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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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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56 호)

 

【 알프스 여행-수네가 5대 호수 트레킹 】

 

이 뉴스레터 내용은 제가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왔던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전체 일정이 아니라 중간에 해당하는 내용만 싣다보니 좀 내용이 생소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여행 내용은 조만간 책으로 낼 예정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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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트레킹 코스는 스위스 최고의 명소 중 하나로 알려진 블라우헤르트(Blauherd)-수네가(Sunnegga), 즉 수네가 5대 호수 트레킹이다. 수네가 5대 호수는 슈텔리, 라이, 그린드예, 그륀, 무스지 호수 등을 이르는 것으로 오늘 우리는 이들 5개 호수를 모두 걷지만, 대부분은 위에 위치한 2~3개 호수만 걷는다고 한다. 5개 호수를 모두 걷는 트레킹 코스의 길이는 9.3킬로미터로 걷기만 하면 3시간 정도 걸리지만, 우리는 사진을 찍고 충분히 쉬면서 걷기 때문에 4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여기서 예를 들어 슈텔리(Stelli) 호수를 슈텔리제(Stellijee) 호수라고 부르는 경우도 하는데, 이는 뒤에 붙는 제(jee)가 호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슈텔리(Stelli) 호수 또는 슈텔리제(Stellijee)라고 부르는 게 맞다. 이는 마치 역 앞이라고 해야 할 것을 역전 앞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오늘은 고산 지대를 걷는데다가 날씨가 맑아서 자외선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짧은 바지를 입지 말고 썬블럭 크림도 충분히 바르라고 인솔자가 어제 여러 번 강조했는데도 불구하고 짧은 바지를 입고 온 사람들이 있었다.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을 경우에는 아무리 주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자외선에 의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였는데, 무슨 생각으로 이런 주의사항을 무시하는 것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내 몸 내가 알아서 하니까 쓸데없는 간섭을 하지 말라’는 심보인가? 실제로 내 경우에 장갑을 꼈는데, 그 장갑이 통풍을 위해서인지 손등 윗부분이 약간 트여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 부분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인솔자도 더 이상 말하기 귀찮은지 오늘 일정에 대한 안내를 하고 바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라보이는 마터호른의 모습에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고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인솔자는 고산증 염려가 있기 때문에 오르막길을 오를 때 절대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걸으라고 당부했다. 마터호른을 등지고 걷고 있었지만, 가끔 마터호른이 거기에 잘 있는지 확인하면서 걸었다. 어제보다는 마터호른이 구름에 덜 가려서 가끔 봉우리를 보여줄 때도 있었는데, 그 순간에는 환성을 지르고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느라고 야단법석을 떨곤 했다. 꼭대기가 보이는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구름이 꼭대기를 가릴 때가 있는데, 이때는 아쉬움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풍경 사진을 찍다보면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그들의 사진을 찍다보니 내 사진을 찍을 때는 마터호른이 이미 구름에 가려지는 경우가 생겼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으면서 기회가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거나 ‘조금 있다 하지 뭐.’ 하고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인생의 교훈을 배우게 되었다. 멋진 풍경이 나왔을 때 다른 사람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우선 저 먼저 찍어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요구한 다음 내 사진을 찍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어야 한다는 교훈도 말이다. 그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내 권리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리라는 결심을 했다.

 

중간 중간 쉬면서 사진을 찍고 천천히 올라가느라 오르막을 오르는 데만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아마 웬만큼 걷는 사람이 사진을 찍지 않고 올라간다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였는데 말이다. 오르막을 거의 오르자 넓은 평지가 나타났다. 거기에는 오르막을 오르고 나서 쉬어가라는 뜻인지 의자까지 놓여 있었다. 그 의자에 앉으면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서 인솔자가 각자의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어떤 사람을 찍을 때는 마터호른이 구름에 가린 경우도 나타났다. 약은 사람들은 줄서서 있다가도 자기 차례에 마터호른이 구름에 가릴 것 같으면 약간 뒤로 물러나서 기다리다가 마터호른이 선명하게 보일 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우리도 인생을 살다보면 나쁜 운이 올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그 나쁜 운이 지나가도록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시작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그냥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친구에게 마터호른 꼭대기에 손가락을 대고 있는 듯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사진은 마터호른 트레킹에 대해 인터넷 조사를 하다가 발견했었는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꼭 찍어보고 싶은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내 손가락을 마터호른 꼭대기에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데, 친구는 자꾸 나에게 이리저리 움직이라고 요청을 했다. 하지만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쪼그려 앉아서 사진을 찍는 친구도, 팔을 뻗고 손가락을 아래로 내린 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맞추는 나도 힘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나한테 맞추라고 하지 말고, 자네가 카메라를 움직여 맞추는 게 나을 거야.’라고 조언을 했다. ‘정말 그러네. 오케이’라면서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우리 인생에서도 서로 맞춰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상대를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게 훨씬 더 낫다. 상대를 바꾸기는 힘들지만,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내가 하기 나름이니까 말이다. 이처럼 사진 하나를 찍으면서도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되는 것이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이 아닐까.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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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알프스 여행-수네가 5대 호수 트레킹 (tistory.com)