꼭대기가 보이면 즉시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 구름 한 점 없는 마터호른보다는 구름이 약간 걸려있는 마터호른이 더 보기 좋다는 말을 했다. 마치 완전 누드보다는 약간 옷을 걸친 모습이 오히려 더 섹시한 것과 같다나.

 

1차 팀은 눈이 많이 쌓여서 제대로 트레킹을 못했고, 2차 팀은 트레킹을 하다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우박까지 내려서 고생을 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약간 흐리지만 좋은 날씨에 걷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w 우 첫 번째가 바로 날씨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좋은 여행을 위한 다른 요인으로는 좋은 동행이라고 하는데, 원래 같이 오기로 했던 아내와는 오지 못했지만, 마음에 맞는 친구와 동행을 했고, 같이 여행을 하는 사람들과 아직 친해지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같이 할 수 없을 정도의 진상(?)도 없으니 이번 여행은 행복한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르너 그라트 역을 출발한지 1시간 반 정도 지난 4시 45분경에 리펠 베르그 역에 도착했다. 리펠 베르그 역에는 무릎에 통증이 있어서 걷지 않고 기차를 타고 내려온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내리막길이라 무릎에 무리가 갈 우려가 있고, 내일 걷게 될 수네가 호수 트레킹을 위해 쉬겠다고 하여 미리 기차를 타고 내려와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일행도 한국에 있을 때는 아무런 무릎 통증을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서 며칠 계속 걷다보니 통증이 있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보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하면서 체르마트로 내려가는 기차를 탔다.

 

나는 아직까지 무릎에 이상을 느낀다거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돼서 트레킹을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무릎에 통증을 느끼거나 걷는 것이 부담이 될 정도가 되면 해외여행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약간 서글픈 마음이 되었다. 그러니 무릎이 더 아프기 전에 기회가 되면 부지런히 세상 구경을 많이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번 여행이야 어차피 트레킹을 겸한 여행이기에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면 당연히 참여하지 않았겠지만, 점점 더 체력이 약해져 패키지여행 일정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버스에 앉아 다른 일행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정도가 된다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체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 실행하고 있는 매일 만 보 걷기 등을 꾸준히 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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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알프스 여행-고르너 그라트 트레킹 (tistory.com)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56 호)

 

【 알프스 여행-수네가 5대 호수 트레킹 】

 

이 뉴스레터 내용은 제가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왔던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체 일정이 아니라 중간에 해당하는 내용만 싣다보니 좀 내용이 생소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여행 내용은 조만간 책으로 낼 예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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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트레킹 코스는 스위스 최고의 명소 중 하나로 알려진 블라우헤르트(Blauherd)-수네가(Sunnegga), 즉 수네가 5대 호수 트레킹이다. 수네가 5대 호수는 슈텔리, 라이, 그린드예, 그륀, 무스지 호수 등을 이르는 것으로 오늘 우리는 이들 5개 호수를 모두 걷지만, 대부분은 위에 위치한 2~3개 호수만 걷는다고 한다. 5개 호수를 모두 걷는 트레킹 코스의 길이는 9.3킬로미터로 걷기만 하면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우리는 사진을 찍고 충분히 쉬면서 걷기 때문에 4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여기서 예를 들어 슈텔리(Stelli) 호수를 슈텔리제(Stellijee) 호수라고 부르는 경우도 하는데, 이는 뒤에 붙는 제(jee)가 호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슈텔리(Stelli) 호수 또는 슈텔리제(Stellijee)라고 부르는 게 맞다. 이는 마치 역 앞이라고 해야 할 것을 역전 앞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오늘은 고산 지대를 걷는데다가 날씨가 맑아서 자외선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짧은 바지를 입지 말고 썬블럭 크림도 충분히 바르라고 인솔자가 어제 여러 번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짧은 바지를 입고 온 사람들이 있었다.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을 경우에는 아무리 주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자외선에 의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였는데, 무슨 생각으로 이런 주의사항을 무시하는 것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내 몸 내가 알아서 하니까 쓸데없는 간섭을 하지 말라’는 심보인가? 실제로 내 경우에 장갑을 꼈는데, 그 장갑이 통풍을 위해서인지 손등 윗부분이 약간 트여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 부분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인솔자도 더 이상 말하기 귀찮은지 오늘 일정에 대한 안내를 하고 바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라보이는 마터호른의 모습에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고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인솔자는 고산증 염려가 있기 때문에 오르막길을 오를 때 절대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걸으라고 당부했다. 마터호른을 등지고 걷고 있었지만, 가끔 마터호른이 거기에 잘 있는지 확인하면서 걸었다. 어제보다는 마터호른이 구름에 덜 가려서 가끔 봉우리를 보여줄 때도 있었는데, 그 순간에는 환성을 지르고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느라고 야단법석을 떨곤 했다. 꼭대기가 보이는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구름이 꼭대기를 가릴 때가 있는데, 이때는 아쉬움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풍경 사진을 찍다보면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그들의 사진을 찍다보니 내 사진을 찍을 때는 마터호른이 이미 구름에 가려지는 경우가 생겼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서 기회가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거나 ‘조금 있다 하지 뭐.’ 하고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인생의 교훈을 배우게 되었다. 멋진 풍경이 나왔을 때 다른 사람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우선 저 먼저 찍어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요구한 다음 내 사진을 찍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교훈도 말이다. 그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내 권리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리라는 결심을 했다.

