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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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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54 호)

 

【 알프스 여행-아이거 트레킹 】

 

클라이네 샤이덱 역에서 알피 글렌 역까지의 트레킹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이거 북벽을 바라보면서 내려가는 데 아이거 북벽에 걸친 운무가 환상의 나라로 인도하는 것 같았다. 출발 지점부터 보이기 시작한 야생화는 알피 글렌 역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야생화는 그냥 많은 게 아니라 그야말로 지천에 깔려 있었다. 야생화의 색깔도 노랑, 보라, 하양, 빨강 등 다양하게 있어서 마치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색들이 총출동한 것 같았다. 한국에서 보던 야생화와 비슷한 것도 있었고, 처음 보는 야생화도 많이 보였다. 나야 원래 꽃과 식물 이름을 잘 몰라서 예쁘다고만 생각하면서 걷고 있는데, 누군가는 야생화의 이름과 한국에 그 야생화가 있는지 여부까지 알려주고 있었다.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곰배령에 갔다가 실망했던 일이 생각났다. 곰배령에 여기 있는 야생화의 100분지 1만 갖다놔도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

모두들 운무와 야생화를 보면서 저절로 ‘와!, 와!’라고 감탄사를 남발하였고, 모두 그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계속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 인솔자는 중간 중간 갈림길이 있으니까 선두에서 앞서 가는 사람들은 갈림길이 나오면 기다려달라는 당부만 하였고, 걸음을 재촉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 트레킹이 끝나면 기차 타고 인터라켄으로 돌아가 저녁식사를 하는 일정만 남았기 때문이다. 아이거 북벽 쪽으로 가까워지면서 가파른 절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폭포도 구경할 수 있었다. 얼마를 더 가자 딸랑딸랑 하는 방울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속에서 소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한 건지 무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일부 일행들이 소 옆에서 사진을 찍는 데도 사람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폼을 잡는 것처럼 자연스런 자세를 취했다. 소들은 모두 영화와 여행 다큐에서 보았던 대로 목에 커다란 방울을 달고 있었다. 좀 무겁지 않겠느냐고 걱정이 될 정도로 커다란 종이었지만, 소리만큼은 청아하게 들려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었다.

 

천천히 알프스의 경치와 야생화를 구경하고 사진을 실컷 찍으면서 내려오는 트레킹은 2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내리막길이기도 했지만, 경치에 취해 내려오느라 누구 하나 힘들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4시 40분경 알피 글렌 역에 도착했는데, 고도가 낮아서 그런지 비가 그쳐서 우비를 벗어서 정리했다. 알피 글렌 역에서 그린덴발트 터미널 역으로 운행하는 기차는 소형이고 옛날식 기차여서 오히려 운치가 있었다. 5시경 알피 글렌 역을 출발한 기차는 10여 분 후에 우리를 그린덴발트 터미널 역에 내려주었다.

늦은 시각이라서 그런지 그린덴발트 터미널 역에서 인터라켄 동역으로 가는 기차는 그리 붐비지 않았다. 비록 융프라우의 설산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알프스의 경치를 제대로 몸으로 체험한 트레킹의 분위기에 젖어 삼삼오오 널찍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도 우리 여행 인솔자와 둘이서 4인용 의자에 한 자리씩 널찍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건너편 4인용 좌석에도 우리 일행 두 사람이 앉았다. 그때 한국의 여대생들로 보이는 아가씨 네 명이 쭈뼛쭈뼛 하더니 우리 일행의 옆 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2명씩 나눠 앉은 아가씨들은 오스트리아에 교환학생으로 온 대학생들인데, 주말을 이용해 융프라우 구경을 왔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운무 때문에 알프스 설산을 제대로 구경 못했는데, 융프라우를 오를 수 있는 VIP 기차표를 1일 권만 끊어서 내일 다시 구경할 수도 없고 해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앞에 앉은 인솔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인솔자라고 해서 그리 뾰쪽한 수를 낼 수 있겠는가. VIP 기차표 1일 권과 2일 권의 차이가 20프랑밖에 안 되는데 2일 권을 끊지 그랬느냐는 하나마나한 얘기를 하고 오스트리아에서 갈 만한 곳을 몇 군데 추천해 주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일행이 갈 체르마트와 샤모니의 알프스 풍경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보다 못한 내가 나서서 스위스 패스가 있다면 다른 각도에서 융프라우를 감상할 수 있는 쉴트호른을 가보거나 오스트리아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루체른을 방문해보라고 추천했다. 쉴트호른은 VIP 기차표와 상관없이 케이블카 요금을 추가로 내야 하지만, 그리 비싸지 않고, 융프라우 전망대와는 또 다른 정취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체른은 인터라켄에서 루체른으로 가는 기차 길도 아름답고, 루체른 자체도 구경할 곳이 많아 충분히 둘러볼 만하다고 얘기했다. 이런 설명을 하다 보니 작년 4월에 갔던 쉴트호른과 루체른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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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알프스 여행-아이거 트레킹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