 

중간 중간 쉬면서 사진을 찍고 천천히 올라가느라 오르막을 오르는 데만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아마 웬만큼 걷는 사람이 사진을 찍지 않고 올라간다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였는데 말이다. 오르막을 거의 오르자 넓은 평지가 나타났다. 거기에는 오르막을 오르고 나서 쉬어가라는 뜻인지 의자까지 놓여 있었다. 그 의자에 앉으면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서 인솔자가 각자의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어떤 사람을 찍을 때는 마터호른이 구름에 가린 경우도 나타났다. 약은 사람들은 줄서서 있다가도 자기 차례에 마터호른이 구름에 가릴 것 같으면 약간 뒤로 물러나서 기다리다가 마터호른이 선명하게 보일 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우리도 인생을 살다보면 나쁜 운이 올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그 나쁜 운이 지나가도록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시작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그냥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친구에게 마터호른 꼭대기에 손가락을 대고 있는 듯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사진은 마터호른 트레킹에 대해 인터넷 조사를 하다가 발견했었는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꼭 찍어보고 싶은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내 손가락을 마터호른 꼭대기에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데, 친구는 자꾸 나에게 이리저리 움직이라고 요청을 했다. 하지만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쪼그려 앉아서 사진을 찍는 친구도, 팔을 뻗고 손가락을 아래로 내린 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맞추는 나도 힘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나한테 맞추라고 하지 말고, 자네가 카메라를 움직여 맞추는 게 나을 거야.’라고 조언을 했다. ‘정말 그러네. 오케이’라면서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우리 인생에서도 서로 맞춰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상대를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게 훨씬 더 낫다. 상대를 바꾸기는 힘들지만,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내가 하기 나름이니까 말이다. 이처럼 사진 하나를 찍으면서도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되는 것이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이 아닐까.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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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알프스 여행-수네가 5대 호수 트레킹 (tistory.com)

알프스 여행-피르스트

2023. 8. 3.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55 호)

 

【 알프스 여행-피르스트 】

 

이 뉴스레터 내용은 제가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왔던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체 일정이 아니라 중간에 해당하는 내용만 싣다보니 좀 내용이 생소할 수 있는데, 조만간 책으로 낼 예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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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부터 우리 일행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피르스트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출발하는 지점에서는 날씨가 맑아 푸른 초원을 볼 수 있었지만, 점차 고도가 올라가면서 구름이 많아지고,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가 구름에 쌓여 있는 게 보여서 아름다운 알프스 설산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점점 더 희미해져갔다. 케이블카는 두 개의 정거장을 거쳤는데, 그 정거장을 거치는 동안에는 케이블카 속도가 느려지면서 원하는 사람들은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아마도 겨울에는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거장에서 내려서 스키를 즐기면서 내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정거장에는 안장이 없는 자전거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걸 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타고 내려가는 체험도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나중에 그린델발트 역에서 만난 한국 아가씨들이 이 자전거를 타른 체험을 했다고 말해 주었다.

 

느릿느릿 올라가던 케이블카가 9시 45분에 마침내 피르스트에 도착했다. 그 동안 구름이 점점 더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멀리 보이던 설산 봉우리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서 있던 피르스트 정류장(산장) 근처도 덮기 시작했다. 인원 점검을 마치고 피르스트 산장을 나와 뒤편으로 돌아가니 산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잔도길이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작년에 여기 왔을 때 감탄을 많이 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처음 오는 일행들은 너도 나도 사진 찍기에 바빴다. 하긴 천 길 낭떠러지 위에 설치된 잔도를 걸으며 내려다보는 짙푸른 초원 풍경과 오늘은 보이지 않지만 멀리 보이는 설산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잔도 끝, 피르스트 산장 2층에는 절벽 위로 길게 뻗어 나온 투명 유리 바닥으로 된 사진 찍는 명소가 있다.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멀리 보이는 눈이 쌓인 융프라우 봉우리를 배경으로 멋진 작품이 나온다. 오늘은 아쉽게도 융프라우 설산이 구름에 쌓여 있으니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작년에 찍은 사진이 있어서 차례를 기다리며 거기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피르스트에서 기대했던 멋진 알프스 설산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10시 20분에 바흐 알프제 호수를 향해 출발했다. 피르스트 산장에서 바흐 알프제 호수로 가는 길은 약간의 오르막길이었다. 앞뒤로 보이는 설산들이 구름의 이동에 따라 살짝 살짝 얼굴을 내미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줄지어서 걸었다. 중간에 있는 고개에서 뒤를 보니 피르스트 산장과 이미 지나온 까마득한 길이 보이고, 융프라우는 아니지만 알프스의 또 다른 봉우리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남는 것 사진뿐’이로 했던가. 이런 멋진 풍경에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지. 알프스의 경치에 취해 자꾸 멈춰서 사진을 찍다보니 걷는 속도가 점점 더 느려져서 30분이면 도착할 거라던 바흐 알프제 호수에 도착하니 1시간이 넘게 지난 11시 30분이 되었다.

 

바흐 알프제 호수에서도 사진 찍기는 계속 되었다. 혼자서 혹은 같이 온 일행들끼리 짝을 지어 여기저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우리 말고도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은 많았다. 심지어 어떤 젊은 커플 한 쌍은 호수에 들어가 수영까지 했다. 빙하가 녹은 물이기 때문에 물이 아주 차가울 텐데, 그 물속에서 수영을 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한 번 헤엄을 치고는 얼른 옷을 갈아입었다. 아마도 즉흥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라 여기서 수영하기를 버킷 리스트에 올렸다가 실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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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알프스 여행-피르스트 트레킹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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